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총장, 검찰 중립성 질문에 육조단경의 한 대목 비유

문무일 검찰총장이 16일 대검찰청 청사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가 여러 모로 화제를 뿌리고 있다. 무려 100분에 이르는 긴 시간동안 진행된 기자 간담회였다. 다양한 비유와 수사가 동원됐고 문 총장은 감정에 북받쳐 울컥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문 총장은 작심이라도 한 듯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다시 한번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수사권 조정 논의가 처음 시작된 것은 그동안 통제되지 않은 검찰 권력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개정한다는 이유로 이번에는 경찰에게 통제되지 않는 권한을 주려고 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00분이나 이어진 기자 간담회 동안 문 총장은 그동한 하고 싶은 말들을 가감없이 쏟아냈다. 하지만 가장 화제가 됐던 순간 가운데 하나는 문 총장이 자신의 양복 재킷 윗도리를 벗어서 흔드는 장면이었다. 검찰 총장의 이런 행동에 기자들은 처음에는 날씨가 너무 더워서 양복 상의를 벗으려는 것으로 여겼다. 주영환 대검 대변인도 옷을 받으려고 문 총장 옆으로 다가가기도 했다. 

문 총장은 간담회 막바지에 그동안 정치 권력에 검찰이 흔들린 측면이 있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이 나오자 갑자기 양복 상의를 벗어 손에 쥔채 흔들기 시작했다. 문 총장은 그러면서 “지금 옷이 흔들리고 있다, 그런데 흔드는 것은 어디인가”라고 기자들에게 되물었다.

문 총장은 이 대목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옷을 보고 말하면 안 된다"며 "흔들리는 것이 어느 부분에서 시작되는지를 잘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결국 문무일 총장은 양복 윗옷을 벗어 흔드는 행위를 통해 흔들리는 옷도 문제지만 옷을 흔든 주체, 즉 정치 권력도 문제라는 사실을 보여주려한 셈이다.

문 총장의 이같은 비유는 선(禪)불교의 핵심 가르침을 담은 선어록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육조단경>의 한 대목에 나오는 내용과 맥을 같이 하고 있어 더욱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육조단경(六祖壇經)>은 중국 당나라의 선승으로 동아시아에 선(禪)의 황금기를 연 육조(六祖) 혜능(慧能) 스님이 설한 법문을 기록한 선종어록(禪宗語錄)으로 선맥(禪脈)의 근본 텍스트이자 선불교 최고의 고전으로 꼽힌다.

육조단경에는 중국 광동성(廣東省) 광주(廣州)의 법성사(法性寺)라는 사찰에서 바람에 움직이는 깃발을 바라보면서 스님들이 나누는 대화 내용이 나온다. 한 스님은 바람이 불어 깃발이 펄럭이는 모습에 대해 바람이 움직인다고 했고 다른 스님은 깃발이 나부낀다고 주장하면서 논쟁을 벌였다.

이 때 곁을 지나던 육조혜능 대사는 이같이 말했다. “바람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요, 깃발이 움직이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그대들 마음이 흔들릴뿐입니다”

육조 혜능 스님은 깃발이 움직이든 바람 소리가 들리든, 자신의 마음에 두지 않는다면 보이지 않고 들리지도 않는 법이라는 이치를 우리에게 일깨워주고 있는 셈이다. 검찰 관계자는 육조단경에 나오는 바람과 깃발에 관한 문답 내용은 과거에도 검찰 고위 간부나 선후배들 사이에 인용되곤 했다고 전했다.

평소 문 총장은 명상 수련 등 자신의 내면을 다스리고 마음 공부를 하는데 대해 깊은 관심을 보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퇴임을 얼마 남겨 놓지 않은 문무일 검찰총장이 양복 상의를 벗어 흔드는 돌발 행동을 하면서까지 전하려했던 메시지 속에는 이처럼 불교의 심오한 가르침과 철학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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