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울진 성류굴 내부 종유석에 새겨진 명문. ‘정원십사년 무인팔월이십오일 범렴행(貞元十四年 戊寅八月卄五日 梵廉行/정원 14년 8월 25일 범렴이 왔다 간다)’. [사진 문화재청]

경북 울진 성류굴에서 삼국시대부터 수세기에 걸쳐 종유석 등에 새긴 명문(銘文)이 발견됐습니다.

일종의 '방문 기록'에 가까운 명문은 신라의 화랑제도 등 고대사를 연구하는데 중요한 사료일 뿐 아니라 향토사, 서예사적으로도 가치가 있습니다.

문화재청은 천연기념물 제155호인 ‘울진 성류굴’에서 삼국 시대부터 통일신라 시대, 조선 시대에 이르는 다양한 각석(刻石) 명문 30여 개를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울진군이 지난 3월 21일 성류굴 내부 종합정비계획 수립을 위해 성류굴(주굴 길이 470m)에 들어갔다가 입구에서 230여m 안쪽에 위치한 여러 개의 종유석(석주, 석순)과 암벽 등에 새겨진 명문들을 처음으로 발견했습니다.

경북 울진 성류굴 내 각석 명문. [사진 문화재청]

동굴 안에서 명문이 발견된 사례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이곳은 일반인들의 접근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종유석 등에는 ‘정원 14년(貞元 十四年)’이라고 새겨진 명문 3개를 포함해 구체적인 시기를 알 수 있는 명문 여러 개와 ‘임랑(林郞)’, ‘소(우, 牛)’ 등 다수의 화랑 이름들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세 차례 추가 조사 결과 ‘신유년(辛酉年)’과 ‘경진년(庚辰年)’명 등 간지(干支), 통일신라 시대 관직명인 ‘병부사(兵府史)’, 화랑 이름인 ‘공랑(共郞)’, 스님 이름인 ‘범렴(梵廉)’, 조선 시대 울진현령 ‘이복연(李復淵)’ 등 30여 개의 명문을 확인했습니다.

경북 울진 성류굴 내 각석 명문. 이복연(李復淵) 무술. [사진 문화재청]

이곳이 당시 화랑들이나 스님 등이 찾아오는 유명한 명승지나 수련장소로 활용됐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또한 이번에 성류굴에서 ‘장천(長川)’이라는 이름이 발견돼 울진에 있는 하천인 ‘왕피천’의 옛 이름으로 추정할 수 있었습니다.

문화재청은 성류굴 각석 명문에 대한 실측과 탁본, 기록화 작업 등 전반적인 학술조사와 함께 동굴 내 다른 각석 명문에 대한 연차별 정밀 학술 조사와 연구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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