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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조 5천억 원에 이르는 고의 분식회계 혐의로 상장 폐지 위기에 몰렸던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한국거래소가 지난 10일 상장 유지를 결정했습니다.

이에따라 다음날인 11일부터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바이오 주식 거래가 재개됐습니다.

히지만 검찰이 삼성바이오에 대해 어제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선임기자의 시선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양봉모 선임기자가 연결됐습니다.

[앵커]

어제 삼성바이오에 대해서 압수수색이 이뤄졌는데요.

한국거래소가 ‘상장유지’ 결정을 내리긴 했습니다만,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상황이 된 거네요.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전격 강제수사에 나섰습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는 13일 오후 인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와 관련 회계법인 등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가 지난달 14일 정례회의 의결에 따라 검찰에 삼성바이오로직스를 고발한지 약 1달 만에 이뤄진 첫 강제수사입니다.

[앵커]

분식회계 의혹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가 어디로 번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됐네요.

검찰 수사는 앞으로 지켜봐야할 것 같구요.

주식시장 ‘상장유지’부터 이야기 해 보죠.

한국거래소가 그야말로 ‘전광석화’처럼 회의 시작한지 두 시간여 만에 곧바로 ‘상장유지’ 결정을 내렸는데요.

한국거래소는 이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은 무엇이라고 말하고 있습니까?

[기자]

이례적으로 매우 신속하게 결정을 했습니다.

지난 10일에 한국거래소가 심의위원회를 열어 분식회계 의혹에도 불구하고 상장유지 결정을 내리면서 비난을 받기도 했는데요.

기업심사위는 이번 결정에 대해 "경영 투명성 측면에서 일부 미흡한 점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계속성에 큰 우려가 없고 재무 상태도 안정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업의 계속성'과 관련해서는 "삼성바이오의 매출과 수익성 개선이 확인된 가운데 사업전망 및 수주잔액, 수주계획 등을 고려할 때 기업의 계속성에 심각한 우려가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구요.

'재무 안정성'에 대해서도 "상당 기간 내에 채무불이행 등이 현실화 될 우려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습니다.

'경영 투명성'에 대해서는 "법상의 지배구조 및 내부통제제도를 갖추고 있으나, 증선위가 분식회계로 조치하는 등 경영 투명성에 일부 미흡한 점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니까 기업심사위원회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린거죠.

[앵커]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가 이런 결정을 내렸는데요.

한국거래소는 민간기업이잖아요.

[기자]

한국거래소는 민간회사입니다.

이번에 심사를 맡은 기업심사위원회는 자체 임원 1명과 외부전문가 6명 등 7명이 결정을 한 겁니다.

정부기관도 아니다보니까 삼성의 입맛에 맞게 결정을 내린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는 겁니다.

[앵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가 없었다면 상장 자체가 어려웠을 것이란 점은 외면한 채 판단 기준을 현재 상태로 좁혀서 결론을 내렸다는 비난도 있습니다.

분식회계로 상장을 했다면 상장된 것 자체가 불법이잖아요.

[기자]

삼성바이오는 분식회계가 없었다면 처음부터 상장심사를 통과하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일단 상장이 되었기 때문에 상장폐지는 어렵다고 본 것입니다.

참여연대는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중대 범죄인 분식회계의 재발을 방지하고 자본시장 신뢰 회복에 만전을 기했어야 할 거래소가 자신의 책무를 유기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앵커]

분식회계로 조사를 받고 상장유지냐 폐지냐를 가늠하는 기준 중에 수정재무재표 제출도 있잖아요.

그런데 삼성바이오는 수정재무재표도 제출하지 않았는데 ‘상장유지’로 결정했다는 것은 문제가 있는 거 아닙니까?

[기자]

분식회계 의혹으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인데도 섣부른 판단을 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삼성이니까 그런거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거래소가 투자자 보호를 명분으로 수정 재무제표를 기다리지 않고 다른 자료들을 참고해 판단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처음부터 ‘상장 폐지’ 가능성을 닫아 놓은 상태에서 논의를 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앵커]

삼성바이오의 주식이 주식시장에서 거래가 재개된 점을 살펴봤구요.

문제는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의혹이잖아요.

[기자]

상장유지냐 폐지냐를 놓고 심의위원회가 열린 이유도 삼성바이오가 분식회계를 했다는 금감원의 결론 때문이었는데요.

삼성바이오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이후 자회사 장부를 합치는 과정에서 합작사인 바이오젠의 콜옵션(거래당사자들이 미리 정한 가격으로 장래의 특정 시점 또는 그 이전에 일정자산을 살 수 있는 권리를 매매하는 계약)이 드러났습니다.

그러자 2015년 재무제표 회계에서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꿔 4조5천억원의 회계상 이익을 얻은 바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2017년 삼성바이오에 대한 감리에 들어갔고, 증선위는 “회사의 재무제표상 자본잠식이 될 것을 우려해 이를 해결하려 지배력 변경을 포함한 다소 비정상적인 대안들을 적극적으로 모색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삼성바이오가 고의적 분식회계를 했다고 결론을 내린 것입니다.

금융감독원이 단순 회계처리 규정 위반이 아니라 '회계사기(고의적 분식회계)'로 확인한 것입니다.

분식회계라는 게 기업의 장부를 실제 상태와 다르게 포장하는 것으로 실제 상황을 왜곡해 장부에 기록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잖아요.

회계사기, 큰 범죄인거죠.

[앵커]

삼성이라는 회사가 이렇게 허술하게 범죄인 분식회계를 했다는 게 좀 의아한데요.

왜 이렇게 무리수를 두었을까요?

[기자]

그룹승계문제죠.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이재용 부회장이 승계를 해야 하는데 이부회장의 지분이 적은 겁니다.

그래서 이 부회장이 지분을 가지고 있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 나서게 됩니다. 그게 2015년 5월의 일입니다.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져서 가결이 되죠.

여기에서 박근혜 국정농단이 나오는 겁니다.

이 일로 당시 국민연금 문형표 이사장은 구속됐습니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주식을 가진 실질적인 그룹의 지주회사입니다.

제일모직(삼성에버랜드에서 이름 변경) 대주주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총수 일가입니다.

삼성바이오로 인해 제일모직의 가치도 같이 올라가게 되고 제일모직은 삼성물산과 합병 때 실제보다 과대평가됩니다.

이로 인해 삼성그룹 지주사 구실을 하는 삼성물산 지분이 전혀 없었던 이 부회장은 단숨에 17.23%를 보유한 통합삼성물산의 단일 최대주주가 되는 겁니다.

이 부회장은 이를 통해 삼성전자 등 그룹 경영권 승계를 사실상 마치게 되는거죠.

이런 일련의 일들을 보면 왜 삼성이 무리를 하면서까지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를 했는지 답이 나옵니다.

[앵커]

삼성그룹의 승계 때문이라는 건데요.

이렇게 두 회사가 합해지면서 승계는 사실상 끝난 것 아닙니까.

그런데도 이렇게 문제가 불거진 이유는 뭔가요?

[기자]

국민연금까지 동원해서 어렵사리 합병은 끝났지만 이제 두 회사의 회계도 하나로 합쳐야 하잖아요.

두 회사 모두 상장사거든요.

그래서 밀실에서는 할 수 없습니다. 논란은 피해야하니까요.

그러려면 제일모직의 기업가치를 높이면 됩니다.

합병 비율(1 대 0.35)상 제일모직이 삼성물산보다 가치가 훨씬 높아야 지배력을 갖는 거니까요.

그래서 꺼낸 카드가 바로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였던 겁니다.

삼성그룹의 새 먹거리 사업인데다 미래지향적이잖아요.

삼성바이오의 자회사 에피스도 바이오의약품 개발 회사고 그래서 삼성바이오와 에피스의 가치를 높게 평가해 모회사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게 만들었습니다.

안진회계법인은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6조8천억원으로 산정했습니다.

이 가운데 에피스의 가치는 4조8천억원에 이릅니다.

[앵커]

삼성바이오의 가치가 무려 6조8천억원으로 평가됐다면 우량기업이고 합병도 잘됐고 그러면 승계도 잘됐고, 그러면 문제는 없는거 아닌가요?

[기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회계장부도 다 합쳐지고, 끝났는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집니다.

회계 처리를 이렇게 하면 바이오젠이 가진 에피스 콜옵션의 가치가 1조8천억원에 이르러, 삼성바이오의 자본이 잠식될 위험에 빠진 것이죠.

삼성바이오가 모회사 합병 때문에 벌어진 일을 수습하기 위해 터무니없는 방안들을 내놓는데 이것이 바로 2015년 에피스의 회계기준을 변경해 적자에서 흑자로 바꾸는 ‘회계사기’를 꾸민거라는 겁니다.

그 후 2016년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해서 여기까지 온 것입니다.

[앵커]

좀 복잡하긴 합니다만 이재용 부회장 승계과정 중 하나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통합하는 과정에서 제일모직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동원됐고 거기에서 분식회계가 있었다, 이렇게 보면 되겠군요.

선임기자의 시선으로 정리해주시죠.

[기자]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은 그룹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무리수를 둔 사건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이 부회장은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했을 때만 해도 삼성전자 지분이 0.6%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을 지배하는 1인자가 됐습니다.

1996년 아버지 이건희 회장한테서 증여받은 61억원을 20여 년 만에 6조원으로 불렸습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삼성은 편법과 불법 시비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한국거래소는 ‘상장 유지’ 결정을 내렸지만 거찰의 수사는 계속됩니다.

상장 유지가 됐다고 해서 분식회계, 회계사기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칼을 빼든 검찰이 과연 삼성을 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구요.

글로벌 기업 삼성이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이런 의혹의 전모를 밝히고 도덕성을 회복하는 계기로 삼아서 세계 속에서 당당한 대한민국의 기업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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