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아동수당이 도입된 것은 지난 9월이다.

아동수당은 아동 양육에 따른 가정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아동 복지를 증진하고자 국가가 지급하는 수당으로 아동 1인당 최대 72개월 동안 월 10만원이다.

아동수당이 지급되는 연령 기준은 만 6세 미만이다. 아동수당은 연령 기준을 충족해도 소득·재산 심사 기준에 맞지 않으면 받지 못한다.

가구의 소득과 재산을 더한 소득인정액이 3인 가구 기준으로 월 1천170만원 이하면 아동수당을 받을 수 있다.

이런 기준으로 인해 아동수당 신청자 100명당 4명 정도가 소득과 재산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탈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 아동수당 시행 후 11월 현재까지 3개월간 누적으로 221만명이 아동수당을 받았다.

지금까지 0∼5세 아동 250만명 중 96.1%인 240만명이 아동수당을 신청했으나 신청 아동의 4.0%(약 10만명)는 소득·재산 기준 초과로 지급대상에서 제외됐다.

아동수당 신청 가구 중 소득조사 진행 등으로 아직 지급 여부가 정해지지 않은 아동은 약 9만명(9∼11월 누적)이다.

왜 이처럼 복잡한 일이 발생할까.

정치권 때문이다.

애초 모든 아동에게 아동수당을 지급하려던 정부의 계획은 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재용 부회장 아들에게도 아동수당을 주어야 하느냐”는 보수야당의 반발로 상위 10%는 제외하고 지급하게 됐다.

하지만 지난 9월 아동수당 첫 지급 이후 지급 대상자를 걸러내는 행정 비용이 무려 1천600억원, 비용도 비용이거니와 공무원들이 격무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향후에는 이 업무를 하는 공무원을 더 뽑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였다.

모든 아동에게 아동수장을 지급하는 비용은 1천230억원인데 이를 고르는 비용이 더 들어 간 것이다.

또 국민들은 자신의 소득과 자산을 증명하기 위해 수많은 서류를 내야 했고 최고 132건의 서류를 낸 가정도 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며 비판 여론이 일었다. 일순간 야당의 입장도 달라졌다. 이런 입장변화가 반드시 국민들의 비판 여론 때문만은 아니다. 당시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좋은 정책을 편 여당이 국민의 마음을 얻어 선거에서 대승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선거에서 한국당 등 야당은 참패했다. 아동수당 전원지급이 포플리즘이라며 거세게 몰아붙였던 한국당 등 일부 보수야당이 고개를 숙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 2일 아동수당을 소득과 관계없이 지급하는 방안을 담은 2019년 예산안 심의 방향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아동수당 대상을 초등학교 6학년까지 확대하고, 3년 안에 월30만원으로 수당 금액을 대폭 인상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중학생에게도 월 30만원(2021년)의 수당을 지급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아동수당 지급도 상위 10%를 주지 말자며 핏대를 세우던 김성태 원내대표가 정부와 집권여당은 생각지도 않은 ‘6학년까지 확대’와 ‘아동수당 30만원 인상’, ‘중학생 월30만원지급’이라는 황당한 카드를 꺼내들었을까. 이를 실현하려면 13조원의 예산이 필요한 줄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런 안을 내놓은 것은 예산 심의를 앞두고 다른 예산을 삭감하고자 하는 의도로 읽힌다. 벌써 한국당은 일자리 예산과 남북경협 예산을 깎아 아동수당에 쓰자는 안이 나오고 있다.

또 김 원내대표는 집권여당보다 훨씬 파격적인 제안을 함으로써 본인의 정치적 입지를 굳히기 위한 수단이기도 할 것이다. 제안은 했지만 다른 조건으로 무산시켜버리면 그만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을 수도 있다.

썩 진정성 있어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아동수당 전원지급에 반대했던 무소속 이용호 의원은 지난 9월 “작년 예산 심의 당시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으로서 아동수당은 선별적 복지 차원에서 지급돼야 한다고 주장했고 결국 관철했다”며 “그러나 정책 추진과정을 지켜보면서 잘못된 판단이었음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런 일련의 과정속에서 당정청은 4일 고위당정청 회의를 열고 내년 1월부터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만 6세 미만(생후 0~71개월) 자녀를 둔 전국 모든 가정에 아동수당을 지금하는 내용을 담은 아동수당법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기로 했다.

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당정청은 만약 개정안 통과가 내년으로 미뤄지더라도 지급 시기를 2019년 1월로 보고, 소급 적용하는 내용을 법안에 담기로 했다”고 밝혔다. 홍 수석대변인은 “자유한국당도 최근 아동수당의 보편적 지급에 동의한 만큼 어렵지 않게 합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치권의 약속을 믿을 수 있을까? 과연 홍 원내대표는 김 원내대표의 말을 믿는 것일까?

여야는 현재 서울교통공사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당시 가족 등이 포함됐다며 이를 고용세습으로 보고 국정조사를 요구하면서 파행을 겪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 일이라는 게 낮에는 싸우고 밤에는 서로 만나 협의도 하는 속성이 있는 만큼 아동수당에 관한 사안은 잘 되리라 믿는다.

우리나라는 저출산으로 인한 사회적 심각성이 대두 된지 오래다. 이는 가정에서 아이를 마음 놓고 키울 수 있는 여건을 갖춰져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그런 점에서 아동수당의 전면확대는 반드시 필요하고 야당의 협조도 절실하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약속을 한만큼 아동수당 전면 실시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정춘숙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100% 아동수당 지급’ 내용을 담은 아동수당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우려되는 것은 6학년까지 확대와 30만원 인상, 중학생수당지급 등이 맞물린다면 좌초될 수도 있다.

보편적 복지로 가는 큰 길이 보이는 만큼 한국당은 겉으로는 아동수당 전면실시를 내세우면서 앞에서 언급한 다른 조건을 내걸어 좌초시키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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