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사회 진출이 두각을 보이는 요즘 불교계에서도 비구니 스님들의 행정 참여와 권익 증진, 종책 개발 등이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조계종에서는 비구니 종책 공약 실현을 위해 10년여 만에 총무원장 비구니 특보가 임명되는 등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정영석 기자입니다.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혜도 스님이 최근 총무원장 비구니 특별 보좌관으로 발탁됐습니다.
조계종에서 공식적인 '비구니 특보'가 임명된 것은 32대 총무원장 지관 스님 이후 10여 년 만입니다.
원행 스님 체제에서 6천여 비구니 승단의 목소리를 좀 더 가까이 듣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원행 스님/조계종 총무원장: 6,000여 비구니 스님들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종무기관 소임에 참여가 확대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비구니 최고 지위인 명사 법계 특별전형이 11년 만에 조계종 원로회의에서 통과돼 오는 15일 대구 동화사에서 품서식이 열리는 것도 종단의 획기적인 일로 기록됩니다.
하지만 비구니 스님들이 설수 있는 자리는 여전히 비좁기만 합니다.
조계종 총무원 부실장 가운데 재무부장 소임만 유일하게 비구니 스님이 맡고 있습니다.
비구니 스님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중앙종회 의원 81석 가운데 비구니 스님에 할당된 의석수는 단 10석에 불과합니다.
[현봉 스님/석가사 주지(BBS 뉴스파노라마 中): 비구니 스님들이 활동할 수 있는 장이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지 않습니다. 비구니 스님들께서는 정말 많은 능력과 자질을 가지고 계시지만 펼칠 수 있는 장이 별로 없다보니까 사회적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지 않나 싶습니다.]
사부대중의 의지처가 돼온 비구니 승단에 종단이 전향적인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경원 스님/금산 극락사 주지: 대사회적으로 인정받고 걸출한 비구니 인재들을 기반으로 한 네트워크를 통해서 종책을 실현한다면 명실공히 사부대중이 함께하는 힘 있는 불교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불교의 한 축인 태고종에서도 비구니 스님들의 위상 강화를 위한 움직임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습니다.
최근 태고종 비구니회장으로 취임한 현중 스님은 비구니 스님들이 종단의 한 구성원으로서 책무를 다한 뒤, 권리와 위상을 찾는 바람직한 비구니 상을 제시했습니다.
[현중 스님/태고종 전국비구니회장: 함께하는 비구니회라는 슬로건을 취임 초부터 강조해왔고, 함께 움직여서 함께 발전하고, 화합해서 비구니 스님들의 위상을 높이자 이렇게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여성의 사회 진출과 사회적 역할에 대한 인식이 빠르게 바뀌는 가운데 위아래 없는 평등사상이 교리에 깊게 자리한 불교계가 보여줄 앞으로의 모습이 주목됩니다.
BBS NEWS 정영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