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BBS ‘아침저널 제주, 이선화입니다’ - 이슈 따라잡기

● 출 연 : 조수진 뉴시스 기자

● 진 행 : 이선화 앵커

● 2019년 01월 02일 제주BBS ‘아침저널 제주, 이선화입니다’

(제주FM 94.9MHz 서귀포FM 100.5MHz)

● 코너명 : 이슈 따라잡기

[이선화] 매주 수요일 한 주 동안 제주도에서 가장 뜨거웠던 이슈를 알아보는 ‘조수진 기자의 이슈 따라잡기’. 뉴시스 제주본부 조수진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조수진] 안녕하세요.

[이선화]2019 새해 처음으로 다루는 이슈. 어떤 내용인가요?

[조수진]오늘은 새해 첫 날밤을 길 위에서 보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이선화]이 추운 겨울날에 길 위에서 밤을 보냈다구요? 어떤 사연인가요?

[조수진] 많은 사람들은 따듯한 집에서 가족이나 지인과 함께 새해인사를 나누기도 하고. 새해 첫날을 기념할만한 장소를 찾기도 하죠. 그래서 저도 매년 1월1일이면 일출을 볼 수 있는 산이나 바다로 가서 기대에 가득찬 사람들의 모습을 취재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좀 특별한 곳을 찾아가봤습니다. 바로 제주도청 맞은편에 있는 텐트와 천막에서 지내는 사람들인데요.

[이선화]아. 천막농성하시는 분들 말이군요.

[조수진] 네 그렇습니다. 이틀 전이었죠. 작년 마지막 날인 12월31일에서 1월1일로 넘어가는 밤에 도청 앞 천막에서 생활을 하고 있는 분들을 만나고 왔습니다.

전날까지만 해도 제주도는 강풍주의보가 내려졌을 만큼 추웠는데요. 다행히 이날은 바람이 많이 불지 않아 그나마 덜 추웠습니다. 이곳엔 현재 소형 텐트 1개와 그보다 조금 큰 천막 1개, 그리고 대형 천막 2개가 설치돼 있는데요.

가장 작은 텐트는 작년 12월19일 서귀포 성산읍 주민 김경배씨가 친 것입니다. 이 분은 작년까지 제2공항성산읍반대대책위 부위원장으로 활동하기도 했었죠. 1년 전에도 제2공항 부지선정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단식을 42일간 이어가기도 했구요.

지금은 그 옆에 있는 약간 더 큰 천막으로 옮겨 지내고 있습니다. 거기엔 작은 난로와 1인용 텐트가 있어서 조금 덜 춥게 지낼 수 있겠더라구요.

[이선화]네. 저도 그 분 기억합니다. 상당히 오랜 기간 단식하면서 몸도 많이 상하셨을텐데. 아무래도 건강이 걱정되는데 괜찮으시던가요?

[조수진]네. 이날은 단식 13일째였는데 기력이 없어보이긴 했지만 아직 대화를 나누는데 큰 불편이 없을 정도여서 다행이었습니다. 본인도 “에너지가 많이 떨어지는 것을 느끼지만 견딜만 하다”고 얘기하더라고요. 이날 도청 앞에서 열렸던 시민문화제 행사에도 잠깐 다녀오기도 했고요. 그래도 몸이 힘들었던지 행사 끝까지 있진 못하고 도중에 천막으로 다시 돌아오시더라고요.

새해를 30분정도 남겨놓고 잠시 만날 수 있었는데요. 밤이기도 하고 몸이 힘든 상황이니 심적으로 격해질 수 있는 무거운 주제는 피하고 주로 안부 인사 정도 수준으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김경배씨는 작년 12월18일 제2공항 사전타당성 용역 재조사 검토위원회의 활동이 종료되자 이에 반발하며 바로 다음날 거리로 나왔습니다. 검토위는 사전타당성 용역과 이를 재조사하는 용역을 검토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기존 공항을 확장하는 대안과 제2공항을 신설하는 대안 간에 비교 검토가 불균형했다는 점,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없었던 점, 최종 후보지로 선정된 성산읍의 진입표면이 군작전구역인 공역과 겹치는 점 등 다양한 쟁점이 나왔습니다.

그러니까 많은 사람들은 이런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검토위의 활동기간이 2개월 더 연장될 것으로 예상했는데요. 하지만 검토위에는 반대대책위 측 사람들과 국토교통부 측 사람들로 구성돼 있는데. 국토부 측에서 활동 연장을 거부하면서 검토위는 종결됐습니다.

[이선화]단식 투쟁이란 건 정말 모든 걸 걸고 싸우겠다는 건데. 김경배씨는 언제까지 이 힘겨운 싸움을 이어나가겠다는 건가요?

[조수진]김경배씨는 작년 단식 농성 이후로 크게 달라진 게 없어서 많이 허무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번엔 의미있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끝까지 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김씨는 원하는 바가 딱 두 가지라고 강조했는데요. 하나는 검토위 활동을 재개하는 것과 또 하나는 원희룡 지사가 제2공항과 관련해 도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받아들이겠다고 약속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런 소망이 잘 이뤄진다면 내년 새해 첫날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맞이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고 합니다.

이날 천막을 나오며 인사를 나누는데 김씨가 “지난 4년동안 지난한 투쟁으로 몸과 마음이 망가졌다. 다음번엔 몸과 마음이 모두 조용할 수 있는 자연 속에서 새해를 맞는 내 모습을 꿈꾼다”고 말하더라구요. 엷은 미소를 띠고 나지막이 읊조리는 모습에 저도 살짝 울컥하기도 했습니다.

[이선화]안타깝네요. 부디 큰 사고가 없길 바랍니다. 다른 천막에서 지내는 분들 이야기도 들려주시죠.

[조수진]네. 김경배씨가 지내는 천막 옆에는 노란색 대형 천막 두 동이 나란히 붙어있는데요. 모두 제주녹색당에서 시민 천막당사로 운영하겠다며 설치를 한 것입니다.

제주녹색당은 현재 제주시청 근처에 당사가 위치해있는데요. 12월31일 오전 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방적으로 도정을 운영하는 원희룡 도정에 브레이크를 걸고 시민 정당으로써 시민과 함께 하기 위해 한 달간 시민 천막당사로 운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곳에서는 1월1일부터 제주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을 맡게 된 윤경미씨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세 번째 밤을 보내게 됐다고 하는데요. 윤 위원장이 집을 나온 이유도 김경배 씨와 비슷합니다.

제2공항 검토위 활동이 종료되고 국토부가 조만간 제2공항 관련한 발표를 할 것 같아서 불안한 마음에 거리로 나오게 됐다고 합니다.

지난 이틀간 추운 날씨 때문에 이날 윤 위원장은 감기에 코가 막힌 상태였는데요. 바람 안 들어오고 난로 있는 집에서 불편한 마음으로 자는 것보다 이곳에서 지내는 게 마음이 편해서 더 따듯하다고 하더라고요.

[이선화]윤 위원장이 감기에 걸리면서까지 밖에서 농성을 하는 이유는 뭔가요?

[조수진]도지사나 도의원 같이 도민들의 손으로 뽑은 정치인들에게 우리들이 가만히 있지만은 않고 있다는 걸 직접 보여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지금 수많은 제주 현안들이 도민들의 결정권이 배제된 상황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거죠. 영리병원이나 제2공항, 각종 개발사업에서 원희룡 지사나 도의원들이 도민들을 위해 과감히 결단을 내리고 막아야 할 일들이 그대로 벌어지고 있다고요.

그래서 수많은 사안 중에서 단 하나라도 이기는 결과를 얻고 싶다고 말하더군요. 윤 위원장은 제주 현안들은 서로 얽혀있기 때문에 단 하나만이라도 고삐가 풀리면 다른 문제의 고삐들도 풀릴 것이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단 하나라도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히고 치밀하게 준비해 싸워보고 싶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일각에서 시민사회단체나 일부 진보정당을 두고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한다’는 지적에 정면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처럼 보였습니다.

사람들이 손을 잡고 포기하지 않는 것이 무섭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도 했습니다. 정치는 선거 때마다 정치공학적인 셈법에 의한 결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이렇게 사람들이 행동하는 결과들이 모여 이뤄지는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요.

[이선화] 그렇군요. 그런데 윤경미씨는 여성분 아닌가요? 여성으로서 천막에서 지내는 게 쉽지 않은 일일텐데. 대단하네요.

[조수진] 네. 윤 위원장도 처음에 천막 투쟁을 결심하고 가장 걱정했던 것은 주위 사람들이 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하는데요. 윤 위원장은 지금까지 많은 천막 농성에 참여하면서 남성이든 비남성이든 누구나 뜨거운 마음으로 연대하러 가는 건데 밤이 되면 ‘이제 여성들은 집에 들어가라’고 했던 게 불편했다고 합니다. 여성들은 주체적으로 나서는 남성들을 챙겨주는 돌봄노동의 책임자이거나 부차적인 역할밖에 할 수 없었다구요.

그래서 여기선 여성이 보호받는 누군가가 되거나 부차적인 노동자로 전락하는 막을 걷어내고 ‘성평등천막농성’을 해내고 싶다고 하더군요. 이곳을 ‘페미니즘 천막’이라고 이름을 붙였다고도 합니다.

[이선화]네. 새해 첫날에 그 어디보다 뜨거웠던 현장을 다녀오셨네요. 다만 그 분들이 주장하는 이야기가 제주 도민 사이에서도 찬반 여론이 분분한 상황에서 누가 옳다 그르다 말하긴 어렵겠습니다.

[조수진] 네. 그렇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그 누구의 목소리도 정치 과정에서 배제돼선 안 된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이들이 왜 차가운 길 위에서 생활을 하고 있는지 누군가는 궁금해 하고 들어줘야 합니다. 물론 이와 반대하는 목소리도 충분히 들어줘야 하고요. 많은 사람들이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정치인들에게 ‘소통’을 요구하는 지점이기도 하고요.

[이선화]네. 길 위에서 새해를 맞은 사람들의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조수진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조수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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