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산불·포항 지진 등 재난피해 지원, 미세먼지 대책, 선제적 경기 대응 등을 위해 마련된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보름이 넘도록 기약 없이 표류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5월 임시국회 회기 내 통과를 목표로 지난달 25일 제출된 올해 추경안은 제출된 지 18일이 지났지만 심의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관계자는 "추경안 심의 일정이 전혀 정해진 바 없다"며 "현재로선 이달 내 처리는 아무래도 어렵지 않겠느냐는 분위기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 원내지도부 교체, 이달 말 국회 예결위 위원들의 임기 만료까지 겹치면서 5월 내 추경안 처리가 녹록지 않은 상황이 됐습니다.

특히 추경안 심사와 관련해 한국당이 요구하는 '분리 추경'이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여야 5당 중 추경안을 유일하게 반대하는 한국당은 산불·재해 예산만 떼어낼 경우 추경 처리에 협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고, 나머지는 '총선용 정치 추경'이라며 심의조차 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정부가 제출한 6조7천억원 규모의 추경안에는 1조5천억원에 달하는 미세먼지 관련 예산을 비롯해 강원 산불, 포항 지진 등 재해 관련 예산이 2조2천억원 규모로 들어 있습니다.

나머지 4조5천억원은 경기 하방 위험에 대한 선제 대응 및 민생 경제 긴급 지원을 위해 편성된 예산입니다.

정부와 여당은 재해 추경 외에 '민생 추경'도 반드시 같이 처리돼야 한다며 '분리 추경'은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홍 부총리는 지난 9일 국회를 찾아 한국당의 '분리 추경' 주장에 대해 "정부로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며 "재해 추경과 민생 추경은 논의를 같이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도 지난 10일 "재해 관련 항목과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항목을 분리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국회 마비로 추경 통과가 기약 없이 지연되자 '골든 타임'을 놓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1분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3%로 금융위기 후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성장률을 0.1%포인트 끌어올리는 효과가 예상되는 추경으로 경기 우려에 제때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조차 우리나라 정부에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주문했습니다.

또, 미·중 무역 전쟁으로 투자와 수출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경기 경착륙을 막기 위해 추경의 신속 처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현 정부 들어 추경 처리에 한 달 반가량이 걸렸습니다.

11조2천억원 규모의 2017년 첫 추경은 공무원 일자리 예산에 대한 야당 반발로, 3조8천억원 규모의 작년 두 번째 추경은 '드루킹 특검법' 연계 등으로 각각 45일씩 걸렸습니다.

2000년 이후 추경 처리 기간은 평균 39.1일이었고, 역대 최장 기록은 2000년으로 107일이 걸렸습니다.

다만 재해 추경은 2002년 '태풍 루사 피해복구' 2차 추경이 4일, 2003년 '태풍 매미 피해복구' 추경은 23일이 걸리는 등 한 달을 넘기지 않고 신속 처리됐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미세먼지·국민 안전 관련 추경도 중요하지만, 지금 경기 하방 위험이 크고 민생과 관련해 여러 가지 선제 대응을 해야 할 필요도 있어 전체 추경안이 꼭 통과돼야 한다"며 "이번 주라도 국회가 열린다고 합의되면 곧바로 추경안 심의를 진행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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