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2주년을 맞아 진행된 TV 생방송 인터뷰를 놓고 이런 저런 말들이 많다.

특히 대통령과 1대1 생방송으로 인터뷰를 한 송현정 KBS 기자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말을 중간에 끊거나 대통령이 듣기에 거북할 수 있는 ‘독재자’라는 단어를 인용하는 등 지나치게 무례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80분간의 생방송을 이끌어가기에는 진행이 미숙했다는 지적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반면 베테랑 기자답게 민감한 질문들을 과감하게 던졌다는 긍정적 평가도 나왔다. 미국 등 다른 나라의 경우 기자가 인터뷰를 할 때 훨씬 더 상대를 강하게 몰아붙이고 공격한다며 송 기자도 기자로서의 역할을 잘 한 편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인터뷰에 대해 이런 저런 의견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에 대해 민주화된 사회에서 벌어지는 자연스런 현상이자 건전한 공론의 장이라는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뒷맛이 영 개운치가 않다. 이번 사안을 바라보는 상반된 시선 뒤에는 이른바 보수와 진보라는 두 진영의 사생결단식 편가르기가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패스트트랙 사태에서 보듯 정치권의 보수와 진보 진영 싸움, 좌우 이념 갈등은 이제는 내전 수준에 이르렀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과거보다 더 살벌하고 사생결단식으로 서로 맞서고 있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우리 사회의 진영 갈등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8.15 해방 이후 세계 강대국의 이해 관계 속에 좌우 진영의 극한 대립이 한국 전쟁으로 이어졌고 한반도는 지금도 남과 북이 대치하는 분단 국가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함께 사는 법에 익숙하지 않다.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산다는 생각으로 적과 아군을 항상 구분했다.

보수와 진보, 기계적인 이분법에 따라 하나의 사안은 각 진영의 입맛에 맞게 재단돼 정작 진실에 접근하고자 하는 노력을 원천 봉쇄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외교 통일문제에 정통한 전문가들이 최근 한반도 정세에 대해 내놓는 진단들도 진영 논리라는 포장을 거친 뒤에 우리 앞에 제시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3차례에 걸쳐 열린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간 정상회담에 대해 한반도에 평화의 기운을 불어넣었다며 큰 성과가 있었다고 보는 시각이 있는 반면 북한의 비핵화는 전혀 진전이 없는만큼 성과를 논할 때가 아니라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등 다른 나라 정치인들도 국회에서 서로 헐뜯고 싸운다. 때로는 거친 언쟁도 벌이고 인신공격성 발언도 서슴치 않는다. 하지만 외교 안보 문제 등에 있어서는 서로의 생각을 존중하고 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한다. 진영 논리의 틀 속에 갇혀있는 우리와는 분명한 온도 차가 있어 보인다.

일반적으로 진보는 젊고 혁신적이며 기존 체제의 변화를 꿈꾸는 세력으로 여긴다. 반면 보수는 급격한 변화보다는 안정을 중시하고 현 제제를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본다. TK는 보수, 호남은 진보의 중심지로 여기기도 한다. 이런 생각과 사고의 낡은 틀에 갇혀 있는한 진영 갈등을 푸는 해법을 찾기란 더욱 어려워질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좌우 날개로 나는 새들도 안다. 한 쪽으로만 날기가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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