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사상 '최악'으로 평가되는 1979년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과 박정희 대통령의 정상회담 대화록이 공개됐습니다.

연합뉴스가 25일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제임스 퍼슨 연구원으로부터 입수한 백악관 외교 기밀문서에 따르면 카터 대통령과 박 대통령은 1979년 6월 30일 청와대에서 단독 정상회담을 한 자리에서 주한미군 철수문제와 한국의 인권상황을 놓고 격한 설전을 주고받았습니다.

주한미군 철수 공약을 어떤 식으로든 이행하겠다는 카터 대통령과 북한이 군사적 우위를 보이는 상황에서 주한미군 핵심전력을 섣불리 빼서는 안된다는 박 대통령의 논쟁은 살얼음판 같았던 당시 한미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카터 대통령은 “북한이 국민총생산의 20% 가량을 군사비에 쓰고 있다”며 한국의 방위비 확충을 압박했지만, 박 대통령은 자주국방에 대한 소신을 밝히면서도 “북한은 우리와 구조가 완전히 다르다. 우리가 GNP의 20%를 군사비에 쓰면 폭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맞받아쳤습니다.

박 대통령은 “우리의 주된 목표는 전쟁의 발발을 막는 것”이며, “미군의 주둔이 전쟁을 억지하고 오판을 막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카터 대통령은 주한미군 철수라는 큰 틀의 원칙을 살리면서도 남북간 군사력 균형이 급격히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한 묘안으로 남북미 3자 고위급 회담을 극비리에 추진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계획은 북한이 응하지 않아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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