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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BBS NEWS가 마련한 연중기획 보도, [불자열전(佛子列傳)] '우리 시대의 불자들' 순서입니다.

오늘은 그 서른일곱 번째 순서로, 고려 전통 사경의 맥을 이어온 혜화 이순자 작가를 류기완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경전 글귀를 한 자 한 자 옮겨 적는 사경은 세월을 넘어 전승되고 있는 불교 예술이자 수행법입니다.

사경 명인 반열에 오른 이순자 씨는 남편 사업의 번창을 발원하는 기도 사경으로 처음 붓을 잡았습니다.

전업 작가로 전향하면서는 앉아서 식사하는 시간까지 아껴가며 오롯이 사경에만 매진하고 있습니다.

[인서트 1 이순자 / 사경 작가] : "앉아서 식사하는 시간도 아까워서 서서 식사를 하고 바로 사경을 합니다. 그래서 밤 12시에서 새벽 1시까지 매일 사경을 하고 있는데, 저는 일상생활에서 특별한 볼일이 없을 때는 항상 집에서 사경을 하고 있습니다."

이순자 씨는 불교문화가 찬란했던 고려시대 사경의 맥을 잇고 있습니다.

1,100년 전 유행한 제작 방식을 그대로 재현한 '법화경 사경 변상도'는 이순자 씨가 어떻게 명인 반열에 올랐는지를 보여줍니다.

글자 수 7만 자, 길이 110m에 달하는 대작, '한문 법화경 금니 사경 전문'은 한 글자를 완성할 때마다 관세음보살을 염송한 치열한 정진의 결과물입니다.

[인서트 2 이순자 / 사경 작가] : "국내에서 유일하게 고려장지에 제가 금니사경을 하고 있습니다...법화경은 글자가 7만 자가 됩니다. 접철본으로 금니 사경을 했는데, 그것을 다 이으면 110m가 됩니다."

이순자 씨가 젊지 않은 나이에도 작가로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가족들의 든든한 뒷받침 때문입니다.

정교함과 섬세함이 요구되는 작업이 주는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와 수시로 찾아오는 외로움과 고독감은 사랑하는 가족들 덕분에 견뎌낼 수 있었습니다.

한 글자 한 글자 사경으로 쌓아올리는 공덕을 가족들에 회향한다는 생각이 들 때면 흔들리던 마음도 이내 안정을 찾곤 합니다.

[인서트 3 이순자 / 사경 작가] : "처음에는 참 그게 힘들겠지만 제가 해본 결과, 가족을 위한다는 마음이 생기면 못할 게 없더라고요...그야말로 가족을 위하고, 가족을 위하는 마음에서 사경을 시작한다면 부모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잖아요. 부모는 자식의 이불이 돼 준다는 그런 마음으로 한다면..."

사경을 할 때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우선돼야 하는 것은 마음가짐이라고 이순자 씨는 강조합니다.

작가가 깊은 신심 속에서 작품을 대할 때만 비로소 보는 이도 작품에서 부처님의 가피와 환희심을 느낄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인서트 4 이순자 / 사경 작가] : "불자님들 가슴에 글자 한자 한자씩을 새겨 넣는 그런 마음으로 사경을 하고 있습니다... 사경을 한다는 것은 재주보다는 그야말로 마음에서 우러나는 신심으로 작품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순자 씨는 오는 20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작품 전시회에 사경 작가 인생 20년의 모든 역량을 쏟았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올곧게 실천하겠다는 치열한 수행 정신과 전통 불교예술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이번 전시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BBS 뉴스 류기완입니다.

영상취재: 장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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