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정권 교수 /사진=충북대학교 병원 제공

○ 출연 : 차정권 충북대학교병원 권역외상센터 교수
○ 진행 : 김정하 기자

김정하 기자(이하 김) : 직격 인터뷰 시간입니다. 오늘은 중증외상환자들의 치료를 돕고 있는 충북대학교병원 권역외상센터 차정권 교수님 모시고 의료 현장에 대한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차 교수님 나와 계시죠?

차정권 교수(이하 차) : 네, 안녕하세요.

김 : 안녕하십니까. 먼저 청취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충북대학교병원 권역외상센터가 어떤 곳인지 짧게 소개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차 : 네, 중증외상환자들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권역외상센터는 2012년부터 선정되기 시작해서 현재까지 전국적으로 16개 센터가 선정이 되었습니다. 아직 미개소 병원을 제외하면 충북대병원을 포함해서 현재 13개 센터가 운영 중에 있습니다. 외상센터는 특성상 한 지역에 여러 개를 설립할 수 없으며 각 도마다 한 두 개 정도 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권역외상센터는 일반적인 응급실에서 시행 가능한 처치범위를 넘어선 추락 사고나 연쇄추돌 교통사고 등에서 발생한 다발적 골절, 흉강 복강 두개내출혈 사지절단 환자들에게 병원도착 즉시 응급수술 및 치료를 실시할 수 있는 시설과 장비, 인력을 갖추고 있어서 심각한 외상으로 인해서 생사의 갈림길에서 선 환자들의 회복을 위해 여러 의료진들이 진료를 시행하는 곳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김 : 쉽게 말해서 심하게 부상을 입으신 분들이 와서 치료를 받는 곳이라고 보면 되겠네요? 그럼 일반 응급실이랑은 조금 다른 것 같은데 잘 모르시고 응급실처럼 찾아오시는 분들도 많으실 것 같아요.

차 : 응급실은 말 그대로 응급상황에서 찾게 되는 곳이죠. 하지만 중증권역외상센터보다 범위가 훨씬 넓습니다. 넘어지거나 부딪치는 상황 등에서 발생한 골절이나 심한 복통, 심근경색이나 뇌경색, 고열 등 일반 외래에서 장시간 대기를 하면서 진료를 볼 수는 없고 빠른 시간 안에 진료를 볼 필요가 있을 때 찾게 되는 곳이지만 중증권역외상센터는 외상, 외상 중에서도 건설현장 등에서 추락 사고나 차 밖으로 튕겨져 나가는 등의 심한 교통사고, 폭발사고, 총기 사고 등 생명에 당장 영향을 줄 수 있을 정도의 큰 외상이 발생했을 때 내원하는 곳으로 이해하시면 좋겠습니다.

김 : 그런데 일반 응급환자들도 그 쪽으로 많이 오실 것 같은데 돌려보내시는 건가요?

외상센터에서 외상센터만 있는 게 아니고요. 외상센터에는 응급실도 같이 있기 때문에 응급상황에서 오시게 되면 자동적으로 안내를 해주게 됩니다.

김 : 그렇군요. 응급상황이라고 하면 골든타임 이게 몇 년 전부터 화두가 되고 있는데, 실제로 치료받을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쳐서 목숨을 잃는 환자들도 많잖아요. 어떤 부분에서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하시나요?

차 : 네, 의학에서 골든타임이 중요하다는 건 많은 분들이 아실 거라고 생각이 됩니다. 심근경색이나 뇌경색 경우에 증상이 생기고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응급실을 방문해야 예후가 좋다는 말 많이들 들어보시지 않으셨습니까? 하지만 중증외상환자들 대부분은 환자들 스스로는 절대 119에 본인이 신고해서 외상센터로 올 수는 없습니다. 추락사고 현장에서는 현장 동료들이, 교통사고 현장에서는 목격자들이 119 등에 신고를 하게 됩니다. 최근에는 중증외상센터에 대한 홍보가 많이 되어 있어서 빠른 시간 안에 신고만 되면 외상 헬기 등을 통해서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외상센터에 도착하게 됩니다. 하지만 혼자 밤에 운전하다 발생한 교통사고나 뺑소니 아파트 등 건물 단독 추락사고와 같이 목격자가 없거나 신고가 지연되어서 늦게 병원에 내원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현실적으로 이런 경우는 의료진으로서도 손을 쓸 수가 없게 됩니다. 물론 빨리 내원하게 되더라도 초기 외상정도가 심해서 사망하는 경우도 있게 되기 마련이죠. 결국 골든타임이란 측면에서 봤을 때는 빠른 신고, 빠른 병원 후송이 제일 기본적이고 중요한 일이지만 처음에 얼마나 심하게 다치고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 다쳤는지도 환자의 목숨 예후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됩니다.

김 : 주로 오시는 환자들은 어떤 경우에 부상을 많이 입으시는 거죠?

차 : 교통사고가 제일 많다고 생각이 되는데요. 특히 고속도로 과속에 의한 충돌사고, 안전벨트 미착용으로 인한 차 밖으로의 튕김 사고, 그리고 오토바이 사고 시에는 복강이나 두개내출혈, 경추 및 골반 골절 등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아서 예후가 안 좋습니다. 그리고 건설현장 사고는 고층 추락사고, 쓰러지는 나무나 돌 등에 의한 깔림 사고, 파쇄기 등에 의한 상하지 절단 사고도 발생하고 있고, 최근 대전에서 발생한 사고처럼 화학물질이나 화약 등에 의한 폭발사고도 종종 발생하는 사고 중 하나입니다.

김 : 몇 년 전에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도 올라왔던 것 같은데 권역외상센터가 인력이 부족하고 장비도 부족하고 정부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 이게 맞는 말씀입니까?

차 : 네, 그렇게 불리는 가장 큰 이유는 언제 중증외상환자가 외상센터에 올지 모르기 때문에 외상센터 수속 의료진 중 누군가는 하루 24시간 1년 365일 항상 병원에 대기를 해야 됩니다. 게다가 단순하고 간단한 환자가 아니고 당장 생명이 위중한 다발성 외상환자를 항상 마주해야 되기 때문이죠. 그러다보니 외상센터에 지원하는 의사들이 점차 줄어들고 제한된 인력이 1년 365일 매일 외상센터를 커버하는 악순환이 지속되다 보니까 많게는 한 분이서 한 달에 절반 가까이 당직을 서게 되는 경우도 생겨나게 되는 상황입니다. 중증외상환자는 해당 환자를 처음 진료하는 전문 의료진의 신속하고 정확한 상황파악과 치료가 환자의 예후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오랜 진료 병원과 숙련된 기술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숙련된 전문 의료진에게 극한 직업으로 여겨지다 보니까 오래 버티지 못하고 중도 퇴사하는 분들이 많고 그럼으로 인해 의학이라는 학문은 가장 큰 중심축인 경험과 지식 전술을 통해서 후배 양성도 해야 되는데 그게 큰 걸림돌이 생기는 거죠. 10년 뒤의 저를 봤을 때도 제가 그 때도 외상센터에서 후배들을 가르치고 있을까 고민되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김 : 스트레스도 많이 받으실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다른 전공의사들 보다 더 많이 받으실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

차 : 저도 경험이 쌓이다보니까 환자가 오면 어떻게 대처를 해야 되고 어떻게 치료를 해야 되는지 알기 때문에 환자 진료에 대한 스트레스는 많이 적게 되는데요. 다만 병원에서 지내야 되는 시간이 많다보니까 피로가 쌓이는 게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습니다.

김 : 그래도 언제 환자가 올지 모르다 보니까 항상 긴장하고 있어야 되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스트레스가 많으실 것 같아요.

차 : 이제는 그 상황을 즐기자 라는 마음으로 하고 있고요. 다만 외상센터에 근무하는 의사들에 대한 대우가 좀 더 나아져서 지원하는 의사들도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 : 지원을 많이 안하시나요? 극한직업 이다보니 의사 분들이 기피하실 것 같은데 어떤가요?

차 : 맞습니다. 항상 지원공고를 내고 있는데 생각했던 것 보다는 지원자가 많이 적은 편입니다.

김 : 한 해에 얼마정도나 뽑으시는 거죠?

차 : 그건 매년 다른데 과 마다도 다르고 다른데 제가 속해 있는 정형외과 같은 경우는 4명 정도를 뽑고 있는데 지금 저를 포함해서 올해 다행히 한 명이 더 지원해서 두 명이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김 : 그렇군요. 채용공고를 내도 지원자가 별로 없다는 말씀이시죠? 교수님에 대해서 궁금한 점이 있는데 말이죠. 교수님께서 손가락이나 발가락 같은 게 절단 되었을 경우에 접합수술을 주로 하신다고 들었는데 그런 환자분들이 많이 오시나요?

차 : 네, 중증외상센터 이다보니까 단순히 손가락 하나 정도 절단된 환자는 오지 않고 보통 청주권역에서는 다른 병원으로 많이 가는 시스템들이 정착되어있습니다. 그래서 중증외상센터 같은 경우에는 두개내출혈이나 복강내출혈 같이 큰 외상환자들에게서 동시에 발생한 손가락 절단 환자 같은 경우가 종종 오고 있습니다.

김 :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 앞에서도 언급했었는데 어떤 지원이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까?

차 : 아무래도 현실적으로 인력 충원이 많이 되어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되는데요. 아무래도 대학병원 말고 다른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에 대한 대우보다 월급이나 그런 측면에서라도 조금 더 의사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 만한 당근을 더 많이 제시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 생각이 됩니다.

김 : 그렇군요. 하루 빨리 대한민국 의료 체계가 확립 되서 많은 사람들이 제 때 치료받을 수 있는 골든타임 안에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네요. 차 교수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충북대학교병원 권역외상센터 차정권 교수님 모시고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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