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는 ‘어린아이’의 높임말이다. 아시다시피, 높임말(honorific)은 사람이나 사물을 높여서 부르는 말이다. 경어(敬語), 또는 경칭(敬稱)이라고 하는데, 선생님에서 볼 수 있듯이, ‘-님’이라는 접사(接辭)가 높임말의 대표적인 표현이다. 같은 맥락에서 접사 ‘-이’도 경어 접사로 사용된다.

 시대가 흐르면서 높이지도 낮추지도 않고 범상하게 부르는 평칭(平稱)으로 바뀌었지만, ‘늙은이’ ‘착한이’등도 높임말에 속했다.

 그런데, 경어는 일본어나 중국어에는 있지만, 인도유럽어에서는 그 예가 드물다. 대명사 가운데 경어의 뜻을 나타내는 경우는 있으나, ‘문법에 이를 정도’로 발달하지는 않았다. 언어를 보면 한국 어린이의 인권이 보장되고 행복할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을 보면 그렇지 않다.

 우선, 현실 어감을 보면, ‘어린이’는 더 이상 경칭이 아니라 평칭이 된지 오래다. 어린이 인권과 행복실태를 봐도 실상은 다르지 않다.

http://www.goodneighbors.kr/business/research/report.gn

 보건복지부의 2013년 아동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아동의 삶 만족도는 61.5점(100점 만점)에 불과했다. 최근 자료가 없어 2013년 조사결과를 인용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과 비교했을 때 ‘11, 13, 15세 아동의 삶 만족도’는 60.3점으로 OECD 국가 중 최하위로 나타났다.

 민간 조사에서도 이런 경향성은 동일하다. 굿네이버스의 아동권리연구소가 2018년 발표한 '제2차 대한민국 아동권리지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2학년 아동 중 13%가 지난 1년간 ‘2주 이상 지속된 슬픔과 좌절’을 겪었다. 특히, 17%가 진지하게 극단적인 선택을 하겠다는 생각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계층별 어린이 삶을 보면, 사회현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아동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일반가구 아동은 학업이나 교육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많이 호소했다. 하지만, 빈곤가구 아동은 돈이나 부모와의 갈등, 열등감을 스트레스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아동의 학대실태를 보면 참담(慘憺)하다. 관련된 사회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학대사례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2017년 전국아동학대 현황 보고서' 내용이다. 아동학대자가 부모인 경우가 해마다 10명중 7명(70%) 이상 차지했다. 여기엔 친부모는 물론 계부모와 양부모가 모두 포함된다. 먼저, 아동학대사례는 예방사업이 시작된 2001년 이후 2017년까지 약 10배로 증가했다. 재학대 사례도 꾸준히 증가하는데, 방임과 중복학대가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아동학대도 반복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가장 치명적인 결과는 사망인데, 2001년부터 2017년까지 16년간 총 216명이 아동학대로 숨졌다.  ‘1년에 최고 38명’의 아동이 학대로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들어온 사례만을 집계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 아동학대 사망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어린이날을 앞두고 4월 25일 계부에게 살해당한 ‘광주 12살 A양의 보복살해’도 예외가 아니다.

  문제는 아동학대와 사망사례가 해마다 반복되고 증가하는데, 가정과 학교는 물론 정부와 정치권의 관심이 부족한데 있다. 실태의 심각성을 보면, ‘아예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근본대책이 필요하다.

 ‘어린이 인권실태 수시조사’는 당연한 일이고, 학교현장 상담활동과 함께 ‘어린이 인터넷’을 통한 상시 신고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 ‘어린이 행복 사법경찰제’ 등을 도입하는 등 ‘범죄와의 전쟁’과 같은 수준에서 ‘어린이 인권과 행복’을 국정과제로 다뤄야 할 것이다.

 현행 스쿨폴리스제도(school police system)는 한계가 있다. 2005년 시험시행을 거쳐 2006년부터 전국으로 확대, 시행하고 있지만, 퇴직 교원이나 퇴직 경찰관이 담당하는 정도에 그친다. 필요에 따라서는 '어린이 경찰청'을 설치해 실태조사부터 상담, 단속 업무까지 총체적으로 접근하는 중장기 방안도 구상할 수 있다. 가뜩이나, 심각성이 더해가는 저출산 시대에 "중요" 국정과제로 높여서, 어린이 인권과 행복에 대한 국제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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