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BBS ‘아침저널 제주, 이선화입니다’ - 이슈 따라잡기

● 출 연 : 조수진 뉴시스 기자

● 진 행 : 이선화 앵커

● 2019년 01월 09일 제주BBS ‘아침저널 제주, 이선화입니다’

(제주FM 94.9MHz 서귀포FM 100.5MHz)

● 코너명 : 이슈 따라잡기

[이선화] 매주 수요일 한 주 동안 제주도에서 가장 뜨거웠던 이슈를 알아보는 ‘조수진 기자의 이슈 따라잡기’. 뉴시스 제주본부 조수진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조수진] 안녕하세요.

[이선화]오늘은 어떤 이슈 준비해오셨나요?

[조수진]지난주에 새해를 길 위 천막에서 맞은 사람들 이야기를 전해드렸었는데요.

[이선화]네. 윤경미 제주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과 단식 농성 중인 김경배씨 이야기 나눴었죠.

[조수진] 그저께였던 지난 월요일 오후 1시 제주시가 제주도청 맞은편에 설치된 김경배씨가 지내는 텐트와 천막, 그리고 제주녹색당이 시민 당사로 운영하던 천막 두 동을 모두 철거하는 행정대집행을 진행했습니다. 또 도청 현관 앞에 앉아 제2공항 건설을 반대하며 연좌 시위를 하던 시민들도 끌어냈는데요.

행정대집행이란 행정관청으로부터 명령을 받은 특정 시설이나 개인이 법적인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행정기관이 강제로 명령 집행을 하는 것을 뜻합니다.

이번 경우엔 제주시가 도로 위에 천막을 설치한 행위는 도로법에 위반한다며 자진 철거를 명령했는데요. 김경배씨와 제주녹색당이 이를 따르지 않자 대집행까지 이뤄지게 된 것입니다.

[이선화]지난주 방송을 하면서도 도청 바로 앞에 있는 농성 천막을 그대로 둘 것 같지는 않다고는 예상했습니다만. 결국 철거했군요.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조수진]네. 제주도와 제주시는 이날 오전 9시 대집행을 하겠다고 예고한 상황이라서 이른 아침부터 도청 앞엔 긴장감이 돌았습니다. 천막 농성을 하던 녹색당과 시민들은 같은 시간인 9시부터 현장 집회를 열고 경찰에 집회 참가자에 대한 보호를 요청해 대응했습니다.

집시법이라고도 하죠.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집회 주최자는 시위가 방해받을 염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관할 경찰에 보호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집회 참가자들을 보호 절차에 들어갔구요.

경찰들과 집회 참가자들에 막혀 제주시는 곧바로 철거를 하진 못했습니다.

[이선화]그럼 오후에 다시 가서 철거를 한 건가요?

[조수진]네. 제주시는 이날 오후 1시에 농성 천막 철거를 다시 시도했습니다. 특히 녹색당 천막은 이번 달 29일까지 집회 신고를 한 장소에 설치되기도 했고 오전에 제주시 공무원들이 철거를 못 하고 돌아가고 나서는 집회 참가자들이 자리를 비운 상태라서 공무원들이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쉬웠습니다. 여기부터 철거가 시작됐죠.

300명이 넘는 공무원들이 동원돼 현장을 둘러싸고 수십 명의 공무원들이 천막을 잡아당기는 과정에서 이를 막으려는 집회 참가자들과 취재하려는 기자들까지 몰려들어 이곳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특히 김경배씨가 머물던 천막에는 안에 사람이 있는 채로 천막이 무너져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던 아슬아슬했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대집행이 시작된 지 30분 정도 지나서 천막은 모두 철거됐고 같은 시간 도청 앞에서 연좌 시위를 벌이던 시민들도 도청 공무원들에게 들려 끌려나갔습니다. 이 과정에서 공무원과 집회 측간 충돌이 있기도 했지만 다행히 큰 인명피해는 없었습니다.

[이선화]사람들이 크게 다칠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큰 사고는 없었다니 그나마 다행이긴 합니다. 지금은 상황이 어떤가요?

[조수진]월요일 낮에 천막이 철거되고 그날 밤 같은 자리에 천막이 다시 생겼습니다. 하나는 제주녹색당이 다시 설치했고 또다른 하나는 청년민중당 제주도당이 설치했다고 합니다. 도청 현관 앞 연좌 시위도 다시 재개됐습니다. 김경배씨도 계속해서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고요.

[이선화]그렇군요. 원희룡 지사는 이번 대집행이 많이 신경 쓰였을텐데 한 번 나와보지 않던가요?

[조수진] 네. 그 날 원 지사의 얼굴을 볼 수 없었습니다. 대집행 날 김경배씨와 연좌 시위를 하던 시민들이 원 지사와의 면담을 요구하자 제주도는 “지사께서 해외 출장 중이라 면담이 어렵다. 대신 정무부지사와 면담하는 건 어떠냐”고 요청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주도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원 지사는 하루 휴가를 내고 출근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하더라구요. 사실 연좌 시위는 지난주 목요일부터 시작됐는데 원 지사는 그 때부터 시위자들을 피해 정문이 아닌 다른 문으로 다녔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제 오전 원 지사가 출근길에 연좌 시위를 하던 시민들과 드디어 맞닥뜨리게 됐습니다. 이날 원 지사는 항의하는 시민들을 애써 외면하며 계단 가장자리 쪽으로 도청을 들어서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정오쯤 원 지사가 탄 차량이 도청을 나서자 일부 시민들이 면담을 요구하며 차 앞에 뛰어들거나 드러누워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고요.

[이선화]적극적으로 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런 과격한 행동은 좀 걱정이 되네요. 원 지사의 반응은 어떤가요?

[조수진]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집회 참가자들을 외면하던 원 지사는 오후부터 다른 모습을 보였습니다. 원 지사가 이날 오후 4시쯤에 도청 현관을 들어서며 계단 중앙에 깔린 시위자들의 피켓과 현수막을 그대로 밟고 지나갔는데요. 지나가면서 시위를 벌이던 시민들에게 “이 곳은 도민과 민원인들이 다니는 곳입니다. 방해하지 마세요”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시위에 참가하는 시민들은 도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건지 궁금했습니다. 그들도 어떤 관점에서 보면 민원을 하러 온 도민인데요.

또 이날 오후 1시쯤엔 제주도가 언론사들을 상대로 웃지 못 할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제주도에서 도청 출입기자들에게 “금일 13시10분 지사님 정문 출입예정입니다. 현장에서 충돌 우려가 있으니 언론취재 시 참고바랍니다”라는 문자 메시지를 발송한 건데요.

집회 참가자와 원 지사간 충돌 과정을 취재해달라는 요청으로 읽히는 부분이라서요. 언론 플레이를 하려는 게 아니었냐는 지적이 나온 것이죠. 기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자 해당 부서는 10분만에 원 지사의 정문 출입이 취소됐다는 문자 메시지를 다시 보내기도 했습니다.

[이선화]그런 일까지... 원 지사가 이렇게까지 김경배씨를 만나지 않으려는 이유는 뭔가요?

[조수진]지난 2일 원 지사는 새해를 맞아 들른 기자실에서 김경배씨와 만나지 않는 이유를 밝히긴 했습니다. 원 지사는 “면담을 갖게 되면 그게 또 빌미가 될 수 있어 지혜가 필요하다”라고 답했는데요.

제2공항 사업이 국토부에서 진행하는 국책사업이다 보니 제주도가 나서는 것 자체를 꺼려하는 것이죠. 이 사업에서 권한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제주도가 자칫 나섰다가 제2공항과 관련한 갈등이 더욱 커진다면 그 책임을 제주도에 돌릴 수 있는 상황이니까요.

[이선화]원 지사 입장에서도 많이 답답한가보군요. 다시 농성 얘기로 돌아가서 이번 사태는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네요.

[조수진]네. 천막 농성은 이제 법적 분쟁으로까지 번질 것으로 보입니다. 월요일에 있었던 천막 철거를 놓고 제주녹색당과 집회 참가자들이 정당한 집회를 방해했다며 어제 검찰에 고소를 했는데요.

제주시는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도로의 구조나 교통에 지장을 주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도로법에 따라 행정대집행을 진행한 것이고요.

집회 주최측은 제주도와 제주시가 집시법을 위반했다며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고희범 제주시장을 고소했습니다. 집시법에 따르면 누구든지 폭행, 협박, 그 밖의 방법으로 평화적인 집회 또는 시위를 방해하거나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고소인들은 “제주시와 제주도는 강압적인 강제 철거 방식으로 합법적이고 평화적인 집회를 방해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 고소의 관건은 도로 위에 설치한 천막이 공익을 해할 정도였는지 여부라고 합니다. 가보시면 아시겠지만 천막 앞은 유모차나 휠체어도 충분히 지날 정도로 상당히 여유가 있습니다. 통행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보이더라고요.

[이선화]행정과 집회 주최측 간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지는 형국이네요. 좁힐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조수진]가장 먼저 소통이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요. 행정이 좀 더 많은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자세를 취한다면 이렇게까지 반발이 심하지 않을 거라 봅니다.

사실 집회 참가자들이 가장 먼저 외치는 것은 ‘제2공항 반대’보다 ‘소통’이었습니다. 우리 얘기 먼저 들어달라는 거죠. 돈도 없고 권력도 없는 시민들이 목소리를 낼 공간이 마땅치 않다보니 도청 앞에 천막을 세운 것이고요.

천막이 철거되기 전 농성장을 찾았던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한 제주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시민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이 정치인이 해야 할 첫 번째 일이다. 제주도에서는 도로법이라는 실정법을 들면서 얘기할 게 아니라 시민들이 천막을 치게 된 이유부터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청와대 앞에서도 천막을 설치하는데 도청 앞은 왜 안 되는가라며 탄식을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선화]이번 철거 사태를 바라보는 지역사회의 반응도 궁금하군요.

[조수진]지역 정당들도 강제 철거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습니다. 어제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은 어제 성명을 내고 “단식 농성 중인 천막을 물리적인 방법으로 제압하는 것은 우리 정부의 국정 운영 철학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고. 정의당 제주도당도 “녹색당 천막 철거는 정당의 정치 탄압”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민주노총 제주본부 역시 “집회신고가 된 장소를 강제 철거한 것은 공무원에 의해 유린당했다”고 비난했습니다. 제주도 인권위원회는 권고안을 통해 “행정대집행 전후 과정에서 물리적인 폭력이 사용된 점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라며 “원희룡 지사는 도민의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선화]제2공항이 워낙 규모가 큰 사업이고 찬반 여론이 아직도 팽팽하죠. 또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누구나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기는 힘들겠죠. 제주도정도 그렇고 정부도 그렇고 ‘소통’이라는 열쇠를 가지고 지혜롭게 이 사태를 풀어나가길 바랍니다. 조수진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조수진]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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