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BBS ‘아침저널 제주, 이선화입니다’ - 오늘의 이슈

● 출 연 : 안심정사 회주 법안 스님

● 진 행 : 이선화 앵커

● 2018년 10월 8일 제주BBS ‘아침저널 제주, 이선화입니다’

(제주FM 94.9MHz 서귀포FM 100.5MHz)

● 코너명 : 오늘의 이슈

[이선화] 올해는 제주 4.3 7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죠. 그 강산이 일곱 번이나 바뀔 만큼의 세월이 흘렀지만 제주도민들에게 4.3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남아있는 아프고 슬픈 역사인데요. 오는 10월 14일 일요일, 제주4.3평화공원 위패봉안관 앞에서 제주 4.3 희생자들을 위한 해원상생무차수륙영산대재가 봉행된다고 합니다. 이 행사를 준비한 제주 안심정사 회주이시죠, 법안 스님을 모셨습니다. 스님, 안녕하십니까?

[법안 스님] 예, 안녕하세요.

[이선화] 스님, 이른 시간에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또 이런 뜻 깊은 행사를 마련해 주셔서, 제주도민으로서 또 한 번 깊이 감사드립니다. 제주 4.3 희생자를 위한 해원상생무차수륙영산대재, 어떤 행사인지 직접 소개 좀 해주세요.

[법안 스님] 해원상생무차수륙영산대재라는 것은 대규모로 영혼들을 천도하는 행사인데요, 이 행사는 우리가 역사적인 격변기에, 또 정치적 격변기에 불가피하게 또는 피할 수 있었지만 어쩔 수 없이 이뤄졌던 원혼들을 부처님의 말씀을 통해서 대규모로 해원시켜드리는 행사가 됩니다.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영산재 팀을 모셔서 원혼들을 천도하고, 또 그 자손들이 서로 상생해서 화합할 수 있도록 인도하는 행사가 되겠습니다. 그래서 물에서 돌아가신 분들과, 육지에서 돌아가신 분들 모든 분들을 다 모셔서 그분들을 천도해드리는 행사입니다.

[이선화] 수륙재라고 해서 물과 뭍, 육지에서 돌아가신 영혼들을 위로하는 행사군요. 그럼 영산대재는 어떤 행사인가요?

[법안 스님] 영산대재는 부처님의 법력을 통해서 육도윤회, 특히 지옥과 아귀와 축생에서, 그 삼악도라는 것에서 고통 받는 중생들을 그 마음을 깨쳐서 천상과 인간, 선도에 태어나게 해드리는 그런 행사가 되겠습니다.

[이선화] 안심정사는 본찰이 충남 논산에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지난해 12월에 제주시 연동에 포교원을 개원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제주도에 오신지 아직 일 년도 채 안됐는데 이처럼 큰 규모의 행사를 준비하시게 된 특별한 인연법이 있지 않았을까 궁금합니다.

[법안 스님] 한 15년 전쯤에 제주도 여행을 와서, 조천의 어느 펜션에 머무는데 너무 으스스하고 가위도 눌리고 그래서 도대체 왜 그러냐고 주위에 사는 분한테 여쭤보니까, 그곳이 4.3 희생자들이 매몰됐던 지역 근처라고 하더라고요. 그때 참 슬픈 마음이 많이 들어서, 빨리 제주도에 와서 해원상생수륙재를 올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특별한 연고가 없다보니까 15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그래서 지난여름에 불교에서는 모든 사찰들이 다 올리는 백중 49재를 올리면서, 기도를 할 때마다 그때 약속했던 그 부분하고 연결이 돼서, 원혼들이 감지가 돼서, 원래는 조금 있다가 하려 했는데 급히 마련하게 됐습니다. 또 70주년이 돼서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대규모로 봉행을 하게 됐습니다.

[이선화] 조천읍 같은 경우에는 450여 명이 한꺼번에 몰살된 지역도 있어서 그 큰 슬픔이 온몸으로 느껴지셨군요. 15년 전 그 마음으로 다짐한 약속을 이제 실행하시는 거네요. 그렇다면 제주도에 포교원을 개원하시게 된 것도 그 인연으로 시작 된 건가요?

[법안 스님] 그렇다고 할 수 있는데요, 제주도에서 논산까지 부처님 법을 들으러 오는 분들이 너무 많이 계시는데 제주도에서 논산까지 오는 건 교통이 아주 불편하거든요. 그래서 제주도에 공간을 마련해 드리면 훨씬 수월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 이런 인연으로 해서 자연스럽게 수륙영산대재를 봉행할 수 있는 것이 시절 인연이 잘 닿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선화] 포교원도 제주시 연동 가장 중심지역에 있더라고요. 인파가 있는 곳에 포교를 적극적으로 하시겠다는 의지로 느껴집니다.

[법안 스님] 그렇습니다. 현재 한국 불교가 타종교에 비해서 열세를 띄는 부분들이 접근성이라고 생각하고, 그 접근을 수월하게 할 수 있는 곳이 포교의 중심지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연동 근방에 대형 교회가 사십여 곳 있다고 하는데 불교 도량은 거의 전무한 상황이라서 불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부처님 말씀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그곳에 포교원을 개원하게 됐습니다.

[이선화] 다시 해원상생무차수륙영산대재에 대해 말씀을 나눠볼게요. 이 행사가 4.3 유족회하고도 연결이 되어 있는 행사죠? 그럼 참여하고 싶은 분들은 어떻게 참여할 수 있죠?

[법안 스님] 현재 유족회와 협의를 해서 저희가 차량을 곳곳마다 돌고 있는데 그렇지 않은 분들은 개별적으로 14일 일요일 10시까지 오시면 동참할 수 있습니다. 동참비나 이런 것은 전혀 없습니다.

[이선화] 무료로 참여할 수 있군요?

[법안 스님] 그렇습니다.

[이선화] 제주 지역의 신도뿐만이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오시나요?

[법안 스님] 네, 저희가 전국 다섯 곳에 도량이 있는데 그분들이 같이 와서 이 행사를 봉행하게 돼있습니다.

[이선화] 그 다섯 개 지역은 어디인가요?

[법안 스님] 서울, 부산, 대구, 논산, 그리고 제주도입니다. 이 행사는 제주도량의 신도님들이 다 주관하고 주최합니다.

[이선화] 4.3 70주년을 맞아서 불교계 차원에서 국민들의 뜻을 제주 4.3 해원이라고 하는 부분을 스님이 주도적으로 해주시는군요. 다시 깊이 감사하다는 말씀 올리겠습니다. 또 제주 지역 이슈뿐 아니라, 서울 한강에서도 3년 전부터 수륙영산대재를 봉행해 오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서 이런 행사를 하게 된 건가요?

[법안 스님] 한강은 민족의 젖줄이고 한강의 기적을 상징하는 강인데, 이 강을 중심으로 많은 역사적, 정치적 격변기마다 희생자들이 나왔고, 또 오늘날에도 한 많은 분들이 투신자살을 하는 곳입니다. 조선시대 세종대왕 때 그곳에서 수륙재를 한 기록이 있다고 해서 580년 만에 하게 된 게 있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중에, 고혼을 천도하는 일이 불교가 할 수 있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전국곳곳마다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선화] 스님께서 여러 불교의식 중에서 이처럼 고혼을 위로하는 일, 한을 가진 영혼들을 위로하는 수륙영산대재와 방생법회에 특별히 주력하시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법안 스님] 불교의 가장 근본적인 가르침이 자비심입니다. 자비심을 살아있는 우리를 중심으로 한쪽으로는 우리 조상들, 또 한쪽으로는 자연계의 수많은 생명들, 생명존중사상으로 확대하다 보니까 원혼들을 천도하는 쪽과 방생하는 쪽으로 자연스럽게 귀결이 됩니다. 그 공덕이 현재 살아있는 사람들이 마음에 자비심을 기르고 평화로운 마음을 기르는 데에 가장 빠르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이선화] 불교가 수많은 외침을 당하면서도 반만년의 긴 역사를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조상들의 희생 덕분이잖아요. 그래서 우리가 그 희생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 그 분들에게는 가장 큰 위안이 될 것 같습니다. 스님은 또 이와 관련해서 앞으로 어떤 계획들을 가지고 계신가요?

[법안 스님] 오랫동안 꿈꿔왔던 일들인데요, 첫 번째는 임진왜란 때 조명연합군과 왜군을 포함한 무차수륙대재를 올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조명연합군 중에서 명나라 해군이 우리 조선 땅에 와서 돌아가신 분들이 만구천 명이 되더라고요. 또 그 당시 왜군이 적군으로 왔지만 희생자들이잖아요. 그래서 무차수륙대재를 올리려고 하고요. 내년에는 UN 16개국 군대로 파견한 나라들, 의료지원을 했던 5개국, 또 중국군과 북한군을 포함한 진정한 무차수륙영산대재를 내년에 한강에서 올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선화] 지금 말씀을 듣고 놀라운 게, 사실 포교라고 하는 것이 많은 신도들을 확산하는 것으로 할 수 있는데 스님께서는 우리 한민족의 역사적 아픔, 그 부분에 포커스를 맞췄다는 것이 놀랐습니다. 그리고 그 영역이 참 글로벌하세요.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일본 교토에서도 벌써 두 번째 행사가 이번 달에 열린다면서요?

[법안 스님] 예, 그렇습니다. 일제강점기에 징용, 징병, 정신대, 또 관동대지진 때 희생된 분들이 기록으로 70만 명 정도 되더라고요. 마침 일본 교토에 고려사라는 절이 있는데, 작년에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작년에 수륙영산대재를 올렸고, 올해도 올리게 됩니다. 내년에는 좀 규모를 크게 해서 원혼을 위로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또 일제강점기에 징용, 징병으로 끌려가서 전세계에서 희생됐던 분들을 위해 찾아가서 수륙영산대재를 올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선화] 내년에는 말레이시아도 가신다고요?

[법안 스님] 예, 말레이시아 페낭입니다. 대만에 불광산사 사찰이 있는데 신도들이 지나가다보면 저녁에 비가 오면 누가 손을 흔들고 있다고 합니다. 보면 귀신인데, 조국으로 가는 길을 알려달라고 한다는 겁니다. 그 얘기를 듣고 너무 슬퍼서, 꼭 가서 하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이선화] 역사의식과 인간에 대한 연민, 휴머니즘이 스님의 포교에 깔려있다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감동을 했습니다. 또 세계최대불교단체인 ‘World Fellowship of Buddhists’, WFB에 단일사찰로는 처음으로 지역 센터로 등록이 됐다고 하더라고요?

[법안 스님] 세계 불교도의 취지가 불교 포교를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었는데, 마침 저희가 한국에서 군부대, 교도소 등에서 사회활동을 한 자료들, 또 미얀마와 교류를 해가면서 지원한 자료를 보고, 세계 불교도의 이념과 정확하게 매치가 된다고 해서 적극적으로 권유도 받고, 허락을 해주셔서 가입하게 됐습니다.

[이선화] 제주도를 자비심 넘치는 불토정국이 되도록 해주시길 바랍니다. 스님, 이른 아침에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안심정사 회주 법안 스님과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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