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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여성의 몸’ 구속보다 더 서두를 일
배재수 기자 | 승인 2019.04.17 13:56

과거 7,80년대엔 텔레비전에서 이런 광고 표어를 심심치 않게 마주할 수 있었다. “알맞게 낳아서 훌륭하게 키우자”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그땐 의미를 몰랐지만 지나고 보니, 가족계획을 정부가 직접 하던 때의 일이었다. 그렇다고 마냥 과거의 일만도 아니다. 요즘 신생아 출생률이 떨어지면서 각 지자체마다 지원금이며 각종 혜택으로 출산을 장려하는 시도들이 많다. 선의를 왜곡하려는 건 아니지만 일부 비슷하다.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여성의 몸을 통제해 인구를 유지하겠다는 속내로도 읽힌다. 최근 다시 재수사선상에 오른 ‘김학의 사건’도 알고 보면 여성을 한낱 출세의 부속품 정도로 여겼던 우리 사회의 민낯을 복합적으로 드러낸 사건이다.   
최근 낙태죄가 위헌으로 판결나면서 이제는 낙태를 허용하는 임신 주수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원인은 헌법재판관들이 낙태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며 내놓은 의견 때문이다. 의견은 이렇다.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이면서”. 곧이곧대로 해석하면 임신 22주 이후의 낙태는 처벌 대상이다. 물론 낙태를 허용하는 세계 국가들은 최소 12주에서 24주에 이르는 각기 다른 기준을 갖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사회는 이미 변했고 변해가고 있다. 이제는 국가가 개인의 몸을 아무런 이유 없이 강제로 구속해서 목적을 이루던 시대는 아니다. 온전히 비교대상은 아니지만 하다못해 군 입대 기간도 점점 줄며, 모병제 이야기까지 나온다. 낙태를 허용한다고 생명경시 풍조가 생기고, 낙태율이 치솟을 것이라는 목소리는 이미 선진국의 사례에서 보듯 지나친 기우다.
그래도 만일 낙태율이 높아진다면, 다시 말해 그만큼 원치 않은 임신이 많아진다면, 여성이 아닌 다른 원인에서 해결책을 찾아야한다. 여성을 구속시켜 목적을 이룰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제대로 된 성 교육이나 피임 교육을 체계화하고, 여성이 범죄로부터 안전하며, 아이를 낳아 잘 기를 수 있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게 더 서둘러야 할 일이다.

배재수 기자  dongin21@bbs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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