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BBS ‘아침저널 제주, 이선화입니다’ - 이슈 따라잡기

● 출 연 : 조수진 뉴시스 기자

● 진 행 : 이선화 앵커

● 2018년 12월 19일 제주BBS ‘아침저널 제주, 이선화입니다’

(제주FM 94.9MHz 서귀포FM 100.5MHz)

● 코너명 : 이슈 따라잡기

[이선화]제주도내 이슈를 알아보는 ‘조수진기자의 이슈 따라잡기’, 뉴시스 제주본부 조수진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조수진] 안녕하세요.

[이선화]오늘은 어떤 이슈 갖고 오셨나요?

[조수진]네. 오늘은 예멘 난민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이선화]예멘 난민. 올 여름부터 제주도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이슈가 됐었는데 다들 결과가 나왔나요?

[조수진] 네. 지난주 금요일이었죠. 지난 14일 법무부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이 제주도에서 난민 지위를 신청한 예멘인들의 최종 심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심사는 지난 9월 1차, 지난 10월 2차, 그리고 이번 심사까지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이뤄졌는데요.

올해 제주도로 입국해서 난민을 신청한 예멘인은 모두 484명입니다. 이 중에서 심사 기간 도중에 난민 신청을 취소하거나 해외로 출국한 사람들이 14명이었구요. 그 사람들을 뺀 470명을 대상으로 심사가 이뤄졌는데요. 심사 결과, 난민으로 인정받은 사람은 2명, 단순 불인정은 56명,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사람은 412명이었습니다.

[이선화]470명 중에 412명. 대부분이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았군요. 이게 무슨 뜻인가요?

[조수진]인도적 체류 허가는 난민 자격은 안 되지만 말 그대로 인도적인 차원에서 임시로 체류를 허가한다는 겁니다.

예멘이 현재 내전 중이잖아요. 제주출입국청의 설명에 따르면 이런 상황에서 강제로 추방당해 본국으로 돌아갈 경우에 생명이나 신체의 자유를 현저히 침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들이 그 대상입니다.

체류 기간은 1년이고 본국의 상황이 좋아지면 허가가 취소되거나 체류 기간이 연장되지 않습니다. 또 국내 법 질서를 위반해도 허가가 취소될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처럼 난민협약에 가입한 영국, 일본, 미국, 호주, 캐나다 등도 기본의 난민협약으로 보호받을 수 없는 사람이라도 인도적 차원에서 보호가 필요할 경우는 자국의 국내법으로 인도적 체류 허가와 같은 보충적 보호 형태를 부여하고 있기도 하죠.

하지만 이들은 사회보장이나 기초생활보장처럼 국민과 같은 수준의 보장을 받는 난민에 비해 혜택이 많지 않습니다. G-1 비자를 받는 인도적 체류 허가자는 취업과 국내 이동이 자유롭다는 점 말고는 혜택이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가족을 불러올 수도 없구요.

[이선화] 듣고 보니 인도적 체류 허가 대상자도 본국으로 돌아갈 경우 생명이 위협받을 수도 있다는 사람들이라는 건데. 왜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한 건가요?

[조수진] 네. 난민협약에 따른 난민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게 법무부의 설명입니다.

난민협약의 정확한 명칭은 난민지위에 관한 협약입니다. 유엔이 지난 2차 세계대전 이후에 난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채택한 다자간 협약인데요. 우리나라는 지난 1991년에 가입했구요.

협약에서는 난민을 이렇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인종·종교·국적·특정 사회집단의 소속, 정치적 견해 등 5가지의 이유로 박해를 받게 될 위험이 있고 자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자국의 보호를 받기를 원하지 않는 자입니다.

이번에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2명은 모두 기자였는데요. 예멘에서 정부와 대립하고 있는 후티반군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를 써서 납치와 살해 협박 등 신변의 위협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이 본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또다시 박해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봤습니다. 난민 요건 중 하나인 정치적 견해 때문에 박해를 받는 것이죠.

이와 달리 이번에 인도적 체류 허가자들은 앞서 설명한 5가지의 이유로 인한 박해가 아닌 단순히 반군의 징집 등을 피하기 위해 본국을 떠났다고 판단한 것이구요.

[이선화]그렇군요. 우리나라에서 추방당해서 예멘으로 돌아갈 경우 생명이 위험한 상황은 같은데. 어떤 사람은 임시 체류자, 어떤 사람은 난민. 어렵네요.

[조수진]네. 실제로 난민 인정 기준이 모호하고 협소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제주난민인권을 위한 범도민위원회의 김성인 위원장은 지난 8월 제주 예멘 난민이슈 현황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난민의 조건은 딱 하나다. 본국으로 돌아갔을 때 박해 위험의 여부”라고 주장했습니다. 예멘이 내전 중이니 누구나 생명과 신체에 대한 위협의 가능성이 있다는 거죠. 이런 측면에서 누구나 난민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거구요.

김 위원장의 논리에 비춰보면 제주출입국청은 인도적 체류 허가로 결정한 예멘인들 모두 추방당했을 때 생명이나 신체의 자유에 위협이 있다고 봤기 때문에 충분히 난민으로도 인정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실제로 이번에 인도 체류 허가를 받은 사람 중엔 난민으로 인정받은 기자들과 같은 언론사에서 기자로 활동했던 A씨가 있습니다. 그런데도 난민 지위를 받지는 못했는데요.

이와 관련해 웃지 못 할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이들을 잘 안다는 한 예멘인은 “A씨 역시 예멘에서 반군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를 써왔다. 다른 두 명에 비해 기자 경력도 더 길다. 다만 난민 인정 받은 두 명은 한국사회에서 매체 등을 통해 노출이 많이 됐다. A씨는 단지 한국에서 덜 유명했기 때문에 안 된 게 아닌가”라고 말하더라구요.

[이선화]유명하지 못해서 난민 인정을 못 받았다... 정말 웃을 수만은 없는 일이네요. 이 점도 궁금합니다. 아까 470명 중에 난민 인정을 받은 사람이 단 두 명이라고. 비율로 따지면 0.4%인데요. 이 정도라면 100명 중에 1명도 되기가 어렵다는 건데. 원래 이렇게 인정 비율이 낮은 건가요?

[조수진]네. 이번 인정 비율은 우리나라의 인정 비율과 비교해서도 턱없이 낮은 편입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지난 2013년 7월 아시아 국가 중 처음으로 난민법을 마련해서 시행하고 있는데요. 난민 인정율은 미미한 수준입니다. 한국에서 지난 5월까지 난민을 신청한 사람은 모두 4만470명입니다. 이 중 난민으로 인정받은 사람은 839명으로 비율이 4.1% 정도입니다. 난민 수용에 상당히 보수적인 것으로 알려진 일본의 난민 인정율인 5%보다도 낮습니다. 지난 2016년 기준 국제사회의 난민 인정율이 37%인데 10분의 1 수준이구요.

거기다 이번 제주 예멘 난민 인정율은 한국 전체의 인정율보다도 10배 낮은 수준인거죠.

[이선화]그랬군요. 아시아 최초 난민법 제정 국가라는 타이틀이 민망한 상황이네요. 제주 예멘 난민 인정율이 이렇게 낮은 이유는 뭔가요?

[조수진]인권단체는 정부가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여론을 과도하게 의식한 결과라고 지적합니다.

지난 6월 한 언론을 통해 500명이 넘는 예멘인이 제주도로 입국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습니다.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단체들은 아직 한국은 난민을 검증하는 절차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분별하게 난민 신청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주장하는데요.

난민 반대 단체 중 하나인 제주난민대책도민연대 이향 사무국장은 “우리가 그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논의도 되지 않고 난민 검증 절차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도민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합니다.

반대 여론이 워낙 거세다 보니 현 정부는 이에 반하는 결정을 하기가 쉽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인권단체에서는 이런 정부의 눈치보기 때문에 충분히 난민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많은 사람들이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는데 그쳤다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이선화]난민을 그렇게까지 반대하는 이유는 뭔가요?

[조수진]우선 예멘은 이슬람 국가이다 보니 무슬림 문화가 생소한 우리나라, 특히 제주사회에선 이들에 대한 두려움이 컸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무슬림에 대한 왜곡된 정보가 확산되기도 했죠. 제주로 들어온 예멘인 들 중에 IS 같은 테러범이 있다. 이슬람 국가에선 어린 여자아이와 성인 남자가 결혼하는 조혼 풍습이 성행한다. 여자를 도구로 여겨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일상화돼 있다 등등. 결국 지금와선 이 모든 이야기들이 가짜뉴스로 밝혀지긴 했습니다만.

이들은 또 한국의 난민 정책이 ‘가짜난민’을 양산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많은 수의 예멘인이 한국에 온 ‘진짜’ 이유가 생명의 위협 때문이 아니라 돈을 벌러온 가짜난민이라는 거죠. 가뜩이나 취업난이 심각한 요즘 난민 때문에 일자리가 더 부족해질 거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과 달리 난민들은 소통 등의 한계 때문에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직업이나 전문직 같은 일은 할 수 없습니다. 대부분이 농장이나 양식장, 식당 같은 단순 노동직에만 종사할 수 있죠. 아시다시피 단순 노동직은 일반인들이 꺼리는 직종이기 때문에 일손이 부족한 상황인데 말이죠.

[이선화]정확한 정보를 알려주는 게 도민이나 국민이 갖는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조수진]네. 이렇게 반대 여론이 커지는 데엔 난민에 대한 가짜뉴스의 확산이 한 몫을 했습니다. 정부가 이런 과정을 방치하고만 있어 한국사회의 갈등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오고요.

[이선화]그랬군요. 듣다보니 그렇게 많은 예멘인들이 한꺼번에 제주도로 온 배경도 궁금하군요. 한국이 그렇게 가까운 나라도 아닌데요. 그 중에서도 서울이나 부산도 아닌 제주라...

[조수진] 네. 작년 1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와 제주를 잇는 직항 항공 노선이 신설되고부터였습니다. 예멘을 떠나 말레이시아에 체류하던 예멘인들 중 체류 기한이 경과한 사람들이 이 항공편을 이용해 제주도로 들어온거죠. 제주도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무사증 제도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입국하기가 수월한 점도 있구요. 무사증 제도는 아시다시피 테러지원국을 제외한 일부 국가의 외국인에 한해 비자 없이 한 달 간 체류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하지만 제주도로 들어오는 예멘인이 급증하니까 사회적 혼란을 우려한 제주도는 지난 6월1일 예멘을 무사증 불허국으로 지정했습니다. 이후에는 예멘인들이 더 이상 제주도로 입국할 수 없게 됐습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4월말 제주도로 들어온 예멘인이 육지부로 이동하는 것을 막기 위해 출도 제한 조치를 내리기도 했고요.

[이선화]그래서 하반기부터 제주에서 체류하는 예멘인의 숫자가 큰 변동이 없었군요. 얼마 전에 예멘 내전이 잠시 휴전됐다는 뉴스도 본 것 같은데요.

[조수진]사실 예멘 전 지역의 내전이 휴전된 것은 아닙니다. 지난 13일 예멘 정부군과 후티 반군이 유엔 주재로 열린 스웨덴 평화회담에서 최대 격전지였던 호데이다 지역에서의 휴전을 합의했습니다.

이 뉴스가 마치 예멘 내전이 모두 중단된 걸로 퍼졌는데요. 사실이 아닙니다.

하지만 한 외국 통신사에 따르면 여기마저도 휴전 합의 하루 만인 지난 14일에 공습이 다시 재개됐다는 소식입니다.

예멘의 소식을 알리는 한 인터넷 사이트의 운영자는 “평화회담이 남기는 것은 기념사진이 전부일 거라며 협상은 곧 깨질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이선화] 내전이 계속되고 있는 나라에 자국민을 되돌려보낸다는 것도 문제가 있겠네요.

조수진 기자는 지난 6개월간 제주 예멘 난민을 취재하면서 많은 예멘인들을 만나보셨을 거라 생각해요. 실제로 만나면 어떤가요?

[조수진]난민 이슈가 터지기 전엔 예멘은 제게도 생소한 나라였습니다. 약간의 두려움도 있었구요. 하지만 예멘인들을 취재한 첫 날 그 사람들의 눈빛을 아직도 생생합니다. 저보다 훨씬 더 큰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들 역시 살기 위해 완전히 낯선 나라로 피해온 것이잖아요. 그들을 알면 알수록 우리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자연스레 알게 됐죠.

[이선화]한국전쟁 때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전쟁을 피해 해외로 피난가기도 했죠. 특히 제주는 4.3 당시 많은 사람들이 학살에 대한 두려움이나 먹고 살기가 힘들어 일본으로 건너가기도 했구요. 난민. 우리와 동떨어진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조수진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조수진]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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