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핵합의(JCPOA)를 탈퇴하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한 지 1년 만에 이란도 철수하는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입니다.

7일 이란 현지 언론과 정부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탈퇴 선언과 같은 날짜인 8일 대국민 연설을 통해 핵합의에 대한 이란 정부의 입장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이와 관련, 이란 ISNA통신은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로하니 대통령의 대응은 핵합의 26조와 36조의 틀 안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이들 조항은 이란을 비롯한 핵합의 서명국(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이 상대방이 핵합의를 위반했다고 판단했을 때 이의를 제기하고 최종 결론을 내는 절차를 담았습니다.
 
이란은 미국처럼 일방적인 선언으로 핵합의를 탈퇴하지 않고 정해진 절차를 밟아 절차적, 도덕적 우위를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핵합의의 기본 골격은 이란이 핵프로그램을 감축·동결하는 조건으로 미국, 유럽연합(EU), 유엔의 제재를 해제하는 '행동대 행동' 원칙으로 짜였습니다.

따라서 이란이 핵합의에서 정한 한도를 벗어나 핵프로그램을 가동하거나, 서방이 대이란 제재를 복원하면 핵합의 위반이 됩니다.

미국이 지난해 8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대이란 제재를 복원한 데다 3일에는 핵합의에서 허용한 이란의 핵활동을 지원하는 외국의 행위조차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습니다.

이란으로서는 핵합의의 이의 제기 조항을 적용할 수 있는 형식적, 실질적 조건이 갖춰진 셈입니다.

이란 언론에서는 또 이란 정부가 핵합의에서 동결한 원심분리기 생산 등 핵활동을 일부 재개하고, 한도 이상의 우라늄 농축을 시작해 국제 사회에 경고 메시지를 보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란의 이런 움직임은 미국이 핵합의를 탈퇴한 뒤 이를 유지하겠다고 이란에 굳게 약속한 유럽 핵합의 서명국(영,프,독)과 유럽연합(EU)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확실해졌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됩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지난 2년여간 분기별 보고서에서 한 번도 빠짐 없이 이란의 핵합의 준수를 확인했음에도 이란은 이에 따른 경제적 이득을 거의 얻지 못한 것은 사실입니다.

유럽 서명국과 EU는 미국의 제재를 우회해 이란과 유럽 기업이 교역할 수 있는 금융전담회사를 올해 1월 설립했지만 넉달간 공전 상태입니다.

미국의 핵합의 탈퇴와 유럽의 미온적인 태도가 더해져 이란에서는 핵합의뿐 아니라 핵확산금지조약(NPT)도 탈퇴해야 한다는 보수 세력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로하니 정부는 2015년 서방과 핵협상을 역사적으로 타결했지만 결국 미국의 핵합의 탈퇴와 외교적 해법이 요원한 상황에서 고조하는 국내 비판 여론을 넘어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저작권자 © BBS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