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의 책임으로 숙청설이 나오던 김영철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행사에 참석하며 건재를 확인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가 어제 군인가족 예술 소조 경연에서 당선된 군부대 예술공연을 관람했다고 전하면서 수행 간부에 김영철 부위원장이 포함됐다고 밝혔습니다.

공연에는 김영철 부위원장 외에도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겸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과 노동당 부위원장인 리만건, 박광호, 리수용 등과 함께 김수길 군 총정치국장, 김기남 당 중앙위 고문 등 당 고위간부들이 대거 수행했습니다.

특히 김 부위원장은 김정은 위원장과 같은 열의 왼편 다섯 번째 자리에 앉아 다른 부위원장과 어깨를 나란히 했습니다.

이같은 서열은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 때와 비슷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앞서 일부 언론은 김 부위원장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의 책임을 지고 해임된 후 자강도에서 강제 노역 중이라고 전했으나, 50여 일 만에 공식 석상에 등장해 김 위원장을 수행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건재함을 알렸습니다.

통신은 공연에 북한군 제4군단과 항공 및 반항공 군의 군인 가족 예술소조원들이 출연했다면서 군인 가족들의 투철한 혁명 정신과 계급적 각오를 실감있게 보여줬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김영철 부위원장이 그동안 겸직했던 통일전선부장을 내놓고 최고인민회의 제14기 1차회의 직후인 지난 4월 13일 이후 51일간 주요 정치행사에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어떤 식으로든 하노이 노딜에 대한 책임을 졌을 가능성은 있어 보입니다.

김 부위원장이 이번에 김 위원장과 함께 공연을 관람한 당 부위원장 중에서 종전과 달리 맨 마지막, 10번째로 호명했습니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지난 2월 하노이 회담 결렬 책임으로 문책을 당해 통일전선부장직에서 물러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치적이나 형사적 처벌을 받았다기보다는 북미회담 과정에서 비대해진 권한의 일부를 내려놓는 등 역할조정 조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김 부위원장이 하노이 노딜 이후 치러진 김정은 2기 권력 재편과정에서 통일전선부장 직책을 제외하고는 당 부위원장, 정치국 위원, 국무위원회 위원,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등 모든 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하노이 회담 실패를 분석 평가 과정에서 통일전선부 중심으로 이뤄지던 대미 외교와 대남 업무를 분리하고 대남사업 총괄 성격의 당 부위원장과 실무 책임자인 통일전선부장도 따로 두기로 업무 조정을 했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북미 협상이 당 통일전선부와 미 중앙정보국(CIA)을 매개로 시작돼 하노이 회담까지 이어졌지만, 앞으로는 통일전선부가 손을 떼고 외무성이 전담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아울러 김 부위원장과 함께 북미 실무 협상에 관여했던 김혁철 국무위 대미특별대표의 행방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북한이 김영철 부위원장의 건재를 공개한 것으로 미뤄 일부 언론에서 불거진 김혁철 처형설 등도 사실이 아닐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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