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BBS ‘아침저널 제주’ - 오늘의 이슈

● 출 연 : 진각종 정법 정사

● 진 행 : 고영진 기자

● 2019년 3월 26일 제주BBS ‘아침저널 제주’

(제주FM 94.9MHz, 서귀포FM 100.5MHz)

● 코너명 : 오늘의 이슈

[고영진] 청취자님, 여러분들은 한국불교의 밀교 종단인 진각종을 아시나요.

제주KAL빌딩 뒤편 골목길을 돌아가시면 제주 식재심인당이라는 현판을 볼 수 있습니다. 제주지역 유일의 진각종 사찰인데요. 문을 열고 들어서면 황색법복을 입고 손님을 맞는 분이 계신데요. 바로 심인당의 정법 정사님입니다.

지금 스튜디오에 정법 정사님이 나와 계신데요, 궁금한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정사님?

[정법 정사] 네, 소개받은 식재심인당 주교 정법정사입니다. 제주도 불자 여러분 만나 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고영진] 우선 정사님, 제주에는 진각종 사찰이 식재심인당 밖에 없기 때문에 생소한데요. 정사님, 진각종이 어떤 종단인지 자세히 말씀해 주세요.

[정법 정사] 네, 우리 진각종단은 1947년 6월 14일에 회당(悔堂) 손규상 대종사님께서 교법을 세우고 종문을 여시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교법의 주체인 비로자나부처님을 단순히 예배의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자기실현의 대상으로 보고 수행합니다. 그러므로 내세 왕생성불(往生成佛)보다는 현재의 이 몸 이대로 부처를 이루는 즉신성불(卽身成佛)과 현실에서의 정화(淨化)를 수행 목적으로 삼는 새로운 불교관을 펼치신 것입니다.

조선시대의 숭유억불정책의 결과로 5백년 동안 통불교(通佛敎) 안에서 잠들어 있던 밀교수행법을 일깨워 세우심으로 한국 밀교(密敎)의 중흥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고영진] 정사님은 사찰에서의 주지스님과 같다고 하던데요. 호칭과 겉모습에서 일반 불자님들이 보시면 낯선데요.

[정법 정사] 유구한 1600여년의 역사를 이어온 전래의 불교가 산중(山中)에 위치하며 불교 전통을 이어온 불교라면, 진각종은 ‘도심불교’이며 재가불교(在家佛敎)의 모습으로 교화를 중심으로 하는 종단입니다.

사찰의 모습과는 다른 종단에 속한 1백20여 심인당 모두가 전국 각지 도심에 자리 잡고, 생활불교 실천불교를 표방하는데 종단의 이념(종지, 종풍)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또한 출가(出家)불교와 비교되는 재가(在家)불교를 표방하기에, 진각종은 부부가 교화스승으로 함께 교화현장에서 전법과 수행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남자 스승을 정사(正師)라고 하고, 여자 스승은 전수(傳授)라고 하며 승속동행(僧俗同行)의 길을 도반으로서 함께하고 있습니다.

심인당(心印堂)은 진각종의 사찰을 말하는데, 심인이란 ‘내 마음을 부처님 마음과 같이 새기는 곳’이란 뜻입니다. 일반 사찰에서 볼 수 있는 목탁·염주도 사용하지 않고, 불공 중에 초나 향(香)을 피우지도 않습니다. 특히 스승의 두발과 의복 등은 최소한의 형식만 규정하고 있습니다. 오직 몸으로는 현세에서 부처님 세계로 향하는 자세를 상징하는 금강지권(金剛智拳)을 하고 입으로 ‘옴마니반메훔’ 6자 진언을 염송하면서 삼밀관행을 하고 있습니다. 심인당의 주교는 정사님이 될 수도 있고 전수님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외에도 많은 부분에 있어서 전통불교와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다른 점들이 종조 회당대종사님의 창종이념과 관련이 있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줄이겠습니다.

[고영진] 진각종은 밀교의 총본산으로 알고 있습니다. 국내와 국외 등 어떻게 포교를 하고 계신가요?

[정법 정사] 밀교의 총본산이라고 하기보다는, 한국밀교의 총본산이라고 말할 수는 있겠습니다. 20여 년 전에 중국에 포교당을 설치하고, 미국 LA불광심인당과 워싱턴 법광심인당을 개설하고 스승을 파견하였습니다.

그 후 종립 위덕대학교에 유학와서 수학한 외국인 종비생들이 배출되었는데, 이들이 졸업 이후에 종단에서 교법과 수행법등을 전수받아 본국으로 돌아가 국제포교사 자격으로 포교당을 운영하다가 최근 스리랑카와 네팔에서 심인당을 열고 본격적으로 한국밀교 홍포를 펴나가고 있습니다. 스리랑카 네곰보에는 스리랑카정부의 인가를 얻어서 현지학교법인이 세워져서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까지 운영 중입니다. 현재 중국, 방글라데시등에서도 유학생들이 들어와서 위덕대학교 불교학과에서 학업과 함께 수행정진 중입니다.

[고영진] 식재심인당이 꽤 오랜 역사를 지녔더라고요. 그 역사에 대해 설명해 주신다면?

[정법 정사] 네, 우선 종단의 역사와 관련된 사항인데, 1953년은 역사적으로 정전협정이 맺어지면서 6.25전쟁이 멈추게 되었던 해입니다. 그 이듬해인 1954년에 종조께서는 전쟁의 아픔을 극복하려면 전국 각지에 스승을 파견해서 가난과 질병, 그리고 불화의 3고(苦)를 해탈케 해야 한다고 하시면서 5도 파견불사를 하시게 됩니다. 그래서 충청도 청주, 전라도 전주, 광주, 강원도 춘천, 그리고 우리 제주에 1954년 5월 7일 심인당이 개설되게 된 역사입니다. 올해로 65주년이 되네요. 제가 지난해 10월 30일부로 식재심인당의 14번째 주교로 부임하게 되었는데, 앞선 모든 스승님들의 은혜가 한량없이 크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고영진] 법당에는 불상이 모셔져 있지 않더라고요. 그리고 중앙에는 큰 글씨로 육자대명왕진언인 옴마니반메훔이 한눈에 들어오던데 다른 사찰과 다른 점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

[정법 정사] 진각종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종조법어’가 <자성법신>인데요, “비로자나 부처님은 시방삼세 하나이라. 온 우주에 충만하여 없는 곳이 없으므로 가까이 곧 내 마음에 있는 것을 먼저 알라.”

법어에 나타나 있는 것처럼 밀교에서는 우주에 존재하는 삼라만상의 모든 활동이 곧 법신 비로자나부처님의 당체(當體)설법이라고 봅니다. 그러므로 인간의 모든 체험이 곧 법문(法門)이고, 나타나 보이는 현실 즉, 사실(事實)이 곧 경전이라는 것입니다. 대종사님의 이러한 정신은 곧 ‘세속 안에서 초월’이라는 경지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현실 안에 진리가 있다는 것은 곧 현실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문을 여는 것입니다. 이 땅의 풍토성과 혈지성(血智性)에 알맞은 전통종교인 불교를 우리 시대 대중들의 근기(根氣)에 맞도록 변화시키려고 시도한 것이고, 그것이 바로 우리 민족의 정신과 생활 근저에 흐르는 밀교의 수행법입니다. 초기에 진각종은 ‘참회사상’에서 출발해 심인사상→진각사상으로 체계적인 발전을 이루어 왔고, 사상의 변화에 따라 종단의 이름도 참회원→심인불교→진각종으로 변화해 왔습니다. 회당대종사께서는 창종 당시 “불상 앞에서 음식을 공양하고 예배하는 것만이 불교가 아니다”라고 하시며 오히려 “자성을 밝혀 부처님 말씀대로 실천하는 것이 큰 불공(佛供)”이라고 주창하시고, 불교의 수행·의식·제도의 대중화와 생활화를 선언하신 것입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본존‘옴마니반메훔’은 예배 공양의 대상이 아니라 삼밀관행을 위한 ‘수행본존’으로써의 존상이라고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고영진] 매주 일요일에 자신의 성품을 찾는 자성 불공일이 있다면서요? 진각종의 법회는 어떻게 진행이 되나요?

[정법 정사] 우리 종단은 현실긍정이라는 교법에 맞추어 음력행사가 아니라 우리가 사용하는 달력을 그대로 사용하는데, 매달 첫째 주 7일간을 월초불공을 하며, 그다음 주부터는 매 수요일과 매 일요일에도 불공을 합니다. 불공이 있는 날에는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와 저녁 6시부터 7시까지 불공 시간에 참석합니다. 특히 일요일 불공을 자성일불공이라고 하여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엿새 동안 세간 생활을 하고 자성일 하루를 청정히 지키며 참회를 통하여 지가정화의 시간을 가지는 것입니다.

[고영진] 진각종은 중앙 집중체제의 종단운영으로 삼보정재를 투명하게 사용한다고 들었습니다. 신도회 운영은 어떻게 되나요?

[정법 정사] 일반 불교에서 종단 내 종행정의 최고책임자를 총무원장이라고 하는데 비하여 진각종은 ‘통리원장’이라 부르는 것도 독특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것도 사실은 모두가 일관된 종조님의 정신에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생각됩니다만, 질문하신 내용만 한정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불교 일반적으로보면 불전함에 보시(희사)하는 행위가 하나의 뜻으로 보시바라밀이지만, 진각종은 희사를 삼종시라고 해서 단시, 경시, 제시등 세 가지로 나누어 행하게 됩니다. 이것은 차후에 종단의 예산집행과도 무관하지 않게 제도적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이렇게 단순히 물질적 보시가 아니라 물질의 사용도 구체적 수행의 방편으로 수용되어있다는 뜻이 됩니다.

신도회는 금강회라고 하는데, 각 심인당마다 금강회가 있고, 교구마다 교구금강회가 있으며, 전국총금강회라는 중앙의 기구가 있습니다. 특별히 신도회의 운영과 다른 점은 없겠습니다만 독특한 문화가 있다면 굳은 일과 좋은 일에 서로가 가정을 방문하여 불공을 해준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서 서로의 사정을 알게 되고 교우관계와 수행실천을 돈독히 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고영진] 진각종은 국제불교연구소를 중심으로 해외 NGO 활동과 국제교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법 정사] 종조님께서는 일찍이 한국불교의 세계화에 눈을 뜨셨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1958년 11월 조계종의 동산스님, 청담스님, 경보스님과 원불교 박길진씨 등과 함께 태국 방콕에서 열린 제5차 세계불교도우의회(WFB)에 한국 대표로 참석하기도 하셨습니다. 이러한 인연으로 지난 2016년에는 제28차 세계불교도우의회(WFB) 총회를 진각종이 주관하여 서울에서 개최하였습니다. 또, 앞서 말씀드린 스리랑카 네곰보와 네팔 카트만두에 매년 진각종 산하 비로자나청소년협회에서 대학생봉사단을 파견하여 다양한 NGO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고영진] 회당 대종사의 강조하시는 말씀을 청취자님들에게 부탁드립니다.

[정법 정사] 중생의 삶에는 늘 인생 8고가 따른다는 것은 석가모니부처님이 이미 하신 말씀입니다. 종조께서도 늘 가난과 질병 그리고 불화의 삼고해탈을 말씀하시며, 그 원인인 탐심, 진심, 치심을 깨치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그 모든 원인을 나에게서 찾아 허물을 고칠 때, 우리는 지혜가 밝아져서 행복하고 의미 있는 바른 삶을 살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하루 열 번 이상 자성 참회”를 하라고 하십니다. 참회는 우리 삶의 전환점(TURNING POINT)이 되기에, 초기 교단 명칭이 ‘심인불교건국참회원’이었던 시절도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진각종은 ‘참회의 종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영진] 요즘 많이 바쁘신 걸로 알고 있는데 이른 아침,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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