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BBS ‘아침저널 제주, 이선화입니다’ [이슈 따라잡기]

● 출 연 : 조수진 뉴시스 기자

● 진 행 : 이선화 앵커

● 2019년 02월 13일 제주BBS ‘아침저널 제주, 이선화입니다’

(제주FM 94.9MHz 서귀포FM 100.5MHz)

● 코너명 : 이슈 따라잡기

[이선화] 매주 수요일 한 주 동안 제주도에서 뜨거웠던 이슈를 알아보는 ‘조수진 기자의 이슈 따라잡기’. 뉴시스 제주본부 조수진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조수진: 안녕하세요.

MC: 오늘은 어떤 이슈 준비해오셨나요?

조수진: 10년이 넘도록 줄소송이 이어지면서 복잡하게 얽혀있는 사안이기도 하죠.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사업과 관련해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MC: 예래단지 사업이라면 얼마 전 인허가 행정처분이 모두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죠?

조수진: 네. 그렇습니다. 우선 예래단지 조성 사업에 대해서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중국계 자본인 말레이시아 버자야그룹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인 JDC가 합작 투자한 특수법인 버자야제주리조트가 추진하는 사업입니다.

총사업비 2조5천억원을 들여 2005년에서 2017년까지 서귀포시 예래동 부지 74만여㎡에 1500개가 넘는 객실을 갖춘 휴양콘도미니엄과 객실 1000여개 규모의 호텔, 의료시설, 쇼핑센터 등을 조성하는 대규모 관광주거단지 사업입니다.

대법원은 지난달 31일 예래단지 내 토지 소유주 여덟명이 제주도와 서귀포시를 상대로 낸 ‘도시계획시설사업 시행자 지정 및 실시계획인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인 토지주의 손을 들어준 1심과 항소심의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지난 2017년 9월 제주지방법원은 1심에서 “예래휴양형 주거단지는 사업 시행자의 수익 극대화에 중점을 둔 것으로 국토계획법상 기반시설인 ‘유원지’에 해당하지 않는다”라며 “예래휴양형 주거단지를 유원지 형식으로 개발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제주도와 서귀포시의 인가 처분은 강행규정인 국토계획법상의 법률 요건을 위반한 내용상 하자가 있고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해 무효이다”라고 판결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제주도가 지난해 항소했지만 항소심을 진행한 광주고등법원은 1심 결과를 받아들여 이를 기각했습니다.

그러자 제주도는 최종적으로 대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라며 이번 상고심까지 오게 됐고 결국 지난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예래단지와 관련한 모든 행정처분이 무효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해준 것이죠.

MC: 법원 판결문을 들어보니 예래단지가 유원지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건데요. 관련해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시죠.

조수진: 지난 1997년 서귀포시는 예래단지 사업부지 중 약 40㎡에 이르는 부지를 유원지로 지정하는 도시계획시설로 결정했습니다.

시는 이어 지난 2003년 사업시행예정자를 JDC로 지정했구요. JDC는 지난 2005년 10월 서귀포시로부터 유원지개발사업 시행승인과 도시계획시설사업 실시계획 인가를 받으며 다음해인 2006년 토지 강제수용을 마쳤습니다. 그리고 지난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부지 조성에 나섰습니다.

이 과정에서 토지를 강제수용 당한 일부 소유주들이 예래단지는 유원지의 목적에서 벗어나는 시설이라고 주장하며 제주도지방토지수용위원회와 JDC를 상대로 ‘토지수용재결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에 대법원은 원고인 토지주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번 상고심 판결과 같이 예래단지는 공공시설인 유원지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국토계획 법령에 따르면 유원지는 주민 복지향상에 기여하기 위해 설치하는 오락과 휴양시설을 목적으로 광장과 공원, 녹지 등이 조성돼야 합니다. 즉 공익적인 목적을 가진 시설이기 때문에 관련 설치기준을 반드시 준수해야 합니다.

하지만 예래단지 내 유원지는 그곳에서 사는 주민들을 위한 휴게시설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았죠. 예를 들어 바로 옆 동네 고급 빌라단지 안에 공개된 공원이 있다고 해도 거기 사는 사람이 아니면 이용하기가 어렵겠죠.

MC: 그렇군요. 그런데 3년 전인가 유원지 관련한 규정이 바뀌지 않았나요?

조수진: 네. 제주도는 지난 2015년 ‘유원지 특례 도입을 위한 제주특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개정안에는 유원지 시설 범위에 관광시설을 포함하고 시설의 결정 및 구조, 설치기준에 관한 사항을 제주도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었습니다. 이 안이 통과하면서 유원지 시설에 관광객의 관광 및 휴양을 위해 설치하는 편의시설 및 관광시설이 포함되는 특례조항이 만들어졌습니다.

MC: 그렇다면 예래단지도 해당 특례가 적용돼 사업이 가능했던 건 아닌가요?

조수진: 말씀하신대로 당시 예래단지에 소급적용을 두고 논란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유원지 특별법 개정안의 부칙에 따르면 “이 법 시행 후 실시계획의 인가를 신청하거나 인가 받은 실시계획을 변경하기 위해 신청하는 유원지 개발사업부터 적용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이미 사업이 진행 중이던 예래단지에 관련 특례를 소급 적용하기 위해선 처음부터 인허가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하기 때문에 해당 사항이 없었죠.

MC: 네. 어쨌든 유원지를 지을 것도 아니고 고급주거건물이나 관광시설을 조성한다고 땅을 강제로 수용당한 토지주들은 많이 억울했겠습니다. 소송을 제기했던 주민들에겐 반가운 결과였겠네요.

그런데 당시 법원에서 예래단지 조성사업 과정상 인허가 행정처분에 하자가 명백하다는 점을 근거로 토지수용을 무효라고 했다면 이번 인허가 취소 소송이 무효라는 판결도 당연한 결과였겠습니다.

조수진: 네. 지난해 9월 항소심에서 광주고등법원은 “개발사업에 따라 숙박시설 비중이 51%를 넘고 편익시설은 부대시설에 불과해 예래단지 부지가 유원지라는 기능에 맞지 않게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라며 이 과정에서 진행된 도시계획시설사업 인허가에도 하자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전 법원의 판결과 같은 내용인 걸 알 수 있습니다.

MC: 예래단지 사업 인허가가 모두 무효다... 당연한 결과겠지만 토지를 반환해달라는 소송도 잇따르고 있다구요?

조수진: 네. 현재 예래단지 토지와 관련해 진행되고 있는 소송만 20여건에 가깝고 소송을 제기한 사람은 200명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소송에 걸린 토지는 48만㎡가 넘어 총 사업부지의 65%에 가깝습니다.

또 이번 판결로 다른 토지주들의 집단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도 커졌습니다.

MC: 이대로라면 사업이 더 이상 진행되기는 어렵겠습니다.

조수진: 네. 실제로 소송에다가 사업자의 자금난 때문에 공사는 지난 2015년 7월 이후로 중단된 상태입니다.

사업을 추진하려면 우선 소송 문제를 차치하고 토지를 재매입해야 하는데 문제는 땅값입니다. 토지 수용이 이뤄지기 시작한 2007년 이후 제주도의 땅값이 어마어마하게 오르지 않았습니까. 수천억원에 이를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을 정도입니다.

만약 토지주들과 예래동 주민들이 사업을 거부하고 나서면 토지 소유권을 이전하고 개발이 이뤄진 곳은 원상복구해야 합니다. 하지만 도에 따르면 이미 공정률은 13%에 이르러 원상복구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MC: 사업자는 어떤 입장인가요? 사업을 추진할 수 없으면 가만 있진 않을 텐데요.

조수진: 네. 말씀하신대로 버자야제주리조트는 지난 2015년 11월 JDC가 토지 수용 문제를 완료하지 않은 상태로 투자를 유치했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금액은 3500억원에 이릅니다. 작년 3월에는 제주도와 서귀포시를 상대로 공사 중단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걸었구요.

게다가 사업자 측은 자금난이 심해져 지난 2013년 전체 사업부지의 83%가 넘는 65만여㎡를 JDC에 넘긴 바 있습니다.

MC: 토지주와의 소송과 사업자와의 소송까지. 정말 사업을 추진해도 문제고 안 해도 문제네요. 도나 JDC에서 내놓은 해결책은 무엇인가요?

조수진: JDC는 작년 5월 예래동 주민과 제주도가 참여하는 3자 협의체를 구성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습니다. JDC 이사장 공석인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예래단지 사안은 더욱 지지부진하고 있고요.

제주도 역시 앞서 말씀드린 협의체를 통해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것 말고는 뚜렷한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MC: 사실 예래단지는 20년전에 정부가 제주도를 세계적인 관광지로 키우겠다는 계획. 즉 제주국제자유도시 개발계획 초창기에 외국자본을 거의 처음으로 유치한 대규모 개발 사업이잖아요.

그렇게 야심차게 시작했던 사업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판국이 된 이유는 뭘까요?

조수진: 투자 유치와 개발만 앞세우다 보니 그 과정에서의 절차를 무시하거나 제대로 밟지 않았기 때문이겠죠. 제주도의회가 대규모 개발사업장을 대상으로 대대적으로 행정사무조사를 실시하는 것도 그런 배경에서 시작한 것이라 볼 수 있죠.

MC: 네. 무리한 개발은 결국 시민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까지 가져오죠. 최근 들어 개발주의식 행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는데요. 행정은 이런 목소리에 귀 기울여 현 난국도 지혜롭게 풀어나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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