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주차구역 주차에도 철퇴 내리면서 장애인고용비율 안지키면 부담금으로 메워

최근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장애인주차장에 잠깐 차를 댔는데 사진에 찍혀 8만원의 과태료 통지가 나왔다는 것이다.

본인이 장애인주차장에 차를 세웠고 그 사실이 사진에 찍혀 과태료가 부과된 것이기 때문에 요즈음 말로 그야말로 ‘빼박’이다.

지인에게는 규정을 위반한 것이니 조속히 과태료를 내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지인 역시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고 과태료를 내겠다고 했다.

장애인주차장 문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장애인 복지 이야기로 이어졌다. 장애인 복지의 최우선은 ‘장애인의 취업’이라는 것이다.

일할 수 있는 직장을 갖도록 하는 게 우선이지 그건 깡그리 무시한 채 장애인 주차장이라고 금만 그어 놓고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살피지도 않으면서 장애인 복지를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기자는 장애인 고용에 대해 살펴보기로 했다.

정부는 취약계층인 장애인들의 취업 기회를 늘려주기 위해 지난 1991년부터 장애인 의무고용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상시근로자 50명 이상의 공공기관과 민간 기업은 일정 비율의 장애인을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의무고용률은 3.2%, 올해부터는 3.4%다.

그렇다면 이 규정은 지켜지고 있을까? 답은 ‘노’다.

고용노동부 자료를 보면 국가·자치단체 공무원 부문의 경우 지난해 평균 장애인 고용률은 2.78%로 전년 대비 0.10%포인트 낮아졌다. 이처럼 낮아진 원인 중에 하나는 교육청의 고용률이 전년 대비 0.14%포인트 하락했기 때문이다.

전국 17개 교육청이 모두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장애인 공무원 고용률도 1.70%로 공공, 민간을 포함한 모든 부문에서 가장 낮게 나타났다.

공공기관 고용률은 3.16%로 전년 대비 0.14%포인트 높아졌다.

공공기관 의무이행 비율은 56.6%로 전년 대비 0.8%포인트 상승했으나 기타공공기관(37.6%)과 출자출연기관(37.4%)은 여전히 저조했다.

민간기업(의무고용률 2.9%) 고용률은 2.67%로 전년 대비 0.03%포인트 상승했으나 여전히 공공부문에 비해 낮다.

장애인고용비율은 의무화돼 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부도 지자체도 공공기관도 일반대상사업체도 이를 지키기보다 일정액의 고용부담금으로 때우고 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자료를 보면 2013년 143개 공공기관이 평균 4천650만원씩 모두 66억5400만원이었지만 2017년에는 174개 기관이 평균 9천630만원씩 모두 167억6천200만원을 부담금으로 냈다. 장애인을 고용 안하는 대신 부담금으로 대치한 것이다.

산업부 산하 기관으로 좁혀보자.

CEO스코어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이용주 의원(민주평화당)으로부터 입수해 분석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산업부 산하 41개 공공기관 중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납부한 기관은 24곳(58.5%)에 달했다.

이들 기관이 지난해 납부한 장애인 고용부담금은 총 21억5천337만 원으로 전년보다 2억 원 가량 증가했다.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이 5년 동안 납부한 총 장애인 고용부담금은 무려 69억8천404만 원에 달한다.

지난해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가장 많이 납부한 기관은 5억2천566만원을 납부한 강원랜드다. 한전이 3억7308만 원을 납부해 2위를 차지했고 산업기술시험원(2억372만 원)과 한국석유공사(1억9725만 원), 한국전기안전공사(1억4666만 원)도 고용부담급을 냈다.

이용주 의원은 “장애인 의무고용을 지켜야 할 공공기관이 오히려 의무고용비율을 지키지 않아 고용부담금 납부액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돈으로 때우겠다는 공공기관의 불성실한 태도로 인해 장애인이 또 다른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공공기관 등이 장애인고용에 소극적이면서 민간기업이 장애인 고용비율을 지키지 않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그렇다면 장애인의무고용비율이 정해져 있음에도 이 비율만큼도 장애인고용이 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인식의 문제다. 장애인을 뽑으면 업무가 잘 안될 것이라는 선입견이 문제인 것이다. 그 선입견이 편견을 낳고 그 편견이 차별을 낳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장애인을 고용한 기업들은 개인차는 있겠지만 대체로 성실함과 책임감이 남달리 강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 이유는 직장이 절박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장애인은 일을 잘 못 할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버려야 한다. 그들만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발굴하는 것도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둘째는 부담금이 기업이나 공공기관에 그리 부담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장애인고용비율을 지키지 않으면 기업이 어려움을 겪을 만큼 부담금을 늘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또 한 가지는 대표나 책임자를 구금하는 방법도 있다. 일정 %는 부담금으로 납부하되 나머지 %는 유치장이나 구치소에 정한 기간동안 구금해 버리면 이런 못된 행태는 바뀔 수 있다고 본다.

민주국가니 인권국가니 신체의 자유니 하는 그런 말을 내세우겠지만 장애인고용비율이 지켜질 때까지 한시적이나마 이런 법률을 제정해 적극적인 장애인고용 독려에 나서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장애인주차구역에 주차한 것에 대해서도 철퇴를 내리면서 정작 장애인들이 가장 원하는 취업의 문은 꽁꽁 닫아 둔다면 이것이야말로 인권도 복지도 없는 집단에 불과하다.

장애인 복지의 최고는 장애인에게 직장을 제공하는 것이다. 떠먹여주는 복지가 아니라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장애인들이 보람과 사는 재미를 느끼게 하는 것,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차별없이 같은 직장에서 일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장애인 복지가 아닐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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