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1박2일 '하노이 핵담판'에 돌입하기에 앞서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국가주석, 응우옌 쑤언 푹 총리 등과 연쇄 회담을 갖는 것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베트남 지도자들과의 스킨십 행보는 과거 적대국에서 동반자 관계로 탈바꿈하고 개혁·개방 정책을 통해 경제적 번영을 이룬 '베트남 모델'을 일단 부각함으로써 "비핵화만 하면 '제2의 베트남'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발신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중국에 대한 견제구가 깊숙이 깔려 있다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 관측입니다.

베트남과의 친밀감을 한껏 강조하며 관계 강화를 다짐하는 것 자체가 남중국해 문제 등을 놓고 베트남과 마찰을 빚어온 중국으로서는 껄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베트남은 지난 1979년부터 1991년까지 중국과 수차례 국경 분쟁을 겪으면서 물리친 경험이 있고 1991년 관계 정상화 후에도 남중국해 문제 등을 놓고 갈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같은 역사적 배경을 미국이 동아시아 역내 패권을 놓고 경쟁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실제 세라 샌더스 미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과 베트남 최고 지도자 간 회담 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양측 지도자들은 또한 국제법과 항행의 자유 등에 부합되는 분쟁의 평화적 해결과 주권 존중에 대한 공유된 원칙을 통해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증진시키기로 약속했다"고 밝혔습니다.

중국과 베트남의 분쟁 대상인 남중국해에서의 항행의 자유 문제를 또다시 직접 건드린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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