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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S 뉴스는 올해로 100주년을 맞는 3.1절을 앞두고 일제 강점기 불교계 독립운동의 얼과 자취가 서려있는 현장을 집중 탐방하는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네 번째 순서로 서울 진관사에 숨겨졌던 태극기와 그 안에 담긴 독립운동가 백초월 스님의 독립운동 정신을 조명합니다.

류기완 기자입니다.

 

2009년 5월 서울 은평구 진관사에서 벌어진 칠성각 해체 복원 공사.

불단 안쪽을 뜯어내자 그 안에 한지로 둘둘 말린 뭉치 하나가 발견됩니다.

보자기를 열자 귀퉁이가 불에 그을린 태극기가 나타납니다.

독립신문, 신대한신문 등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에 관한 희귀 자료들과 함께 100년 전 진관사 태극기는 다시 세상에 그 존재를 알렸습니다.

[인서트 1 계호 스님 / 서울 진관사 주지] : "당시에는 이런 종이에 차곡차곡 쌓여가지고, 이 태극기 속에 자료집이 있었어요... 그때 당시 백초월 스님이 진관사에 주석하면서 독립운동을 하기 위해 일장기에다가, 중요한 것은 일장기에 태극기를 그렸다는 것, 일장기에 그렸다는 것은 일본으로부터 우리는 독립을 해야 하고, 일본을 눌러야겠다는 생각에서..."

진관사 태극기를 작은 암자 벽 속에 숨긴 인물은 일제에 맞서 평생을 독립운동에 헌신했던 백초월 스님.

당시 진관사를 독립운동의 거점으로 일제에 항거했던 초월 스님은 일본 경찰의 감시를 피해 태극기를 꽁꽁 숨겼습니다.

일장기의 붉은 원만 도려내, 흰 광목천에 덧붙여 박음질을 하고 푸른색 염료로 태극문양을 만든 진관사 태극기에는 초월 스님의 항일 정신이 오롯이 담겼습니다.

[인서트 2 계호 스님 / 서울 진관사 주지] : "서대문 형무소에서 수감 당해서 굉장히 고통을 받고, 손톱을 뽑는 고통과 인두로 머리를 지지는 곤욕도 겪으셨는데... 일장기에 그렸다는 것은 일본을 어쨌든 눌러서 다시 일어나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제2의 3.1운동을 하시려고 했습니다."

스님은 진관사를 거점으로 젊은 스님들과 함께 '일심회'라는 항일 비밀결사대를 조직했고, 이들에게 화엄경에서 얻은 깨달음을 바탕으로 한 '일심사상'을 설하며 독립운동을 이끌었습니다.

1890년 지리산 영원사에서 출가한 이후, 스님은 서울로 상경해 진관사와 현재 BBS 불교방송 뒤편에 있던 마포 포교당을 오가며, 임시정부와 독립군을 위한 군자금을 모았습니다.

당시, 불교계가 개신교와 천주교에 비해 독립군 군자금 모금에 소극적이었다는 일부 주장을 반박하는 중요한 역사적 사실이기도 합니다.

스님은 '혁신공보(革新公報)'를 발간하며 민족의식을 함양하는 데도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최근 들어 초월 스님의 행적은 서울 은평구를 비롯한 지자체를 중심으로도 재조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진관사 태극기 비 제막과 사찰 앞으로 이어진 백초월길 조성, 스님을 소재로 한 웹툰 제작 등에 구청이 힘을 쏟았습니다.

[인서트 3 김미경 / 서울 은평구청장] (전영신의 아침저널 中) : "은평에서는 2015년 3월 1일부터 주요 가로변에 진관사 태극기를 게양하고 있습니다. 이게 진관사 태극기는 백초월 스님이 독립운동 당시에 사용하고 숨겨둔 것으로 추정이 되는데요. 1919년도 항일운동의 거점이 진관사였음을 대변하는 것으로도 역사적 가치가 있다고 생각이 들고요. 여기에 맞춰서 또 백초월 스님 선양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스탠딩]

역사의 뒤편에 묻혀있다 뒤늦게 확인된 백초월 스님의 태극기는 역사적 진실의 힘으로 더 큰 감동을 안겨줍니다.

독립운동가들의 정신과 업적을 올바르게 발굴하고 조명하는 일의 중요성이 3.1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더욱 크게 다가옵니다.

진관사에서 BBS 뉴스 류기완입니다.

영상취재: 장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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