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2014년 찬불가 악보집 [뭇소리 찬불가] 를 제외하면 2008년 [박범훈의 추임새] 이후 10년 만의 신간입니다. 이 책을 쓰게 된 경위를 소개 해주신다면?

- 원래 제가 동국대학 일반대학원에서 불교학 박사학위를 했어요. 그때 논문을 불교음악 쪽으로 썼습니다. 한국 불교음악의 전래와 전승에 관한 연구, 인도로부터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로 들어와서 어떻게 한국적인 불교음악으로 발전해 갔는지. 모든 불교 음악을 역사에서부터 지금 창작된 불교음악까지 총괄해야 하는 그런 욕심 많은 논문을 썼습니다. 그래서 [한국 불교음악사 연구]라는 책을 냈습니다. 이게 우리나라에서 불교음악을 정리한 최초의 책입니다. 그런데 이게 논문이라 너무 어렵기 때문에 이후에 좀 더 쉽게, 여행안내서 같은 책을 쓸 수 없을까 하다가 이 책을 쓰게 됐습니다.

 

Q2. 이 책에서 중국은 범패가 보존이 잘 되지 않는 반면, 우리나라는 중국으로부터 범패를 전해 받았는데도 보존이 잘 되고 있다고 말씀 하셨는데, 그 이유를 무엇으로 보시는지?

- 어느 나라든 외래문화는 자국문화와 충돌하게 됩니다. 그리고 자기문화와 됩니다. 범패는 중국으로부터 830년에 진감선사에 의해 들어왔는데, 그 오랜 시공을 거치며 우리의 범패가 된겁니다. 이렇게 우리는 전승 보존이 잘 되었습니다. 이에 반해 중국은 훌륭한 음악 역사가 있지만 문화혁명이라든지 여러 가지 정치적인 시대의 흐름에 의해 전통음악이 많이 없어졌습니다. 지금은 창작 음악이 중심을 이루고 있고 소수민족의 음악이 남아있을 뿐입니다.

 

Q3. 책에 보면 “찬송가 같은 찬불가”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계시는데, 몇 해 전 스님들이 랩을 하는 영상이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찬불가가 트렌드에 맞추어 변화되고 있는 모습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 두 가지로 보시면 됩니다. 종교의 생명은 의식입니다. 그래서 의식 음악만은 그 종교의 특징이 있어야 합니다. 불교의식이 타종교의 의식과 같다면 불교의식이라 할 수 없겠죠. 그래서 제가 이야기하는 것은, 의식에 수반되는 음악은 의식에 맞는 정통성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 외에 생활속에서 우리가 함께하는 불교음악은 랩이든, 가요든, 동요든 상관 없죠. 하지만 불교음악이라고 한다면 그 속에 부처님 말씀이 들어있어야 한다는 것은 변함 없습니다.

 

Q4. 불교음악의 율적 문제가 아직도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고 하셨는데, 원장님이 생각하시는 해결 방안은?

-그 해결 방안을 위해서 바로 BBS 불교방송이 앞장섰습니다. 1991년에 찬불가 모집을 하면서 거기에 공모를 냈는데, 새로운 찬불가는 대중들이 쉽게 부를 수 있는 선율에 범패나 염불과 같은 불교의 맛이 들어있어야 한다는 것까지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운동에 BBS 불교방송이 일찍이 앞장섰던 것이죠. 왜냐하면 전통적인 불교음악이 있는데도 타종교 음악을 흉내 내서는 안 되기 때문이죠. 왜 이러한 문제가 나왔느냐 하면, 바로 찬불가의 역사를 보면 그런 시기가 있었습니다. 1910년대에 찬불가 운동을 독립운동과 연계해서 했는데, 불교의식을 스님이 주도하지 말고 많은 대중과 함께 하자는 의미에서 찬불가 운동이 일어났는데, 스님들이 작사는 잘 하셨지만 작곡을 하시는 분들이 없었어요. 그래서 목사님이나 신부님한테 잘 안 부르는 곡을 받아서 가사를 바꿔 부르던 그런 눈물 나는 역사가 있습니다. 그 뒤에 작곡가를 찾아다니며 곡을 써달라고 했는데 불교 전통 음악을 잘 모르던 분들이 쓰신 것이 찬불가처럼 된거죠. 그래도 그런 음악 덕분에 많은 불교 합창단이 탄생됐고 불교 포교에 큰 도움이 되어 고맙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가 전통 불교 음악이 무엇인지 다 알고 중요성을 알기에 바뀌기 시작하는데 제가 한 30년 전부터 BBS 불교방송과 함께 그 운동을 해 가고 있습니다.

 

Q5. 음악의 분위기는 가사도 중요하지만 선율이 아주 큰 영향을 미치는데요, 최근의 트렌드를 보면 서양음악의 선율이 주류를 이룹니다. 앞으로의 불교음악 발전상은 어떻게 되어야 할까요? 국악에 기반을 두고 한국적인 미를 고수해야 할까요, 아니면 트렌드와 서양음악, 그리고 국악 사이에서 절충해야 할까요?

- 이 역시 두 가지 입니다. 의식 음악만은 정체성을 확립해야 합니다. 스님들께서 의식을 행하실 때 그 분위기에 맞는 우리의 전통 불교 음악이 있습니다. 이 전통 불교 음악을 대중들이 다 같이 공유할 수 없으니 전통적 요소를 넣어서 대중들이 함께 부를 수 있는 의식 찬불가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지금 의식에 불리고 있는 새로운 찬불가들은 의식과 맞지 않습니다. 이것은 제 이야기가 아니라 모든 분들이 그렇게 말합니다. 삼귀의, 사홍서원 등을 비롯한 음악들은 더 전통적인 불교의식에 맞는 음악으로 재정비 되어야 합니다. 다음으로 일상생활 속에서 불리는 것은 장르마다 폭넓고 새로운 곡들이 다양하게 나오면 좋습니다. 오페라, 뮤지컬, 영화, 가요, 관현악 등 어떤 음악도 좋지만 그 음악 안에는 부처님의 말씀이 있어야 합니다. 이 기본적인 것만 놓치지 않으면 됩니다.

 

Q6. 불교음악의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인재 양성을 꼽으셨는데, 전문적으로 불교음악 전공이 개설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시는지?

- 물론이죠. 지금 불교음악원의 불교 합창 아카데미에서도 잘못 가고 있는 합창의 분위기를 바로잡고 발전적으로 교육시키고 있습니다. 서양음악의 모체는 기독교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우리 동양음악의 모체는 불교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불교음악은 곧 우리의 전통음악입니다. 불교가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우리의 생활 소리와 만나 새로운 음악이 만들어지는데 그것이 우리의 불교음악입니다. 지금 우리 스님들이 부르시는 가락이 전부 우리 민요 가락입니다. 따라서 국악과 같은 우리 전통 음악을 공부하는 전공은 결국 불교음악을 전공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조금 더 전문적으로 교육시킬 필요성이 있다고 볼 수 있지만, 국악에 많은 불교음악이 포함 되어있습니다. 3대 성악의 국악에서 1번이 범패입니다. 범패를 우리나라 국악에서 첫 번째 성악곡으로 꼽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표적인 합주곡이 영산회산곡입니다. 이처럼 우리의 전통 음악에는 불교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Q7. 이 책은 2000년에 쓰신 [한국 불교음악사 연구]보다 넓고 대중적인 버전의 불교음악사 책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오늘날까지의 한국 불교 음악사를 한 줄로 요약한다면?

- 부처님의 말씀을 소리로 표현한 겁니다. 불보살을 찬탄하는 소리는 그 소리 자체가 불보살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불교음악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생활 속에서 하고 있는 소리가 부처님의 소리고 불교음악입니다. 연등회 같은 경우에도 종교 상관없이 모두 등을 달고 축제로 즐기는 것처럼 우리가 만드는 음악들이 우리 삶 속에 함께 살도록 해야 합니다.

 

Q8. 책에 소개된 BBS 와의 에피소드를 보면 K 피디가 등장하는데, 그 당시에 10분 만에 “찬미의 나라”를 작곡하게 만든 K 피디에게 느꼈던 감정은?

- (웃음) 지금은 그분이 다른 일을 하고 계신 것으로 아는데, 불교방송 피디 중 국악학과를 나온 분은 그 분 한분 이었습니다. 그 분이 찬불가의 율적 문제 해결에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1991에 신작 찬불가 공모를 할 때 총 책임을 맡았는데, 하도 일이 바빠서 마감 날까지 저한테 가사를 넘기는 것을 잊어버렸던 거죠. 그래서 마지막 날 그 피디의 입장에서 서둘러 쓴 것입니다. 그 피디 책임 면하게 해주려고 했죠. 제가 쓴 곡인지도 모를 정도였는데, 많이들 불러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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