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BBS ‘아침저널 제주, 이선화입니다’ - 오늘의 이슈

● 출 연 : 이현숙 제주도 성평등정책관

● 진 행 : 이선화 앵커

● 2018년 10월 29일 제주BBS ‘아침저널 제주, 이선화입니다’

(제주FM 94.9MHz 서귀포FM 100.5MHz)

● 코너명 : 오늘의 이슈

[이선화] 제주도는 민선 7기 조직개편을 하면서 전국지방자치단체로서는 최초로 ‘성평등정책관’을 신설했습니다. 그리고 공개모집을 통해 지난 9월 28일, 언론사 출신 이현숙씨를 성평등정책관으로 채용했습니다. 오늘 아침저널에서는 이현숙 성평등정책관을 모시고 여러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이현숙]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이선화] 9월 28일에 채용되셨군요. 늦었지만 축하드리겠습니다. 짧게 어떻게 일하겠다는 각오 한마디 듣고 갈까요?

[이현숙] 네, 감사합니다. 전국지자체 최초로 된 만큼 부담도 있고요, 어깨가 무겁습니다. 제주도가 성평등한 섬, 성평등한 도시가 될 수 있도록 제 능력껏 최선을 다해볼 생각입니다.

[이선화] 기대가 많습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최초의 조직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어떤 부서이고 어떤 일을 하는지 말씀해주세요.

[이현숙] 말씀하신대로 제주특별자치도는 전국 최초로 지난 8월 조직개편에서 행정부지사 직속으로 성평등정책관 부서를 신설했습니다. 그리고 성평등정책관 개방형 공모를 진행했는데요, 저는 공모를 통해 9월 28일자로 정책관으로 임용됐습니다. 전국에서 처음 부서가 신설돼 공직이나 민간 모두 낯설게 바라보고 있기는 합니다. 성평등정책관은 모든 부서 간의 벽을 뛰어 넘어 모든 정책에 성평등, 차별금지, 성폭력 해결 등 여러 관점을 녹여내기 위한 새로운 행정조직으로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선화] 몇 개 팀으로 구성이 돼있죠?

[이현숙] 성평등기획팀, 성인지정책팀, 여성친화도시팀, 이렇게 세 개 팀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선화] 보통은 여성 관련해서는 보건복지여성국 산하에 있어야 할 것 같은데 행정부지사 직속 체제로 되어 있더라고요. 그렇게 된 이유가 있나요?

[이현숙] 지금 현재 보건복지여성국 산하에 여성가족청소년과는 남아 있습니다. 거기에 여성권익계는 남아있는데요, 그럼에도 행정부지사 직속으로 성평등정책관실을 만든 건 앞서 말씀드렸듯이 모든 정책에 성평등 바람을 불러일으키겠다는, 건설이든 도시든 모두가 차별받지 않게 좋은 영향을 미치겠다는 도정의 의지를 반영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선화] 성인지 예산을 추진하려고 해도 사실은 보건복지여성국에서만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민선 7기 제주도정이 ‘도민과 함께 하는 성평등 정책’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이는데요, 구체적인 업무는 어떻게 펼치고 있나요?

[이현숙] 앞서 말씀드린 세 개 팀이 있죠. 이름에서도 알 수 있겠지만, 성평등기획팀에서는 도시 전반적인 성평등 인식 확산을 위한 기획 업무를 책임집니다. 성인지정책팀에서는 성별 영향 평가라든지, 성인지 예산, 그리고 성인권교육과 같은 부분을 책임집니다. 여성친화도시팀은, 지금 제주도가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돼 있죠, 그 사업들을 총괄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선화] 제주도정이 여성정책과 연결해서 다른 지자체보다 돋보이는 게 ‘양성평등위원회’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이현숙] 양성평등위원회를 더 확대해서, 젠더 거버넌스 기능을 더 확대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지금 위원들도 확대했고요. 얼마 전에 전체회의를 열어서 분과 구성도 성평등정책관실 조직에 맞춰서 변화시켰습니다.

[이선화] 양성평등위원장이 현재 원희룡 도지사죠. 부위원장으로는 연세대 명예교수인 조한혜정 교수가 제주 여성 정책을 도와주고 계시더라고요. 지난 2015년부터 ‘제주처럼’이라고 하는 정책을 추진하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제주처럼’은 어떤 정책이고, 그동안의 성과는 어떤 것이었나요?

[이현숙] 제주도정이 가장 칭찬받고 있는 어성정책을 들라고 하면 ‘제주처럼’ 성평등정책이 있습니다. 생활체감형 성평등 정책으로, 전국에서 많은 상도 받고 칭찬도 받고 관심도 받고 있습니다. 이 정책이 의미가 있었던 건, 여성정책에 대해 위에서 내려 보내는 게 아니라 수요조사를 통해 여성 지역 도민들의 욕구와 지역특성을 반영한 아이 키우기 좋고, 가족이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그런 정책을 추진했다는 겁니다. 도민 공모를 통해 명칭도 정했고요, 2015년부터 시작해 올해 말까지 추진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내년부터는 이 사업들을 정리하고 예산을 분석하고, 실효성을 따진 다음에 내녀부터 ‘더 제주처럼’이라는 2단계 정책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이선화] 1단계 ‘제주처럼’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둬서 2단계로 가는군요. 그리고 지난해에 ‘제주처럼’으로 여성신문사에서 주최하는 ‘여성과 함께하는 좋은 정책 경영대상’을 받았다고요?

[이현숙] 그렇습니다. 여성가족부에서 저출산 극복 우수시책 추진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고요. 말씀해주신 것처럼 ‘여성과 함께하는 좋은 정책 경영대상’도 수상했습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려고 합니다. ‘더 제주처럼’ 프로젝트도 양성평등위원회의 젠더 거버넌스 기능을 강화해서 의견을 수렴해 내년에 발표하려고 합니다.

[이선화] 제주도가 여성의 섬이다, 제주도 여성이 일을 많이 하고 생활력이 강하다고 하지만 정책 결정을 할 수 있는 정책결정자, 고위직으로 진출한 퍼센티지는 얼마 안 되거든요. 그런 부분에 대해 또 여성기자로 일하면서 문제의식을 느낀 적 없었습니까?

[이현숙] 아시겠지만, 언론사 조직도 가장 깨어있을 것 같지만 들여다보면 굉장히 보수적인 조직이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여기자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상황들을 겪어야 했고요. 어쩌면 그게 이 분야에 제가 도전하게 된 계기이기도 합니다. 제주도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이선화] 그런 관점에서, 성평등정책관이 앞으로 해야 할 사명감에 대해 다시 한 번 환기시켜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앞서 말씀하셨지만 제주도정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정책결정자 고위직 3급인 국장 같은 경우 여성국장이 한분도 안 계시거든요. 그리고 4급 같은 경우도 10%가 안 된다고 합니다. 5급도 15%를 겨우 넘고...앞으로 제주도정 여성공무원의 지위향상과 위원회의 여성비율은 어떻게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숙] 저희가 강하게 추진해야 할 부분이, 제주도민에 대한 여성대표성을 강화시키는 부분입니다. 말씀하신대로 연차별로 목표수치를 정하고 있습니다. 2022년까지 위원의 경우 45%까지 여성 비율을 높이는 것을 추진하고 있고요. 여성 데이터베이스를 지난해에 구축했습니다. 그분들이 데이터베이스에 올라있는 1900여명의 여성 인적자원을 가지고 위원회 구성 시에 추천하도록 해서 위원회의 여성비율도 높일 예정입니다. 일부 남성들은 여성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남성의 기회를 빼앗는 게 아니냐고 말씀하시기도 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성평등한 조직이 되어야 효율성, 조직의 능력도 발전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선화] 행정부지사 직속체제로 갔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각종 위원회에 여성 비율도 높여야겠죠. 그런데 결국 정책결정을 하는 위원장의 성별도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있잖아요? 그럼 위원회 여성비율이 45%, 이분의 일도 안 되는 비율로만 갈 게 아니라, 위원장에 대한 고민도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이현숙] 정말 좋은 말씀입니다. 위원장이 단독으로 결정하는 건 아니지만, 일단 위원들의 참여율을 높이고, 또 대표를 할 수 있는 위원장도 여성들이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는 것 같고요. 그걸 위해 여성들의 역량강화와 같은 부분도 책임져야 할 것 같습니다.

[이선화] 방송 듣고 계신 분들 중에, 이미 여성들이 누릴 거 다 누리고, 다 돼있는데, 또 뭘 하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일부에서 ‘이미 성평등 된 것이 아니냐?’라고 반문 하는 분들도 계시는데, 그런 분들에게는 어떻게 대답을 하시는지요?

[이현숙] 객관적인 수치를 들여다보는 게 우선 중요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성평등 수준은 점차 향상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인식조사를 해보면 불평등하다는 인식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올해 유엔개발계획에서 조사한 성불평등지수, 젠더 인이퀄리티 인덱스를 봐도 아직 한국은 세계 10위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제주지역은 여성고용률이 전국평균과 비교해서 높은 수준이지만, 그 일자리의 질이나 안전에 대한 부분은 여전히 제주지역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서, 이런 약한 부분들을 더 키워내는 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저도 제주 여성에 대한 취재, 해녀 분들에 대한 취재를 해보면, 생활력과 가정에서의 자존감이 비례하지는 않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이선화] 생활력이 강하고 일은 많이 하는데, 그거에 대한 존중이나 사회적 인정은 약한 거죠.

[이현숙] 네, 그래서 여성들의 자존감을 높이고 여성들이 존중받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제주도의 성평등 인식을 확산하는 데에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선화] 막연히 도정의 업무로만 할 게 아니라, 교육청과 연대해서 자라나는 세대들과 함께 성평등에 대한 부분을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현숙] 그렇습니다. 이번에 저희가 성인권교육을 하는 활동가와 대표들을 모시고 간담회를 했었는데요, ‘교육청과 함께 가야 한다, 그것이 성평등 제주를 이룰 수 있는 길이다’라고 제언을 해주셨습니다. 저희가 앞으로 그런 부분도 신경 써서 같이 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선화] 또 말씀 중에 ‘여성친화도시’ 재지정에 대한 말씀이 있으셨거든요. 여성친화도시 재지정을 하게 되면 앞으로 어떤 일들이 가동되는 건가요?

[이현숙] ‘성인지적 관점의 여성친화도시 추진’이 내년 주요사업이기도 합니다. 여성친화도시라는 건 지역 도시 전반에서 남녀가 동등하게 도민과 함께 하는 여성친화도시로 만들자는 사업입니다. 2017년부터 2021년에 걸쳐서 추진되는데요, 올해가 재지정 3년차라서 5개 분야 25개 과제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여성의 통합적 건강과 성장을 위한 힐링공간 조성을 위해 청사진도 마련해 나가고 있고요, 혼자 사는 여성들이 안심하고 택배를 받을 수 있도록 안심무인택배 사업도 확대해나갈 생각입니다.

[이선화] 성평등정책관실이 잘 가동돼야 민선 7기 제주도정이 새로운 일을 제대로 잘했다고 얘기를 들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꼭 이것만큼은 잘하고 싶다는 핵심과제, 우선순위 몇 가지만 말씀해주세요.

[이현숙] 제주 성평등정책관실이 지금 논의를 통해 내년도 정책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 소통과 거버넌스로 성평등 문화를 확산하는 것과, 성인지 정책을 실적과 건수 위주가 아니라 내실화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여성친화도시 사업도 겉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속에 들어가서, 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사업으로 적극적으로 추진해나갈 생각입니다. ‘더 제주처럼’ 사업도 실제 체감할 수 있는 사업으로 해서, 이를 위해서는 저희가 단독으로 가는 게 아니라 젠더 거버넌스 기능을 강화해서 운영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또 제가 아무래도 언론사 출신이기 때문에, 미디어에서 비춰지는 성차별 사례들이 많잖아요? 그래서 성평등 미디어를 선정하는 것도 추진할 생각이고요, 젠더 콘서트와 같이 생활 속의 다양한 성평등 모임도 할 수 있도록 추진해나갈 생각입니다.

[이선화] 여성가족연구원과의 연대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 같아요.

[이현숙] 여성가족연구원과 공동으로, 젠더 거버넌스 활성화를 위한 포럼을 제가 오자마자 일주일 이내로 했습니다. 그 속에서도 많은 응원과, 여성가족연구원과 연대가 필요하다는 말씀이 있었고요, 그렇게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이선화] 이제 업무 시작하신지 한 달 됐죠?

[이현숙] 한 달이 조금 안됐습니다.

[이선화] 끝으로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되겠다는 소회를 좀 말씀해주세요.

[이현숙] 이전에 언론사에 있을 때 문화, 경제, 사회, 정치 분야를 두루 하면서 각 분야에 있는 성불평등 사례를 많이 겪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부분들이 도정 정책에 묻어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거고요, 도정의 좋은 정책들을 잘 포장해서 언론에 노출하고, 저의 강점을 살려서 열심히 해보려고 합니다. 한 달 동안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이선화] 여성들이 여성, 여성만 하면 남성분들은 이게 도대체 뭐냐고 하기 때문에, 성평등을 위해서는 그 부분에 대한 균형을 잘 잡아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가장 중요한 건 자라나는 젊은 세대와 함께하는 정책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성평등정책관으로서의 다부진 포부와 함께 많은 이야기를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제주 성평등정책관 제1호, 이현숙 정책관과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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