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BBS ‘아침저널 제주입니다’ - 불교계 소식

● 출 연 : 이병철 기자

● 진 행 : 고영진 기자

● 2019년 5월 20일 제주BBS ‘아침저널 제주’

(제주FM 94.9MHz 서귀포FM 100.5MHz)

● 코너명 : 한 주간 제주지역 불교계 소식

[앵커] 부처님오신날의 들떴던 축제 분위기가 어느덧 수행의 분위기로 바뀌는 것 같은데요.

어제 전국 각 사찰에서는 하안거 결제를 봉행했는데요.

월요일 아침에 이병철 기자가 전하는 교계 소식에서는 이 소식을 가지고 왔다고 합니다.

전국의 사찰에서 하안거 법회를 봉행했다면서요?

[이병철] 네 맞습니다. 어제는 음력으로 4월 15일 기해년 하안거 결제날이었는데요.

스님들이 여름철 석달동안 일체의 외부 출입을 끊고 오직 수행에만 몰두하는 하안거 정진이 어제부터 시작돼 석달동안 전국의 선원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전국 100여개 선원과 제주도내 사찰들은 어제 오전 기해년 하안거 결제법회를 열고, 방장 스님 등 큰 스님들의 결제 법어를 들은 뒤 석달동안 선방에서 참선 정진에 나섰습니다.

조계종 종정 진제 대종사는 하안거 결제 법어를 통해 참나를 찾아 부단하게 정진 또 정진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선원 수좌스님들은 앞으로 석달 동안 일체의 선원 밖 출입을 끊고 묵언정진과 철저한 대중생활을 하게 되며 화두만을 든 채 하루 10시간 이상 참선 수행에 몰두하게 됩니다.

스님들은 결제를 하루 앞둔 18일, 선방에 모여 대중생활에서 맡아야 할 각자의 소임을 정하는 용상방을 작성하고 수행 의지를 다졌습니다.

[고영진] 그럼, 조계종 제23교구 본사 관음사도 하안거 입재 법회를 봉행했겠네요?

[이병철] 네 맞습니다. 관음사가 불기 2563년 기해년 하안거 결제 법회를 경내 대웅전에서 봉행했습니다.

관음사 조실 종호 스님을 비롯해 주지 허운 스님과 신도들이 참석한 법회에서 사부대중은 석달간의 안거 기간 불퇴전의 정진을 다짐했습니다.

관음사 조실 종호 스님은 하안거 결제 법어에서 “오늘부터 석달이라는 기간을 설정하여 정해진 기간 안에 수행해야 할 과업은 너무 중대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윤회의 고통을 벗어나고 삼계를 초월하여 대자재, 대해탈, 대열반을 얻게 되는 것이며 정각을 이뤄 영원한 대생명을 향유할 수 있는 커다란 작업을 성취하자는 것이 바로 오늘 결재의 취지”라고 말했습니다.

[고영진] 제주도내 유일의 선방인 남국선원은 어땠나요?

[이병철] 서귀포시 남국선원도 기해년 하안거를 맞아 전국에서 눈 푸른 수좌스님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올해는 무문관에서 다섯 분 스님이 정진하시고 스물세 분 스님이 대방에서 참선으로 본래면목을 밝히고 있습니다.

스님들은 하루에 10시간 씩 정진을 하는데요. 새벽 3시부터 5시, 9시부터 11시, 오후 3시부터 5시, 7시부터 10시까지입니다.

그리고 재가불자들의 정진력도 뜨거운데요. 남국선원 시민선방에는 20명이 방부를 들였는데 육지에서 5분이 오셨고, 제주불자 15명이 화두를 들고 있습니다.

재가불자들도 스님들 못지 않게 하루 8시간 정진하고 있습니다.

새벽 3시부터 5시, 9시부터 11시, 오후 3시부터 5시, 오후 7시부터 9시입니다.

그리고 화두를 들다가 궁금한 점이 있어 점검을 받고 싶다면 오전 9시에 주지 스님이 직접 점검을 해 주신다고 합니다.

[고영진] 금방 무문관이라고 했는데요. 무문관이 뭔가요?

[이병철] 없을 무, 문 문 그리고 빗장 관 자를 써서 무문관이라 불리는데요. 즉 ‘문이 없는 관문’입니다.

3평 남짓한 무문관에 들어가면 밖에서 수행자가 나올 수 없도록 문을 잠급니다.

무문관에 수행했던 스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일단 들어가면 밖에서 문을 잠그는 극한의 공포감이 든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수행자들이 무문관에서 가는 이유는 극한 적인 곳에서 자신의 내면성찰을 위해 무문관의 문을 두드리는 것 같습니다.

무문관은 중국 선승 무문 혜개선사의 화두모음집 <무문관>에서 유래됐습니다. 여기에서 무문혜개 선사는 48의 관문을 제시하며 진리와 깨달음, 열반의 세계를 지향하는 경계를 펼쳐 보이셨습니다.

그 첫 관문이 바로 조주선사의 ‘무자화두’입니다.

많이 들어 보셨을 겁니다.

개에도 불성이 있겠습니까, 없겠습니까.

즉, 무문관은 ‘문 없는 문’을 부수라는 의미입니다. ‘깨달음을 얻지 못하면 문 밖 세상으로 나오지 말라’는 것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만큼 철저한 각오로 화두를 참구하라는 말입니다.

사방이 꽉 막혀 있는 문 없는 독방에서 문을 열고 깨달음의 사자후를 토해 낼 것으로 간절히 기원하는 의미에서 ‘무문관’이라는 이름을 붙여진 것입니다.

현대 무문관의 효시는 서울 도봉산에 위치한 천축사의 무문관이 있습니다.

이곳 무문관은 정영스님이 1964년 건립해 이듬해 개원했는데요. 스님은 부처님의 설산수행 6년을 본받아 1965년부터 1979년까지 여러 수행자들을 입방시켜 매회 6년간 밖에서 문을 잠그는 무문관 수행을 2차에 걸쳐 하도록 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무문관은 계속 생겨나 서귀포 남국선원을 비롯해 전국 10여 곳에서 수행자들이 처절한 수행으로 깨달음을 갈구하고 있습니다.

제주 남국선원 무문관을 개설한 혜국스님은 “무문관 수행은 우리나라 수행자들의 철저한 수행욕구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며 “막힌 것을 한꺼번에 뚫어 내려하는 철저함이 목숨 건 수행의 마음을 내어 무문관에 입방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습니다.

[고영진] 무문관 관련 영화도 본 것 같은데?

[이병철] 우리나라 대표적인 불교 영화감독입니다. 첫 연출 데뷔작이 바로 ‘할’이었고 두 번째 작품이 ‘선종 무문관’을 선보인 윤용진 감독입니다.

지난달 13일에는 제52회 휴스턴 국제영화제’에서 종교부문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선종 무문관은 다섯 명의 수행자과 함께 삶의 의미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제공하는 영화인데요. 각지에서 모여 든 스님들이 숨 막히도록 치열한 수행을 통해 내면 깊숙한 자아를 성찰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실, 불교 저예산 영화가 관객들의 외면을 받는 경향이 많은데 좋은 영화가 많은 불자님들의 호응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고영진] 제주 유일의 선방인 남국선원이 재미있는 창건 일화가 있다면서요?

[이병철] 네, 많은 불자님들이 잘 알고 계시겠지만 혜국 스님의 고향은 제주입니다.

일타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스님은 수행력이 높아 많은 불자들에게 모범이 되셨던 분입니다. 그러다가 1980년 10.27법난이 있은 후 6개월 동안 잠시 관음사 주지를 하셨고, 당시 불교계 유치원인 연화유치원을 세우기도 하셨던 분이십니다.

이 일화는 혜국 스님이 합천 가야산 해인사에서 수행할 무렵이었습니다. 수행력을 점검받기 위해 가야산의 호랑이라 불리는 성철 스님을 뵈었을 때 일화입니다.

생전의 성철스님은 혜국스님에게 “고향이 제주도지? 제주에 절이 얼마나 돼?”라고 물었습니다.

“100여개 있습니다”고 답하자 성철 스님이 “그럼 선방은?”하고 재차 물으셨습니다.

혜국 스님이 “없습니다”라고 말하자 성철 스님이 “선방도 하나 없는데 절만 많으면 뭐해! 다음부턴 하나도 없다고 해”라고 했다는 뼈있는 일화가 있습니다.

그렇게 남국선원은 1991년 첫 삽을 떠서 1994년 창건됐습니다. 혜국 스님이 절오백 당오백이라 전해 내려오는 자신의 고향인 제주에 수행풍토를 일구기 위한 노력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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