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이 뜨지 않는경우 여기를 클릭하여주세요.

*출연 : 조계종 산악회 부회장 고원영

*앵커 : 양창욱 부장

*프로그램 : BBS 뉴스파노라마 [인터뷰, 오늘]

양 : 김창호 대장이 이끄는 원정대원 다섯 명이 히말라야 등반 도중에 사망했다는 비보가 지난 주말에 전해졌는데, 많은 분들이 충격에 빠져 계실 겁니다. 조계종 산악회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는 고원영 부회장님 전화연결돼 있습니다. 부회장님 나와 계시죠?

고 : 네 안녕하세요.

양 : 네. 이런 비보 들으시고 같은 산악인으로서 굉장히 참담하실 것 같은데 심정이 어떠십니까?

고 : 늘 저도 산을 등반하는 사람이니까, 마음이 너무 아프죠. 특히 김창호 대장은 세계적으로 전례 없는 도전정신과 기술을 인정받는 그런 산악인이에요. 인품까지 갖춘 진정한 산악인이라고 얘기들을 많이 하고 있는데, 이 사람이 또 아직 나이가, 살아갈 날이 많은 40대잖아요. 그래서 더 애통한 마음이 듭니다.

양 : 그러시군요. 부회장님은 개인적으로 김창호 대장을 알고 계셨군요?

고 : 네네. 깊이 안 건 아니지만은...

양 : 네. 아이고, 그러시군요. 누가 봐도 자타가 인정하는 전문산악인이었는데, 우리 원정대원 다섯명을 포함해서 아홉 명이 동시에 변을 당한 것이, 어쩔 수 없는 천재지변이었습니까?

고 : 히말라야에서의 사고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잖아요. 이번 경우는 좀 특별했다고 얘기들을 하죠.

양 : 어떤 측면에서요?

고 : 산사태도 아니고, 빙벽에서 떨어진 것도 아니고. 옛날에 엄홍길 대장이 사고를 당했던 크레바스에 떨어졌던 것도 아니고, 박영석 대장도 그렇게 됐지만, 이번에는 강풍에 날아가서 사망한 거란 말예요. 그런데 물론 그럴 수가 있다는 생각은 들지만 어쩐지 믿어지지 않는다, 산악인들이 그렇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양 : 그렇군요.

고 : 그런데 히말라야는 워낙 큰 산이기 때문에, 산이 큰 만큼 변수가 많다고 보시면 됩니다. 우리가 설악산 대청봉에 올라가보면 지상과 달리 바람이 아주 거세게 불잖아요. 히말라야는 그 수십배, 수백배라고 보면 됩니다.

양 : 그렇군요. 늘 이렇게 위험에 노출돼 있죠? 산을 탄다는 게요?

고 : 산이라는 게 항상 사고의 위험이 있지요. 높은 산에서만 사고나는 게 아니고, 낮은 산이지만 까다로운 산이 있어요. 이번에 김창호 대장이 개척한 크루자 히말라야 산이요, 높이가 7,193미터인데, 박영석 엄홍길 대장이 등정한 산보다는 낮지만 위험도가 에베레스트 산에 뒤지지 않는다, 이런 얘기가 있습니다. 그래서 서울의 북한산에서도 매년 사고가 나잖아요. 그렇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위험이라는 것이 산의 크고 작음에 비례하지 않습니다.

양 : 네. 그렇군요. 그런데 우리 이런 어쩔 수 없는 자연이 주는 위험, 이런 것 말고도 우리 산악 문화에 있어서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평소에 해오셨잖아요? 어떤 측면에서 말씀하신 겁니다.

고 : 그렇죠. 우리나라 산악문화가, 산악문화라고 얘기해야 할 것 같은데, 우리나라가 산업화되고 자본화되는 과정에서 생긴 부작용과 무리수가 있는데, 한때 우리나라 사람들이 산에 가는 걸 ‘정상찍기’라고 표현했어요. 정상을 찍는다...

양 : 정상을 찍는다... 네네.

고 : 산을 정복의 대상으로 보거든요. 이게 잘못됐다는 겁니다. 산을 정복해야만 산을 다녀온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잘못됐다는 거죠. 이게 일종의 성과주의라고나 할까요? 그러니까 산에 올라가면서도 스트레스가 쌓이는 거예요. 그런 분들을 많이 봤는데, 이제는 그런 문화가 달라져야 한다. 우리 사회도 어떤 면에서는 잘못된 산악문화와 비슷할지도 모르는데, 이런 것들이 바뀌어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는 거죠.

양 : 네. 그러니까 정복의 대상으로 산을 생각하고 성과 지상주의에 취해있는 그런 걸 벗어나서 자연과 교감하는 그런 등산이 돼야 한다는 말씀이시군요. 이렇게 하려면 처음에 어떻게 임해야 할까요?

고 : 그런데 제가 아까 말했듯이 김창호 대장은 산악인들로부터 대단히 겸손하고 진정한 산악인이라고 얘기를 많이 듣는 사람이었는데, 평소에 이런 얘길 했다고요. "울타리를 넘어서야, 내가 가는 곳으로 갈 수 있다". 그러니까 산악인이 산에 가는 것도 자신을 가둔 울타리를 벗어나서 미지의 세계로 가는 과정이다, 이렇게 얘기했다는 거죠. 김창호 대장은 등반업적보다 더 중요한 것이 삶의 중요한 의미를 깨닫는 것이다, 이렇게 늘 얘기를 했어요. 우리가 지상에서 느끼지 못하는 작은 것들, 그런 것들을 아무래도 고산이다보니까, 공기가 희박하잖아요, 그런 데서 고마움을 느끼는 것, 이것이 깨달음의 하나이다. 이렇게 얘기했다고 합니다. 제가 불자잖아요. 부처님이 출가하셔서 오랫동안 숲에 계셨잖아요. 거의 평생을 숲에 계셨는데 숲을 잘 관찰하면 숲과의 교감,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서 부처님이 우리에게 남긴 말씀을 이해할 수 있고, 부처님처럼 자비스러워질 수 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하는 거죠.

양 : 그렇군요. 부회장님,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말씀 고맙습니다.

고 : 감사합니다.

양 : 조계종 산악회 부회장을 맡고 계신 고원영 부회장님과 얘기 나눠봤습니다.

 

 

 

저작권자 © BBS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