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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이 내년부터 카드 수수료를 인하하는 내용의 개편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자영업자와 중소상인들은 환영하고 있지만, 소비자 부담이 커지고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경제산업부 기자 연결해 자세한 얘기 들어보겠습니다.

유상석 기자! (네 안녕하십니까)

정부가 발표한 카드 수수료 인하개편방안이 무엇인지, 몇 명의 자영업자들이 얼마나 감면을 받게 된다는 건지 간략하게 설명해주시죠.

 

네. 이번 정책은 중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자영업자들이 부담해야 할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낮추겠다는 게 주요 내용입니다.

연 매출 5억원 이상 10억원 미만인 자영업자에게는 기존 2.05%에서 1.4%로 수수료율을 낮추고요, 연매출 10억원 이상 30억원 미만인 자영업자에게는 2.21%를 적용하던 걸 1.6%로 인하하도록 한 겁니다.

그리고 매출액 5억원 미만인 자영업자의 경우는 이미 할인된 수수료를 적용받고 있었는데요. 0.8에서 1.3% 수준인 수수료율이 그대로 유지됩니다.

정부와 여당은 이번 정책을 통해 카드 수수료 인하를 적용받게 되는 자영업자가 약 24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맹점 당 214만원의 수수료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중소상인들과 자영업자들은 환영하겠지만, 카드사와 노조는 반발하겠어요. 반응이 어떤가요?

 

그렇습니다. 중소상인과 자영업자들은 말씀하신 것처럼 수수료 인하를 환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신금융업계, 그러니까 카드업계에서는 이번 수수료 인하 방안에 대해 당혹스러워 하는 모습입니다. 정부 정책이니까 어쩔 수 없이 따라가긴 하지만, 이건 좀 곤란하다는 그런 분위기인데요.

업계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수수료 인하 폭이 크다는 반응인데요. "이렇게 되면 내년도 적자가 불가피하다. 그래서 비상경영체제로 돌입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이번 방안대로라면 우대수수료, 그러니까 할인 수수료를 적용받는 영세·중소 가맹점이 전체의 93% 이상이 되기 때문에 카드업계가 입게 될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KB증권은 정부의 이번 정책이 실행되면 우리나라 카드사들의 연간 영업수익이 적게는 640억원에서 많게는 천830억원까지 줄어들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주목을 끌기도 했습니다.

카드업계 노조는 이번 정책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발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카드업계의 적자폭이 커지면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인데요. 조만간 총파업을 동원한 대정부 투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번 정책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는데요. 카드를 사용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손해일 수 있다, 이런 지적이 나오네요?

 

이번 정책이 소비자에게 이익인가 손해인가... 이걸 따지려면요, 여당과 금융당국의 말 중에서 "마케팅 비용을 줄이라"는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수수료 인하 때문에 발생하는 손실을 마케팅 비용 절약으로 메꿀 수 있다... 뭐 이런 얘기인데요.

여기서 감안해야 할 게 있습니다. 마케팅 비용에 광고비만 포함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무이자할부라거나 포인트라거나 이런 서비스를 카드사들이 제공하지 않습니까? 또는 신용카드 가입을 할 때, 연회비를 면제해준다거나 그런 혜택들 있지 않습니까? 이런 부분들도 모두 마케팅 비용으로 충당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마케팅 비용을 줄이면요, 이런 부분이 모두 없어지게 된다는 겁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무이자할부 없어지고요, 포인트 적립으로 받을 수 있는 혜택도 약해지고요, 연회비도 카드 가입자가 자기 비용으로 모두 내야하는 상황이 됩니다. 그러니까 결국은 소비자 부담이 커지지 않겠느냐... 이런 우려가 발생하게 되는 겁니다.

 

결국 카드 수수료가 내리면, 소비자가 내야 할 연회비가 오른다고요?

 

그렇습니다. 사실 비슷한 사례를 외국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파이터치연구원의 자료를 보면 스페인의 경우, 지난 2005년 평균 1.52%였던 카드 수수료를 2010년 0.74%로 낮췄습니다.

그 결과, 같은 기간 소비자의 평균 카드 연회비는 22.94 유로에서 34.39 유로로 인상됐습니다. 당시 환율을 기준으로 계산하면요, 우리돈으로 약 3만원대 후반이던 연회비가 5만원대 중반으로 인상된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요, 소비자들이 신용카드를 쓰지 않게 됩니다. 지금까지야 연회비가 무료거나 아주 저렴했기 때문에 신용카드를 썼다고는 하지만, 몇만원이나 하는 연회비를 내 가면서까지 굳이 신용카드를 이용한다? 글쎄요. 그렇게 할 소비자가 얼마니 될 것인지는 의문입니다.

 

결국 이번 정책이 소비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거네요.

 

그렇습니다. 최근 민간소비는 감소세에 접어든 상황입니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전년 동기 대비 실질 민간소비 증가율은 2018년 1분기 3.5%에서 2분기 2.8%, 3분기 2.6%로 계속 줄어들고 있는 상황인데요.

이런 상황에서 이번 정책이 소비를 위축하는 요인이 되지는 않을지 그 점이 우려됩니다.

특히 이번에 KT 아현지사 화재 관련 보도... 많이들 접하셨을텐데요. 그 때 자영업자들의 하소연이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소비자들이 카드를 쓰지 않는 상황이 되면, 돈을 뽑아온다거나 계좌이체를 한다거나 이런 방법으로 소비를 할 줄 알았는데, 카드가 없으니 굳이 소비를 안하더라는 겁니다.

결국 신용카드 수수료가 줄어들면 마케팅 비용도 줄게 되고, 무이자할부라거나 연회비 감면 같은 혜택이 줄기 때문에 이런 비용은 모두 소비자가 떠맡게 되고, 그렇게 되면 소비자는 굳이 신용카드를 이용할 필요를 못 느끼게 되고, 소비 자체가 줄어드는, 그래서 결국 자영업자나 중소상인들에게 부메랑처럼 부작용이 돌아오는, 그런 상황이 될 것으로 우려됩니다.

과연 이번 정책이 자영업자와 중소상인, 그리고 소비자에게, 그리고 더 넓게는 우리 경제에 정말로 도움이 되는 정책인지 좀 더 면밀히 검토했어야 하지 않나... 이런 아쉬움이 듭니다.

 

유상석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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