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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의 종교 현황 보고서가 주먹구구식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정부의 문화 정책을 왜곡하고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큽니다.

보도국 정영석 기자 나와 있습니다.

정 기자! 문체부가 발간한 한국의 종교 현황 보고서, 무엇이 문젭니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짜깁기와 재탕으로 만들어졌다, 이렇게 볼 수 있겠습니다.

문체부가 최근 발간한 '2018년 한국의 종교 현황' 보고서인데요.

종교별 교세와 교단, 종립학교 현황 등의 정보가 총망라해 담겼습니다.

문체부는 이 보고서를 한국학중앙연구원에 연구를 맡겼는데,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4년 전 논란이 됐던 통계청 발표 자료를 그대로 옮겨 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때 불교 신도 숫자가 사상 처음으로 2위로 밀려나, 통계청 자료의 신빙성에 의문을 가져왔고, 당시 조계종은 부처에 항의하기도 했었습니다.

문제는 종교별 교세, 즉 어느 종교의 신자 수가 얼마더라 이런 통계치를 이번에 베껴서 만든 것입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연구 용역을 맡은 한국학중앙연구원 관계자의 말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인서트1. 한국학중앙연구원 관계자(음성변조): 보고서 만드는 비용이 2천만 원이에요. 그걸로 인구조사를 할 수도 없고, 그래서 이제 (통계청) 2015년 것을 가지고 올 수밖에 없고요.]

 

그러니까, 연구비가 2천만 원 밖에 안돼서 2015년 종교 현황 통계 자료를 그대로 썼다는 얘기잖아요.

그런데 이뿐 아니라 객관적으로 조사되지 않은 자료도 실었다고요?

 

그렇습니다. 보고서에는 사찰과 교회, 성당 숫자와 종교별 신도 수가 정리됐는데요.

신빙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각 교단이 교세 확장을 위해 자체 작성한 홍보성 자료를 검증도 없이 그대로 실은 겁니다.

예를 들면, 우리 종단의 신자 수가 천만 명이다. 그러면 이 천만 명을 객관적으로 조사하지 않고 옮겼다는 얘깁니다.

왜 이런 보고서를 만들었는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인데요. 사정은 직접 조사한 연구원도 마찬가지인 듯합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관계자의 말 들어보시죠.

[인서트2. 한국학중앙연구원 관계자(음성변조): 사실 각 교단에서 저한테 수를 알려줄 때 근거는 없어요. 그리고 우리가 교단 측에 근거를 달라고 요구할 수도 없고, 그리고 또 그렇게 얘기를 해도 각 교단에서 들어줄 수도 없고요.]

 

이런 보고서가 정부의 문화정책 수립의 근거로 활용된다면 더 큰 문제겠네요?

 

그렇습니다. 종교별 신도 수는 종단 위상에 영향을 주는 민감한 부분인데요.

전문가들은 이런 자료가 국가 정책 수립이나 예산 지원 과정에 반영된다면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또, 각 종교마다 집계 방식이 다르다면서 조사 방식을 반드시 밝혀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윤승용 이사입니다.

[인서트3. 윤승용 이사/한국종교문화연구소: 집계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기독교에서 집계하는 방식하고, 불교에서 집계하는 방식하고, 그 다음에 소위 말해서 우리가 얘기하는 신종교 이런 곳에서 집계하는 방식하고 다르다는 것입니다. 교단마다 상당히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조사하는 방법을 밝혀줘야 하는 것입니다.]

 

문체부는 객관성을 담보하지 않은 이 같은 자료를 최근 공개적으로 배포해 많은 언론에서 기사화가 됐다고요?

 

네, 저도 취재를 하면서 보고서가 기사화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몇몇 언론사들은 하나같이 보고서 자료를 받아 보도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신규탁 연세대학교 교수와 관련 대화를 나눴는데요.

신 교수는 정기적 간행물이 아닌 보고서가 왜 이 시점에서 나왔는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인서트4. 신규탁 교수/연세대학교 철학과: (보고서) 시점에 대한 타이밍도 정말 중요합니다. 정기적으로 하는 인구조사인지, 또는 통계조사인지도 중요한데 그런 것이 정기성을 뛰어넘어서 그런 해왔던 관행들이 있지 않겠어요? 그 시기에 대한 관행들이...그런 것과 관계없이 그냥 느닷없이 나왔을 때는 그것이 의도가 무엇이냐에 대해서 우리가 물어볼 수 있죠.]

 

정부 공인 통계 조사 결과가 갖는 무게감을 감안하면 단순히 예산 낭비 정도로 치부해서는 안 돼 보입니다. 문체부에서는 뭐라든가요?

 

문체부에서도 이 같은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종교간 비교 분석 자료의 실질적 최신판인 이 보고서가 4년 전 자료를 토대로 재탕한 보고서란 얘깁니다.

문체부 직원의 말 들어보시죠.

[인서트5.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음성변조): 기존 2011년도에 가지고 있는 현황을 토대로 해서 저희가 수렴할 것은 하고, 업데이트를 한 것이거든요. 새로 만들어 놓은 것은 아니고...그런 부분이 좀 있었던 것 같네요 보니까.]

비슷한 규모의 여러 종교가 공존하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정부의 주먹구구식 종교현황 통계치가 정책을 왜곡하고 갈등을 일으키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고 있습니다.

 

네, 문화부 정영석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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