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BBS ‘아침저널 제주, 이선화입니다’ - 오늘의 이슈

● 출 연 : 오멸 영화 감독

● 진 행 : 이선화 앵커

● 2018년 11월 19일 제주BBS ‘아침저널 제주, 이선화입니다’

(제주FM 94.9MHz 서귀포FM 100.5MHz)

● 코너명 : 오늘의 이슈

[이선화] 여러분 혹시 ‘지슬’이라는 영화 기억하세요? 2013년, 제주출신 오멸 감독이 제주 4.3을 주제로 만든 영화인데요, 세계 최고의 독립영화제 중 하나인 선댄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면서 세계적인 화제가 됐었죠. 제주4.3의 어두운 역사를 영상미 넘치는 감각으로 풀어내서 많은 영화인들과 관객의 뜨거운 박수를 받기도 했습니다. 지난 11월 15일, 오멸감독의 일곱 번째 장편영화 ‘인어전설’이 드디어 개봉을 했습니다. 이번 영화 역시 제주해녀의 이야기를 다룬 제주의 이야기여서 더 반가운데요, 지금 오멸 감독 전화 연결돼있습니다. 감독님 안녕하세요?

[오멸] 예, 안녕하십니까.

[이선화] 우선 ‘인어전설’ 개봉 축하드리겠습니다.

[오멸] 예, 감사합니다만...제가 죄송합니다 늦게 개봉하게 돼서.

[이선화] 일단 그 늦어지게 된 사유는 나중에 여쭐게요. 지금 감독님과 잠깐 전화인터뷰 하는 데에도 사실 힘들었어요, 계속 바쁘셔서. 이 인터뷰도 잠깐 주차하고 해주신다고요.

[오멸] 휴게소입니다.

[이선화] 요즘 바쁘신데, 근황이 어떻게 되시나요?

[오멸] 지금 한창 촬영 중에 있습니다.

[이선화] 어떤 작품이죠?

[오멸] 세월호 관련된 이야기인데요, 내일 아침 새벽에 목포 촬영이라 지금 목포로 이동 중에 있습니다.

[이선화]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는군요. 세월호 역시 많은 아이들이 제주도로 오는 꿈을 가지고 있다가 사고가 났죠. 제주도에 대한 이야기도 같이 세월호에 연결이 돼있나요?

[오멸] 아니요, 이번 영화는 제주도와는 연결이 돼있지 않습니다. 생존자와 희생자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선화] 감독님 특유의 시선으로 세월호라고 하는 아픔이 어떻게 풀어 나올지 기대를 해봅니다. 다시 ‘인어전설’ 이야기로 되돌아가볼게요. 지난 15일에 개봉됐죠, 아주 어렵게. 먼저 ‘인어전설’이 어떤 영화인지 직접 소개해주시죠.

[오멸] 제주도분들에게는 거의 어머니와 같은 존재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해녀들의 이야기를 좀 밝게 해보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싱크로나이즈가 가지고 있는, 수영의 꽃이라고 불리는 그 수영 장르를, 해녀 분들이 바다의 꽃처럼 소위 연계성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조금은 코믹하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는 해녀 분들의 치열한 삶을 연결해보려고 나름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이선화] 그러면 바다의 꽃이라고 하는 개념으로 해녀 분들의 바다물질을 노동이 아닌, 싱크로나이즈라고 하는 음악과 함께 하는 것으로 연결을 하신 거네요?

오멸 감독

[오멸] 어떻게 보면 물속으로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행위가 서로 일맥상통하는 지점이 있더라고요. 그리고 자맥질을 조금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싱크로나이즈의 그 춤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이선화] 지금까지 그런 시선은 없었던 것 같아요. 자맥질이 저승길을 간다, 칠성판을 메고 저승길을 들어간다는 개념으로 해녀 물질이 목숨을 건 대단한 노동으로만 인식이 됐었지, 오멸 감독님이 지금 말씀하시는 것처럼 바다의 꽃이라는 개념으로, 싱크로나이즈라고 하는 아주 활력 넘치는 댄스로 연결되는 건 처음 들었습니다.

[오멸] 제가 누가 안됐으면 좋겠는데...저는 해녀의 삶을 고된 노동으로만 보지 않고, 엄청난 에너지를 가지고 계신 분들이잖아요? 그런 시선을 가지고 싶었습니다.

[이선화] 그런데 이 영화가 사실은 3년 전에 완성이 됐죠. 저는 ‘지슬’도 봤었기 때문에, 3년 전에 오멸 감독님이 해녀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낼까 해서 기다렸는데 상영이 안돼서 저도 좀 속상했어요. 왜 개봉이 늦어진 거죠?

[오멸] 아...굉장히 복잡한 일이긴 했습니다. 모태펀드라고 국가에서 영화 쪽을 진흥하기 위해서 만든 펀드가 있었는데요, 저희 영화가 1차에서 다 통과가 되고 2차 최종심의만 남아있었는데 말도 안 되는 조건이 걸리면서 촬영초반에 투자가 갑자기 날아가 버렸어요. 우리는 거의 확정적이라고 얘기를 들었거든요. 그래서 촬영을 들어가 있는 상태였는데 제작비의 되게 큰 부분이 갑자기 빠지면서...제작은 이미 들어가면 멈추면 안 되거든요. 그래서 저희 스태프들이 돈을 꾸어오면서 영화를 마무리했습니다만, 후반 작업도 너무 힘들고 현장에서도 안 좋은 분위기가 생겼죠. 최종적으로는 마무리 하는 데에 있어서 제주도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거기에 대해 되게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배급사도 그 사이에 잡히지 않다가요, 최근에 배급사가 굉장히 의지를 가지고 해줬습니다. 저는 개봉 못할 줄 알고 정말 엄청난 자괴감에 빠져있었습니다 그동안. 그래서 지금 감회가 남다르긴 합니다.

[이선화] 그렇게 고생을 하시면서, 속앓이를 하시면서 만든 영화 ‘인어전설’. 어떤 이야기를 강조하고 싶으셨나요?

[오멸] 되게 다양한 사람들이 나오는데요, 거의 대부분 여성들이고 어머니들입니다. 해녀는 곧 어머니라는 생각으로 제가 시나리오를 썼거든요. 그런데 그 어머니의 다양한 모습, 군상들이 해녀들의 모습에 서려있고, 거기에서 신화적인 존재까지. 설문대할망도 저희 어머니잖아요?

[이선화] 설문대할망도 여성이면서, 저희의 또 다른 어머니죠.

[오멸] 제주도가 여신의 땅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여성성이 강한 곳인데, 그분들의 그 다양한 모성애의 방편, 방식이 자손들을 향해 뻗어있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그 모성애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했습니다.

[이선화] 그리고 배우들이 거의 다 제주사투리를 쓰다 보니까 자막이 깔려야 해서, 한국영화인데 한국자막이 들어가는 또 다른 보는 재미를 제공한다고 하더라고요? 영화 촬영 중에 기억나는 에피소드 있으면 말씀 좀 해주세요.

[오멸] 저는 제주도에서 촬영하는 게 예전에는 너무 힘들었어요. 이 일곱 번째 영화를 하는 동안 제주도 이야기만 다섯 번을 한 것 같은데, 현장에서 제주도 사투리로 ‘귓것’ 취급을 많이 받아서요.

[이선화] 감독님 데뷔작도 ‘어이그, 저 귓것’ 아닙니까.

[오멸] 그런데 이번 영화를 할 때는 지역 주민 분들이 너무 흔쾌히 도와주셨어요. 그런 데에서 엄청난 변화가 생기고, 진짜 실력으로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문희경 선배님 같은 경우는 동네 한 바퀴 돌고 나오면 얻어먹을 것도 생기는 분위기? 지역 주민들이 영화를 통해 저희에게 기대하는 바람이 지금은 되게 크게 느껴진 현장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선화] 3년 전 당시 기사가 기억이 나는데요, 일종의 광고를 하셨잖아요? 제주도민들에게 제작비가 부족하니 엑스트라로 좀 와달라고 하셨었죠. 수영장 씬을 촬영할 때였나요? 그 얘기 좀 해주세요.

[오멸] 저희 제작진들이 SNS를 통해 지인들까지 동원해서, 왜냐하면 보조출연자를 구하기가 어려우니까요. 돈이 없었거든요 그때. 그래서 무작정 부탁해보자 했는데 300명이 넘는 분들이 와주셨거든요. 그때 저희가 텀블러를 개런티로 드렸어요. 텀블러에 ‘해녀는 제주도의 어머니입니다’ 이 문장 하나를 써서. 같이 박수도 치고, 노래도 부르고, 되게 시간에 쫓기는 촬영이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정말 감동을 받았던 날로 기억을 합니다 아직도.

[이선화] 그분들이 3년 동안 ‘인어전설’ 언제 개봉되느냐, 내가 박수치는 모습이 어떻게 편집돼서 언제 나오느냐 많이 기다리셨을 텐데 감독님은 그분들께도 괜히 미안한 마음이 있었겠어요.

[오멸] ‘인어전설’ 앞에서는 죄인입니다 완전히.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도와주셨는데, 그걸 매끄럽게 끌고 가지 못한 부담감이 굉장히 컸고요. 또 그분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드릴 수가 없는 상황이어서요. 개인적으로 이 기회를 빌어서 너무 감사드린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선화] 일반 도민 분들도 보조출연자로 역할을 하셨지만, 특히 해녀 분들이 직접 출연도 하셨죠. 영화 출연을 하시면서 어떤 감정을 그분들이 보이셨는지 얘기해주세요.

[오멸] 김녕 쪽에서 많이 도와주셨어요.

[이선화] 김녕 쪽 해녀 분들이요?

[오멸] 예. 진짜 너무 적극적으로 협조를 해주셨고, 그분들 중에 어떤 집은 집 안에서도 촬영을 하게끔 해주시고, 저희가 모르는 거는 또 가르쳐주시고.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한 동료가 되어주시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이선화] 감독님 일곱 번째 작품이 ‘인어전설’이고, 그중에 다섯 번 정도의 작품에서 제주 이야기를 다루셨어요. 앞으로도 계속 제주 이야기를 작업하실 거죠?

[오멸] 솔직히 하고 싶기는 한데, 솔직한 심정으로는 하기 너무 힘듭니다. 제 개인의 의지랑, 이번에 ‘인어전설’에서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도 마찬가지인데, 저희 같은 약자들은 약간의 악한 조건이 오면 어떤 대처도 하지 못하는 굉장히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더라고요. 어떠한 제도나 어떠한 방법 없이, 사회적 약자로서 갑자기 훅훅 무너지는 환경을 지금에 와서는 맞이하고 있다 보니까, 그런 방법을 구체적으로 저희가 찾지 못하면...이건 저 혼자만의 숙제로 끝나는 게 아니고 앞으로도 제주에서 영화를 만들고 싶어 하는 후배 감독들에게도 굉장히 큰 한계로 다가올 문제여서 그런 부분에 대해 어떤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암만 영화를 열심히 만든다 해도, 저희는 저예산 영화이다 보니까 기존 상업영화랑 상대가 안돼요. 들어가는 제작사나 여러 가지해서. 그러다보니 지역영화를 개봉할 때도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거든요. 여러 가지 같이 고민을 해서, 이 문제를, 방법을 찾아가는 게 필요한데,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지점 아닌가 싶습니다.

[이선화] 사실은 오멸 감독님을 스타 감독으로 만든 여러 영화가 있지만, 빠질 수 없는 게 ‘지슬’이잖아요? 그런데 ‘지슬’ 역시도 제가 알기로 예산 지원이 2000만 원 정도 받았었나요?

[오멸] 그때 당시에는 관에서 얼마 받았는지 기억이 안 나요. 나중에 촬영 끝나고 나서 제가 엄청 화를 냈던 걸로 기억을 합니다.

[이선화] 감독님께서는 본인의 입장이 아닌, 제주의 영화를 꿈꾸는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제주의 이야기를 위해서는 어떤 누군가들이 이 부분에 개입이 돼서 도와야 하고, 제주의 영상문화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오멸] 우선 신나야 되는 것 같아요. 신이 안 나는 거예요 그동안.

[이선화] 영화 제작자들이요?

[오멸] 예. 비교대상이 저희 제주도는 밖이 문제가 아니고 내부여야 하거든요. 제주도에서 단편영화가 나오든, 독립영화가 나오든, 제주도 이야기가 막 쏟아져야 하는데...신나게 찍을 원동력이 없어요. 관객이 안 생기죠 첫 번째. 그리고 그 관객의 관심만큼, 요즘 영상진흥위에서 많은 지원을 해주고 있긴 한데, 교육처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영화제나 영화를 공부할 수 있는 영화과나 이런 것들이 전혀 없는 터전에서 저희가 작업을 하고 있거든요. 서울에서 공부하고 제주도 영화를 찍으러 내려올 일이 거의 없을 겁니다 아마. 그런데 이 땅에서 같이 살면서 영화공부를 하면서 지역의 풍광을 담고 삶을 담으면서 제주의 매력을 배울 수 있게끔 해야 그 친구들이 제주도 이야기를 계속 찍지 않겠습니까? 교육할 수 있는 기관이 만들어지는 게 일차적으로 제일 급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선화] 오멸 감독님은 원래 꿈이 영화감독이셨습니까?

[오멸] 그건 아니었던 것 같은데요.

[이선화] 원래는 미술 전공을 하셨죠?

[오멸] 네, 미술하고 연극도 했었고 축제도 만들어봤고...지금은 영화를 하고 있네요.

[이선화] 계속 영화하실 거죠?

[오멸] 제가 극복이 안 된 숙제들이 많은 것 같아서 당분간 계속 할 것 같습니다. 공부를...따로 배운 적이 없이 하고 있는 중이어서 우선 기술적인 문제도 공부를 해야 할 게 많고요, 제주도를 다루는 이야기 방식에서 영화만큼 좋은 도구가 없거든요. 그래서 이런 것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느냐에 대한 많은 숙제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선화] 늘 새로운 도전을 꿈꾸시고 지평을 넓혀 가시는 오멸 감독님을 보면서 영화감독의 꿈을 키우는 제주의 젊은이들에게 한 말씀 격려를 해주시죠.

[오멸] 만만치 않은 것 같고요...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시작을 하고 싶은데요, 부모부터 설득할 수 있는 영화를 찍어라. 가까이에 있는 사연부터 눈을 돌리고 깊이를 섬세하게 둘 줄 알면, 사회에 대한 눈도 열리고 사회를 향한 좋은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선화] 감독님 끝으로 제가 궁금한 것 한 가지만 여쭙겠습니다. 다음에 도전할 제주 관련 영화는 어떤 작품이 될까요?

[오멸] 구체적으로 계획을 잡은 건 없는데요, 제가 최근에 몽골에 갔다가 그런 생각을 잠깐 해봤습니다. 초원 한복판에 초가집 한 채 지어서 이야기를 찍으면 어떻게 될까. 왜 그런 생각이 잠깐 들었냐면요, 게르에서 야크똥을 줍는 아주머니를 봤어요, 그런데 그 아주머니에게서 해녀가 떠올랐어요 갑자기. 제주인의 삶과 또 다른 형태로 맞닿아 있는 기분이 많이 들었습니다.

[이선화] 몽골 여성에게서 느낀 거예요?

[오멸] 예, 그 고된 삶과 혹독한 환경 등 여러 가지에서...오히려 공간을 섬이어서 좁게 보는 게 아니고, 섬사람이었기 때문에 지구도 섬으로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요즘에. 조금 더 확장된 개념으로 섬을 보고, 확장된 개념으로 섬처럼 배회하고 있는 사람들을 관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그런 이야기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이선화] 언제나 새로운 시각으로, 유머를 섞어서 영화를 끌고 가시는 오멸 감독님. 바쁘신데 시간 내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요, 지금 이동 중이신데 어렵게 통화를 해주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지금 작업 중인 세월호 영화 하시는 동안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오멸] 예, 감사합니다.

[이선화] 지금까지 오멸 감독과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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