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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북악산 포행을 통한 한반도 평화 구상은...
김호준 기자 | 승인 2018.10.29 16:22

스님이 한가로이 뜰이나 산을 거닐 때가 있습니다. 뭇사람의 시선에는 여유있는 산책 정도로만 여겨질 지 모르지만, 포행이라고 합니다. 좌선에 지친 몸을 풀기 위해 가볍게 걷는 정도지만 그 자체도 끊임없이 생각하는 수행이자 공부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북악산 등산'은 그야말로 포행이었습니다.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영구적 평화체제 건설이라는 숙제를 안고 숨가쁘게 달려온 과정에서 잠시 짬을 낸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마저 쉽사리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애초 예정했던 날짜는 태풍 '콩레이' 때문에 연기됐고, 다시 잡은 날인 28일에도 세찬 빗줄기는 물론이고 강풍과 천둥이 몰아치면서 산행 일정이 취소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자아냈습니다. 출입기자단과의 소통을 시샘하는 하늘의 장난같아 원망스럽기도 했습니다. 청와대 출입기자라고 하지만 대통령 얼굴을 보기 쉽지 않은데다 함께 산행을 하는 기회란 더더구나 갖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에 기자들과 산행을 가진 적이 있습니다. 1년 5개월만에 이뤄진 두 번째 산행은 비구름이 남하했다는 소식에 그대로 진행됐습니다. 해가 비추기도 하는 등 하늘은 '햇볕정책'으로 등산길을 반겨줬습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등산 내내 입증됐습니다. 마주치는 등산객마다 빠짐없이 대통령의 손을 잡고 함께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가까이는 서울에서 멀리는 제주도에서 나들이 온 시민들은 로또에 당첨된 기분이 아니었을까 싶었습니다. 나이드신 분들도 대통령 얼굴을 보자마자 미소를 흠뻑 머금는 표정을 보니 여론 조사 결과는 참고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히말라야 트래킹도 다녀온 '등산덕후' 문 대통령에게 북악산은 뒷동산에 불과했습니다. 정오 무렵 도착한 산 정상에서도 힘든 기색이 전혀 없어보였습니다. 문 대통령은 울긋불긋 가을색으로 물든 주변 경관을 보며 잠시 감상에 젖기도 했습니다. "나를 보지 말고 주변 경치를 보세요"라며 기자들에게 이번 산행의 목적을 환기시키기도 했습니다.   

즉석에서 이뤄진 기자 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은 "오늘 정치적인 이야기는 가급적 안했으면 좋겠다. 자신도 기사될 만한 내용은 별로 말하지 않을 결심을 갖고 있다"며 기자들의 무장 해제를 당부했습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까지 나서서 문화 관련 질의만 하라고 강요아닌 강요를 했지만 집요한 기자 정신은 사그라들지 않았습니다. 평소 건강 관리를 묻는 질문으로 시작했지만 끝내 정치관련 질문이 나왔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울에 오면 한라산 구경을 시켜줄 수 있다는 답변을 내놓고 나서야 기자들 마음은 안심됐습니다. 오늘 밥값은 했구나 하는 심정이었습니다. 

기사 쓸 거리를 내놓으셨으니 다행이란 생각이 들면서도 문 대통령의 건강관리 비법이 제 귓전을 맴돌았습니다. 문 대통령은 시간 나는 대로 청와대 뒷산, 북악산 쪽을 산책한다고 했습니다. 시간이 없을 때는 잠시 산책하고, 여유가 있으면 조금 더 조금 더 하다가 북악산 성벽길까지 이른다고 말했습니다. 이것이 건강관리도 되지만 생각을 정리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했습니다. 예를 들어 연설문을 생각할 때 많이 걸으려고 한다고 밝혔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걸음이자 목적지로 가기 위한 맹목적인 걸음일 뿐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위대한 발상을 떠올릴 수 있는 걸음이기도 합니다. 스님들의 포행이 공부임을 다시 떠올리면서 문 대통령의 북악산 포행이 한반도 비핵화를 앞당기고 나아가 평화체제를 이룰 수 있는 디딤돌이 되기를 기원해봅니다.

김호준 기자  5kj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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