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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칼럼] 대통령은 경제현실을 바로 보고 '해법'을 찾아야
박관우 기자 | 승인 2019.03.31 20:23
[위] 문재인 대통령이 3월 28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외국인투자기업인과의 대화에서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주한유럽상의 회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아래] 이낙연 국무총리(오른쪽)가 3월 29일 한-중 산학협력의 대표적 사례인 반도체 수출기업인 중국 SK 하이닉스 충칭 공장을 방문해 공장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생산과 소비, 투자 등 3대 경제지표가 일제히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2월 전(全) 산업생산지수(계절조정계열)는 전달보다 1.9% 감소했다. 2013년 3월(-2.1%) 이후 5년 11개월 만에 최대 감소 폭이다. 그나마 괜찮던 소비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소매판매액이 전달 보다 0.5% 하락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인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보다 0.4포인트 하락했다. 11개월째 내림세가 계속되면서, 2017년 12월(-0.5포인트) 이후 1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앞으로 3~6개월 뒤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 마저 0.3포인트 떨어지며 9개월째 하향곡선을 그렸다. 동행지수와 선행지수 순환변동치의 2개 지표가 9개월 연속 동반 하락한 것은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70년 1월 이후 49년만에 지난 2월이 처음이다.

어느 하나 좋은 것이 없다. ‘반도체 착시’가 줄어들면서 그동안 부진을 보였단 경제 민낯이 그대로 표출되고 있다. 최근 반도체 수출액 감소가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석 달 연속 ‘전년 동월’ 보다 줄었다. 감소율 역시 확대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반도체 제조업 가동률이 매우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도체 제조업의 지난달 가동률지수(계절조정, 2015년=100)는 97.1로 잠정 집계돼 한 달 전보다 4.0% 하락했다. 반도체 제조업 가동률지수는 2015년 7월 91.0을 기록한 후 43개월 사이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고용참사는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늘어난 일자리’가 10만명도 되지 않았다. 2010년 이후 연평균 고용증가치 38만명의 4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주력산업이 위축된 영향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경제 총괄 부처인 기획재정부의 인식은 실물경제와 오차가 크다. ‘3월 최근 경제동향’, 즉 그린북(Green book)에서 ‘올해 들어 산업활동과 경제심리 관련 지표가 개선되는 등 긍정적인 모멘텀(운동량)이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도체 업황둔화와 미·중 무역분쟁, 브렉시트 등 불확실한 요인도 상존한다고 진단했지만, ‘긍정적 모멘텀’을 강조했다. 돌이켜 보면, 지난해 9월까지만해도 경제가 회복세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10월부터 회복세라는 평가를 삭제하고 불확실성에 더 무게를 실었다. 이번 달에도 불확실성에 대한 언급은 빼지 않았으나 ‘긍정적 모멘텀’을 앞세웠다.

청와대의 인식도 크게 다르지 않다. 2월 29일 ‘2월 산업활동동향’이 발표되기 열흘전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일 국무회의에서 “우리 경제가 여러 측면에서 개선돼 다행이다. 생산과 소비, 투자가 모두 증가했다”라고 말했다. 지난 1월 생산과 소비가 반등한데 대한 한 발언이다. 하지만, 잘못된 진단이었다. 1월 설비 투자는 증가는 고사하고 1년 전보다 17%나 감소했다. 소비에 대해서도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민간소비 증가세가 미약하다”고 발표했다. ‘견조한 흐름’과는 다른 진단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월 생산과 소비가 반등한 것은 설 연휴를 앞둔 특수 때문이라는 것은 웬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대통령이 희망의 메시지를 주는 것은 좋은 일이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절망 보다는 희망이 좋다. 그러나, 현실에 기반한 희망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문제에 대한 인식이 명확하고 원인과 해법도 보다 더 정확해진다.

부처님 가르침 가운데 사성제(四聖諦)가 있다. 중도(中道)와 더불어 핵심 가르침이다.  ‘고(苦)’는 생로병사의 괴로움, ‘집(集)’은 ‘고’의 원인이 되는 번뇌의 모임, ‘멸(滅)’은 번뇌를 없앤 깨달음의 경계, ‘도(道)’는 그 깨달음의 경계에 도달한 수행을 말한다. 즉 현상에 대한 문제인식을 제대로 하고, 그 원인과 결과를 바로 보고, 수행을 해야 한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생로병사의 문제해법을 경제현실, 나아가 사회현상에도 적용 가능하다. 즉, 경제현실을 제대로 진단하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 희망의 메시지를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실 인식이 제대로 전제되지 않으면, 아무리 인과를 분석하고 해법을 찾아도, 연목구어(緣木求魚), 사상누각(沙上樓閣)에 불과하다. 현실을 바로 보고 해법을 찾아서 희망을 주길 바란다.

 

 

 

박관우 기자  jw3399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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