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철 법', 동료들이 자유롭게 소통하고 실직적인 방향으로 일하는 목적

● 출 연 : 이상철 제주지방경찰청장

● 진 행 : 황민호 기자

● 제주BBS 아침저널 제주 ‘집중인터뷰’

 

제주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역사 등 다양한 관심사를 보다 심층적으로 알아보는 ‘황민호기자의 집중인터뷰’ 코너입니다. 오늘 만날 주인공은 이상철 제주지방경찰청장입니다.

[황민호] 청장님 안녕하세요?

[이상철] 네, 반갑습니다.

[황민호] 제주의 치안책임자로 부임하신지 4개월 정도 되셨는데, 제주생활에 적응은 되셨습니까?

[이상철] 나름대로 자료를 찾아 공부도 하고 있고 직원들에게 소개나 설명도 듣고 틈날 때 마다 이곳저곳 찾아다니면서 제주에 대해서 배워가고 있는 중입니다.

[황민호] 지난 5년간 제주도내 강력범죄율이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도민들의 체감안전도가 최하위인 상황에서 새로운 경찰청장으로 오셨는데 그래서 도민들이 청장님한테 거는 기대가 더 큽니다, 부담감이 크실 것 같은데요.

[이상철] 네, 실제로 부담이 많이 됩니다. 제주도는 최근 5년간 인구‧차량 증가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고 매년 1천500만명 가까운 국내외 관광객이 방문하는 국제자유도시로서 실질적인 치안수요는 전국 최고 수준입니다. 도민들이 느끼는 불안감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범죄로부터 도민 안전을 지켜드리는 것은 저를 포함한 제주경찰 모두의 가장 중요한 존재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황민호] 제주도 강력범죄율이 이렇게 가파르게 증가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상철] 제주도가 ‘인구 대비 범죄 발생률’이 전국에 비해 높게 나타나는 것은 사실입니다. 실례로 작년의 경우 인구 10만명당 5대 범죄 발생건수는 제주도가 1천357건으로 전국 평균 971건보다 약 40%가 높습니다. 그런데 이 통계는 제주도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상주인구만을 기준으로 산정된 것으로 관광객 등 유동인구는 고려되지 않은 수치입니다.

제주도내 일일 평균 체류 관광객 수를 통상 20만명으로 보는데 이와 같이 지역 인구 대비 유동인구 비율이 월등히 높은 제주의 경우 타 지역에 비해 범죄율이 과하게 높게 나타나는 측면이 있습니다.

[황민호] 그럼 20만명중에 외국인도 포함되어 있나요?

[이상철]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고무적인 점은 범죄 발생이 실제로는 계속 줄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5대 범죄의 경우 2013년 이래 발생 건수가 매년 감소해서 2017년에는 4년 전인 2013년에 비해 무려 25%가 줄었고 금년에도 10월 말 기준으로 지난해에 비해 약 3% 감소하는 등 매년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감소폭 역시 전국 평균보다 월등히 높습니다.

즉, 제주도의 범죄 발생율은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감소하고 있고 이 점을 도민들께서도 잘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황민호]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제주도 경찰인력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을 하셨는데, 얼마 전 제주자치경찰제 확대방안이 발표됐잖아요. 앞으로 어떻게 달라지게 됩니까?

[이상철] 제주도내 상시 체류 관광객 수를 20만명으로 볼 경우 제주의 실질적인 인구는 약 86만명이 되며 이 경우 도내 경찰관 1인당 담당인구는 522명으로 전국 3위 수준입니다. 또한 현재 경찰관 1인당 5대 범죄와 교통사고 건수, 112신고 건수 역시 제주도가 전국 최고 수준입니다. 이것은 제주의 실질적인 치안수요가 타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와 같이 증가하고 있는 치안수요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경찰 인력 증원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자치경찰제의 경우, 지난 11. 13. 대통령 직속 자치분권위원회에서 광역 단위 자치경찰제 도입방안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만 제주에서는 소규모지만 이미 2006년도부터 전국에서 유일하게 자치경찰제를 시행해 왔습니다. 특히 지난 4월부터 제주도와의 업무협약을 통해 123명의 국가경찰을 자치경찰에 단계적으로 파견하고 교통, 지역경찰 등 기존 국가경찰 사무 일부를 자치경찰에 이관하여, 제주자치경찰 사무 확대를 시범 운영하고 있습니다. 향후 정부안이 최종 확정되면 내년에 제주를 포함한 5개 광역 시도에서 정부안에 맞춰 자치경찰을 시범 운영하게 되고, 2022년부터는 전국으로 확대 운영하게 됩니다.

[황민호] 자치경찰하고 일반경찰하고는 어떤 차이가 있는 겁니까?

[이상철] 자치경찰은 지역주민 밀착형 치안서비스에 치중하고, 국가경찰은 중대 사건이나 전국적 규모의 경찰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되어 효율적이며 아울러 중요 사안에 대해서는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이 초동단계에서부터 긴밀하게 공조함으로써, 현장 대응력이 강화되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봅니다.

[황민호] 청장님이 가시는 곳에는 ‘이상철법’이 적용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상철법’이 뭔가요?

[이상철] 계급구조로 된 곳은 위계질서를 강조하게 되어 있죠. 그런데 위계질서를 지나치게 강조하다보면 실제 중요한 업무에서 좋지 않은 조직문화가 발생하기 쉽습니다. 이런 것을 미리 예방하기 위해서 좀 더 쉽게 접근하기 위해서 만들어 봤습니다.

[황민호] 제주로 부임하시자마자 파격적인 행보로 연일 화제가 이상철 법을 실천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이상철] 특별히 파격적인 행보라 할 것은 없습니다. 이상철 법이라고 이름을 붙여서 만든 것은 2016년입니다. 계급의 의미를 확대해서 받아들이는 그로인해 많은 문제가 생기는 조직문화를 조금이나마 바꿔보고 싶었습니다.

같은 동료로서 자유롭게 소통하고 형식보다는 실직적인 방향으로 일하고 시민들을 바라보고 일에 중심에 시민들을 두게 되는 그런 조직이 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리더가 칭찬에 도취되면 마약보다 위험할 수 있다는 개인적인 신념이 담겨있기도 합니다.

[황민호] 지난 1일, 제주지방경찰청사에 故 문형순 서장을 기리는 흉상이 세워졌는데 임기 중에 이런 뜻 깊은 일이 있어서 감회가 남다르시겠어요?

[이상철] 故 문형순 서장님은,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을 하시다 광복 후 경찰에 투신하여 제주 경찰의 일원이 된 뒤 4.3사건 당시 의로운 결단으로 수백명의 도민들을 총살 위기에서 구해내신 진정한 경찰 영웅이십니다. 돌아가신 뒤 50여년이 지나서나마 흉상을 세우고 고인의 업적을 기릴 수 있어 매우 뜻 깊게 생각합니다. 이번 흉상 설치를 계기로, 저를 포함한 모든 후배 경찰관들은 문 서장님의 숭고한 정신을 이어받아 도민안전 확보와 인권보호라는 사명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할 수 있었습니다.

[황민호] 처음에도 말씀드렸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제주의 인구가 급격히 늘고, 관광객도 늘고, 더불어 범죄율도 증가하면서 걱정들이 많은데 해결책이 좀 강구됐습니까?

[이상철] 말씀하신 바와 같이 최근 제주의 치안수요는 급격히 늘고 있고, 잇따른 강력사건에 도민 불안이 커져 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당장은 범죄발생 원인 분석을 통한 예방순찰과 범죄에 대한 대응력을 강화하는데 주력하고 있고 장기적으로는 경찰 인력 확충과 제주도 등과의 협업을 통해 CCTV 안전망 구축 및 범죄 예방을 위한 환경 개선(CPTED) 등 전반적인 치안 인프라를 확충해 나가고 아울러 게스트하우스 안전인증제 등 제도 개선을 통해 범죄 예방과 도민 불안감 해소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황민호] 제주에서 생활해 보니까 어떤 점이 가장 좋으세요?

[이상철] 자연환경 아닙니까. 국립공원, 세계자연문화유산 속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것은 엄청난 영광입니다.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 각종 축제 등 체험기회가 많은 것도 제주 생활에 큰 장점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제주도민들은 이런 축복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황민호] 임기가 1년인데, 임기가 너무 짧다 일년 동안 무슨 일을 하냐 우려의 목소리도 많은데 청장님 생각은 어떠세요?

[이상철] 임기가 짧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경찰 업무는 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경찰이라는 조직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고 봅니다. 저는 제주경찰이라는 조직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합리적인 방식으로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장기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이를 위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황민호] 제주의 치안책임자로서 이것만은 꼭 바꾸겠다 이것만은 꼭 이루고 가겠다 그런 일이 있다면요?

[이상철] 저는 짧은 재임 기간 중에 무엇을 바꾸거나 이루겠다거나 하는 생각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1년동안 무언가를 이루려고 욕심을 부리다보면 단기적인 시야에 갖히기 쉽고 행정의 일관성을 잃기가 쉽다는 생각입니다.

청장으로서 개인의 성과나 공명심을 버리기 위해 애쓰고 있고 다만 제주경찰이 도민들만 바라보고 있는 분위기와 근무여건을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황민호] 평생 경찰복을 입고 국민의 안전을 지켜오셨는데 그 동안 경찰로 재직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이라면요?

[이상철] 2002년 월드컵당시 저는 남대문경찰서 경비과장으로 재직하고 있었습니다. 광화문광장에서 응원전이 벌어졌는데 저와 동원된 수십개 중대 경찰 병력들은 시민들이 안전을 위해 질서유지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월드컵 중계를 눈으로 보지 못하고 귀로만 들었는데 그래도 아주 보람 있었습니다.

하나 더 말씀드리면 베트남 하이퐁의 먼 바다에 정박해 있는 한국 화물선에서 살인사건이 났었습니다. 그런데 배에 접근하는 방법이 어려웠어요. 배를 2번이나 갈아타고 파도도 심했지만 어렵게 올라가서 현장을 보니까 아주 처참했고요. 기관사와 선장이 서로 사건을 일으키고 피해를 당하고 가해자는 자살을 한 아주 참혹한 사건 현장이었습니다.

제가 생각 할때는 화물선의 선원들은 아주 거친 분들로 생각했는데 그런데 이런 분들이 막 떨고 울면서 저한테 막 매달리는 거에요. 그래서 제가 사건 현장 보존을 하고 한국해경에 협조를 구하고 지원을 해서 수사를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베트남 경찰의 도움을 받아서 수사를 마무리 하고 배를 떠나려고 하니까 선원들이 제 소매를 잡으면서 영사님 가시면 어떻하냐고 막 우는 거에요. 그때 가슴이 좀 찡했습니다. 강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분들이 나한테 의지를 하는구나 생각했습니다. 사건이 다 마무리되고 유족들에게 시신인계하고 장례절차도 마치고 나서 선원들하고 작별 인사할 때 고마워하는 모습을 봤을 때 참 뿌듯했습니다.

[황민호] 청장님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 제주도민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이상철] 저희 제주경찰, 도민만 바라보고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도민 여러분도 제주경찰 많이 응원해주시고 당장 눈앞에 부족한 부분이 보이더라도 지적은 해 주시되 더 장기적으로 바라봐 주시고 지속적인 관심과 협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황민호] 청장님 바쁘신데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철] 네, 감사합니다.

[황민호] 청장님 말씀처럼 제주도민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도민을 위한 경찰, 기대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이상철 제주지방경찰청장과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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