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5일 평양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사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악수하고 있다.

한미정상회담에서 4차 남북정상회담 추진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접촉'의 형식과 방법을 놓고 고심 중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3차 북미정상회담의 사전 수순으로서 남북간 대화를 강조하고 이를 통해 비핵화 해법에 관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의중을 확인하고 싶다는 입장을 표명한데 따른 것입니다.

북미대화의 '중재자'에서 '촉진자'로 변신한 문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의 결과를 토대로 제3차 북미정상회담의 테이블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앉힐 '다음수'가 매우 긴요해진 것입니다.

문 대통령이 검토할 카드는 '대북특사'와 '대북접촉', '핫라인' 등이 꼽히는데 무게감이나 국면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무엇보다 특사 파견이 우선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입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추가 북미회담 개최에 긍정적 의지를 보였다는 점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김 위원장은 그제 열린 최고인민회의 2일차 회의에 참석해 시정연설에서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 제3차 조미북미수뇌회담을 하자고 하면 한 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이 요구하는 '빅딜'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치긴 했으나 대화 의지를 밝힌 것은 분명 긍정적인 대목입니다.

청와대는 한미정상회담 결과와 김 위원장의 시정연설 메시지를 놓고 대북특사 파견 계획 등을 포함해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북특사로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가장 유력해 보입니다.

두 사람은 지난해 3월과 9월에 각각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앞두고 북한을 다녀온 적이 있으며 북한과 이뤄지는 대화의 연속성 등을 고려하면 이번에도 동일한 멤버가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들고 북한을 향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됩니다.

비핵화 대화 교착 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남북 대화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큰 상황에서 이낙연 국무총리가 특사로 파견될 수 있다는 일부 보도도 나왔지만 청와대는 '결정된 것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특사 파견 시기도 관심사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입장을 '가능한 한 조속히 알려달라'고 한 만큼 비교적 이른 시기에 특사를 보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모레부터 7박8일 동안 중앙아시아 3개국을 방문하는 기간에 정의용 실장 등이 평양을 방문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 대통령은 특사 파견을 통해 한미정상회담에서 확인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전하는 한편, 북한을 재차 비핵화 대화 테이블로 나오라고 설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 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3차 북미회담 개최 용의를 밝히면서도 "남측은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며 우리 정부를 압박하는 태도도 보였습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일괄타결식 '빅딜'을 요구하는 미국에 의존하지 말고 '같은 민족'인 자신들과 한 편이 돼 달라고 요구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우리 정부를 향해 불만을 내비친 것으로도 보이는 김 위원장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려면 문 대통령이 결국 북한이 수용할 만한 '안'을 내놓는 게 필요해진 상황이 된 셈입니다.

청와대가 제시할 수 있는 안으로는 '포괄적 합의와 단계적 이행' 원칙에 입각한 영변 핵시설 폐기나 풍계리 핵실험장 검증 등 연속적인 '굿 이너프 딜' 등이 거론됩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현 시점에서 우리는 '빅딜'을 이야기하고 있다"면서도 "다양한 스몰딜이 이뤄질 수 있다"는 말로 여지를 둔 만큼 문 대통령이 이를 토대로 북한을 설득할 수 있으리라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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