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기업과 지방자치단가 손잡은 첫 사례... "청년 일자리 창출에 큰 몫 할 것으로 기대"

[사진=청와대]

광주시와 현대자동차와 간의 '광주형 일자리' 투자 협상이 타결됐습니다.

임금은 줄이고, 일자리를 늘리는 사회통합형 모델인 '광주형 일자리'가 타결되기까지 4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어제 협상 타결로 인해 현대자동차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위탁생산 체계를 갖추게 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광주시청에서 열린 '광주형 일자리 투자 협약식'에 참석할 정도로 관심을 보였습니다.

자동차 기업과 지방자치단체가 손잡은 첫 사례이기 때문에 기대와 함께 과제도 많습니다.

선인기자의 시선에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양봉모 선임기자가 연결돼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광주형일자리, 그동안 타결이 될듯하다가 무산되기를 수차례 거듭하면서 어려운 거 아니냐는 비관론도 많았습니다만, 협상타결이 됐군요.

[기자]

긴 시간이 걸렸죠.

지난 2014년 윤장현 전 광주시장이 공약으로 내걸고 논의를 시작한 게 '광주형 일자리'의 출발점입니다.

광주형 일자리는 단순한 일자리 창출을 넘어 노사민정 대타협을 통한 노사 파트너십 구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광주시청에서 열린 '광주형 일자리 투자 협약식'에 참석해 "입춘과 설을 앞두고 국민께 희망을 드려 매우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광주형 일자리는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적정임금을 유지하며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걸 증명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자동차 업계는 고임금 저효율이 늘 문제로 지적돼 왔습니다.

지난해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도 그런 맥락이거든요.

그런데 광주형 일자리가 타결이 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도 투자를 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광주형 일자리가 정착되면 자동차 뿐 아니라 또 그동안 국내 투자를 꺼리던 대기업들이 국내 투자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타결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용어정리부터하고 갔으면 하는데요.

‘광주형일자리’라는 게 뭔지 설명을 해주시죠.

[기자]

광주형 일자리는 △적정 임금 △적정 노동시간 △노사책임경영 △원·하청 관계 개선 등 '4대 원칙'이 핵심입니다.

현대·기아차 평균 연봉은 9천만원대 초반으로, 국내 완성차 5곳의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12.3%)은 토요타(5.85%) 2배가 넘습니다.

이번 협약안은 초임연봉 3천500만원, 근로시간 주 44시간, 생산규모 연간 10만대 등이 담겨있습니다.

[앵커]

연봉이 절반밖에 안되는데, 그럼에도 타결이 됐다는 것은 노동자 입장에서는 감수해야 할 부분이 많겠는데요?

[기자]

연봉은 낮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여기에 주거·육아·여가생활 등 생활기반과 복지를 더해 실질 임금을 높이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연봉이 아주 적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연봉은 4천만원 정도지만 복지혜택이 대거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동안에도 이에 대한 이견 때문에 '현대차-광주시-노동계'는 7개월 이상 협상을 끌어왔습니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임금은 줄어들지만 현재처럼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일자리를 나누는 것으로 사회적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이번 타결로 인해서 대기업 반값 연봉 수준으로 직접 고용 일자리 1천여개가 만들어지고, 간접고용까지 포함하면 1만2천여개의 '광주형 일자리'를 창출하게 됩니다.

반값 연봉과 복지를 결합한 이른바 광주형 일자리가 청년 일자리 창출에 큰 몫을 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현대자동차가 광주광역시 주도로 추진되는 신규 자동차 생산 합작법인에 주주의 일원으로 참여하기로 했고 이를 통해 청년 일자리도 창출 할 수 있다는 게 골자인 것 같은데요.

앞으로 어떻게 추진됩니까?

[기자]

빛그린국가산업단지에 오는 2022년까지 연간 10만대 규모의 완성차 공장(62만8천㎡)건립이 추진됩니다.

신설법인은 자본금 약 2천800억원 등 총 7천억원 규모로 설립됩니다.

광주시측이 자본금의 21%인 약 590억원을 출자한 최대주주고 현대차는 약 530억원을 출자해 19% 지분 투자자로 참여합니다.

현대차는 경영권 없는 비지배 투자자로 참여합니다. 투자자 일원으로 경차급 SUV를 신규 개발해 신설법인 생산공장에 생산을 위탁하고 완성차를 공급받게 됩니다.

신설법인은 노사로 구성된 '상생노사발전협의회'에서 제반 근무 환경 및 조건에 대해 협의하고, 유효기간은 누적 생산 35만대 달성 시까지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광주시는 실 투자규모 10% 보조금, 취득세 75% 감면, 재산세 5년간 75% 감면 등 대규모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신설법인의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할 방침입니다.

[앵커]

임금은 줄이고, 일자리를 늘리는 '광주형 일자리'가 4년이라는 오랜 시간동안 협상을 해 왔는데요.

그동안의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죠?

[기자]

협상타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광주시와 현대차, 현대차노조 등이 수많은 협상을 가진 끝에 타결을 이끌어 낸 겁니다.

'광주형 일자리'는 지난 2014년 윤장현 광주시장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사안입니다.

윤사장은 취임하자마자 전담 조직을 만들고 기아차 광주공장 노조위원장 출신인 박병규 씨를 경제부시장으로 영입했죠.

연구용역 보고서가 나오고 관련 조례를 제정하는 등 노력을 했지만 현대차가 묵묵부답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해 6월 현대차가 광주시에 완성차 공장 설립을 위한 지분투자 의향서를 제출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됩니다.

하지만 의견 차이로 지난 6월 19일 투자 협약식이 연기되죠.

민선 7기 이용섭 시장이 취임하면서 고삐를 죄였지만 지난해 9월에는 한국노총이 협상 불참을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10월, 노동계가 참여한 협의체인 '원탁회의'가 만들어지면서 속도를 냈고 지난해 11월 시·노동계·전문가가 참여한 '투자유치추진단'과 협상단을 꾸려 현대차와 협상에 들어갔습니다.

지난해 11월 27일 지역 노동계가 협상 전권을 광주시에 위임하면서 12월 4일 현대차와 극적인 합의를 합니다.

하지만 협약식을 하루 앞두고 노동계 반발로 무산되자 이용섭 시장이 직접 협상단장을 맡으면서 협상 타결에 까지 이르게 된 겁니다.

[앵커]

‘광주형일자리’도 문대통령의 핵심정책 중 하나잖아요.

이번 협상타결을 위해서 정치권도 그렇고 청와대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였잖아요?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비전인 '함께 잘사는 혁신적 포용국가'의 실천적 사례가 바로 광주형일자리라는 시각이잖아요.

청와대는 광주형 일자리가 새로운 경제동력을 촉발하는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정태호 청와대 1기 정책기획비서관을 지난해 6월 일자리수석으로 전격 발탁한 계기도 광주형 일자리때문이라고 당시 임종석 비서실장이 인사배경을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정 수석이 광주를 방문해서 조율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광주 지역에서도 이런 정 수석의 역할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앵커]

현대자동차는 20년이 넘도록 국내에 완성차 공장을 건립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광주에 완성차 공장을 건립하는 데 참여를 했단 말예요. 현대자동차도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을 했기 때문일텐데요, 경차급 SUV를 생산하는 공장이잖아요. 경차급 SUV가 승산이 있다고 봤을까요?

[기자]

경차급 SUV가 팔리겠느냐는 의구심부터, 이미 대세는 전기차 수소차인데 휘발유 경차급 SUV가 말이 되느냐까지 말이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차는 2021년 광주공장이 완공되면 경차급 SUV를 신규 개발해 신설법인에 생산을 위탁, 공급받아 국내에 판매할 계획입니다.

2002년 경차 아토스를 단종한 이후 약 20년 만에 국내 경차시장에 복귀하는 것인데요.

그동안 현대차는 판매 가격 대비 국내 생산 비용이 높아 경형 신차를 내놓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광주형일자리’는 노동자 평균 초임 3500만원 정도라는 적정임금과 노사상생 생산시스템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경쟁력 있는 경차를 생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본 것일 겁니다.

[앵커]

2021년에 이 공장이 완성되면 그때부터 생산이 되는데, 경차형 SUV가 인기가 있습니까?

[기자]

현재 국내 경차 시장은 16만대 규모, 전체 산업수요의 약 9%(지난 5년 평균)입니다.

현재 국내 경차 시장은 기아차, 한국지엠이 양분하고 있는데요. 지난해에는 기아차 8만6천대, 한국지엠 4만대 등입니다.

현대차는 광주공장에서 코나, 스토닉보다 작은 경형 SUV 'QX1'을 생산할 계획입니다.

국산 SUV 시장은 2018년 51만9886대로 전체 산업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3.5%를 차지합니다.

SUV의 인기가 계속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경차형 SUV 신차를 개발해 경차 수요를 끌어올린다면 현재 기아와 한국지엠으로 양분돼 있는 경차 시장에서 해볼만 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자동차 기업과 지방자치단체가 손잡은 첫 사례인 만큼 앞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도 많을 것 같애요.

[기자]

가장 큰 걸림돌은 현대차 노조의 거센 반발입니다.

현대차 노조는 어제 광주시청 앞에서 1천여명이 참석해 원천무효라며 대정부투쟁을 선언했습니다.

현대차 노조는 앞으로 민주노총 등과 공동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가 자동차 산업 몰락과 노동자 구조조정을 촉발해 고용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대차가 광주공장 경영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 지자체 주도 광주형 일자리이기 때문에 노조의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노조 반발 외에도 본격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여러 난관이 있습니다.

5천억원이 넘는 신설법인 추가 투자금 확보도 해야하고 가장 큰 문제는 국내 자동차 산업이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광주 완성차 공장이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할 겁니다.

일단 일자리문제 해결을 위해 추진했지만 타당성 검토와 지속 가능성에 대한 담보가 되지 않을 경우 광주시 재정을 더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전국 최초로 지자체가 주도하는 완성차 공장 설립이기 때문에 부담은 큽니다.

특히 휘발유용 경형 SUV를 만드는 회사인데 미래형 친환경차 바람 속에서 휘발유 경형 SUV가 버틸 수 있을까하는 우려도 있습니다.

공장 가동률 등 생산 효율성에 대한 문제도 적지않습니다.

자동차 기업들은 한 공장에서 최소 2~3개 이상 차종을 함께 생산하는데 광주공장은 배기량 1000㏄ 미만 경형 SUV 1개 차종에 불과합니다.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앵커]

노조의 거센 반발속에 광주형일자리 협상이 타결됐습니다.

앞으로 난관도 많겠습니다만 '괜찮은' 청년 일자리의 창출이란 점이 큰 매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광주형일지리 협상타결, 선임기자의 시선으로 정리해주시죠.

[기자]

임금을 줄이는 대신 일자리와 복지를 늘리는 것이 광주형 일자리입니다.

광주형 일자리에 반대하는 현대차 노조와 민주노총은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며 임금 격차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나중에는 현대와 기아차 직원들의 연봉도 깍이지않을까하는 우려때문이겠죠.

광주형일자리의 모델인 독일 폭스바겐사 역시 이런 진통을 겪었습니다.

2002년, 노조와 적정한 임금을 합의해 독일 내에 ‘아우토5000’이라는 실험을 추진했고 당시 독일 슈뢰더 총리가 직접 개입하면서 이 모델을 성공으로 이끌어냈습니다.

동구권이 붕괴되면서 실업률이 90%에 달하던 90년대에 노조와 기업 그 지역의 구성원들이 사회적 합의를 통해 극복한 사례로 꼽힙니다.

광주형 일자리 역시 노동자에게는 4천만원 정도의 임금을 보장하고, 기업의 부담을 줄이면서 지역민들에게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프로젝트입니다.

기업과 시민 지자체가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한 것이 광주형 일자리라고 볼수 있습니다.

2021년 공장이 가동되면 직간접 일자리는 1만2천 개 이를 것으로 보입니다.

갈수록 쇠퇴하고 있는 자동차 산업에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고 임금을 절반으로 줄임으로써 기업이 국내에 투자하고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광주형일자리가 어려운 난관속에서도 타결을 이끌어 낸 만큼 반드시 성공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광주뿐만 아니라 군산 대구 등지로 확대됨으로써 일자리 창출은 물론 국내 기업에도 활력을 불어 넣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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