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아 조계종 총무원 청사에 새 슬로건이 걸렸다. 특히 ‘화합과 혁신으로 미래불교를 열겠습니다“라는 문구 바로 위에 총무원과 교육원, 포교원, 중앙종회, 호계원 등 종단의 행정과 입법, 사법을 담당하는 기관명이 나란히 명기 되었다. 처음 이 현판을 본 순간 나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쳐다보았다.

 마침 그날 취재 차 조계종 포교원장 스님을 뵐 일이 있어 “종단의 새 스로건 위에 나란히 표시된 기관명들이 36대 집행부를 상징하는 것 같다”는 말을 하니, “진작 그랬어야 했다” 동감의 뜻을 표했다. 94년 종단개혁으로 종단의 교육과 포교를 연속성을 가지고 추진하기 위해 교육권과 포교원이 별원으로 독립을 해 현재의 3원 체제를 이뤘다. 하지만 역대 교육원과 포교원이 총무원 산하에 있는 듯 한 분위기는 지속되었는데, 이제 3원과 중앙종회, 호계원이 다 함께 손을 잡고 "미래불교를 열겠다"고 천명하는 것 같아 보기가 좋았다.

개인적으로는 현 집행부가 역대 집행부 중에서 내부 소통을 가장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는 것 같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총무원장과 교육원장, 포교원장 스님이 매주 월요일 아침에는 차담시간을 가지며, 집행부의 부실장 스님들도 수시로 만나 차담을 즐긴다고 알려져 있다. 현 총무원장 원행 스님이 오래전부터 탁구를 즐겨 왔는데, 총무원 내에서 서로 모여 탁구를 즐기는 탁구열풍이 지난해 연말부터 불기도 했다. 총무부장 금곡스님은 지난달 일반직 종무원 인사에 앞서 종무원들과 함께 식사를 하며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적으며, 내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도 했다. 현 집행부 출범 전 노동조합이 생겨났기에 더욱 신경을 썼던 것 같고, 교역직과 일반직 종무원들이 모두 함께 낙산사 등으로 대규모 워크숍에 나선 것도 36대 집행부가 ‘소통과 화합’에 방점을 찍었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36대 집행부는 전임 총무원장의 불신임으로 갑자기 치러진 선거로 출범했다. 그 출발 자체가 어찌 보면 숙명적인 한계 속에서 첫 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흔히들 총무원장 선거를 국가의 대통령 선거에 비유하곤 하는데, 역대 집행부 후반기에는 중앙종회 내 각 종책 모임들이 내부에서부터 하마평과 검증을 거쳐서 후보를 선출하고 선거에 임하는 데, 36대 총무원장 선거는 그 과정이 긴박했고 짧았다. 또 그 누구도 섣불리 총무원장 선거에 임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총무원장 임기 4년은 종책을 입안하고 구체적 결실을 얻기까지는 어찌 보면 너무나 짧은 시간이다. 역대 집행부를 보면 상당수의 주요 종책 사업들이 집행부가 바뀌어서 마무리 되었다.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은 정대스님 당시에 추진 돼 법장스님 때 완공되었고, 법장스님이 삽을 떴던 한국문화연수원도 다음 집행부에서 마무리 되었다. 이는 재임에 성공한 자승스님 또한 마찬가지로, 자승스님 당시에 시작된 종책사업들 또한 현재 진행형이다. 

설정 전 총무원장 스님이 취임하자마자 멸빈자 사면을 추진했던 것도 어찌 보면 취임 1년차에 시작하지 않으면 집권 후반기에는 이를 시도조차 하지 못할 거라는 현실적인 판단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총무원장의 재임은 사례가 있으나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깝고, 성과만큼의 부작용도 존재한다. 자승스님 또한 지난 2016년 총무원장선출제도혁신특위에서 현행 4년인 총무원장 중임제를 5~6년의 단임제로 변경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4년의 총무원장 임기기간 중 첫 해는 중요하다. 매번 집권 후반기에 연출되곤 했던 종권의 부재상황과 총무원장 선거 분위기가 36대 집행부에서는 보다 빨리 연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에 더욱 그러하다. 36대 집행부 내부의 '소통과 화합'이 어떠한 구체적 성과와 활동으로 이어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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