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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신한은행 PC에 '정품 소프트웨어 구매 요청' 메시지 뜬 사연
유상석 기자 | 승인 2018.09.28 11:57
신한은행 내부에서 사용되고 있는 한 PC. '정품 소프트웨어가 아닐 수 있다'는 경고문과 신한은행 자산임을 나타내는 스티커가 선명하다.

갓 스무살 남짓, 아직 새내기 티를 못 벗어난 학생시절의 이야기다.

포맷한 이후로 컴퓨터가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60초 후에 자동으로 전원이 꺼집니다"라는 경고문이 나타나더니, 정말로 스스로 꺼지는 것이었다. '취소' 버튼 따위는 없었다. 바이러스인가 싶어서 백신 프로그램을 가동해 봤지만, 증상은 사라지지 않았다. 스스로 꺼지는 컴퓨터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어 보였다.

결국 컴퓨터 수리점에서 일하던 친구에게 도움을 청했다. 컴퓨터를 이리저리 둘러보던 이 친구가 내게 던진 한 마디.

"으이그, 이 녀석아! 윈도우즈 정품 하나 사지 그랬냐!"

그랬다. 어린 마음에 용돈을 아끼고 싶어, 불법 복제 윈도우즈를 이용해 컴퓨터를 포맷한 게 화근이었다. 가난한 학생이 무슨 돈이 있어서 수십만원짜리 윈도우즈를 사겠느냐고 항변했더니 이 친구가 하는 말. "아직 덜 당했구만!"

결국 윈도우즈 정품을 구매했다. 그 이후, 제멋대로 움직이는 컴퓨터 때문에 곤란을 겪는 일은 없었다.

어린 시절의 일화가 새삼 떠오른 건, 국내 굴지의 시중은행이 사용하는 PC에서 '정품이 아닌 윈도우즈를 사용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가 포착됐기 때문이다.

요즘 잘 나가는 신한은행 이야기다.

신한은행은 앞으로 4년간 인천시 금고를 운영할 '금고지기' 자리를 지키는가 하면, 100년 이상 서울시 1금고를 관리해온 우리은행의 굳건한 수비 마저 돌파했다. 공격과 방어를 동시에 이뤄내는 게 쉽지 않다는 걸 감안하면, 눈에 띄는 성과다.

해외영업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현지 은행인 ANZ베트남은행의 소매금융 부문을 인수하더니 대박을 터뜨렸다. 신한베트남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상반기 371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586억원으로 급성장했다. 무려 58%나 증가했다는 얘기다. 총자산 3조 7900억원, 총 고객 수 110만명. 그대로 베트남 내 외국계 은행들을 평정해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가 신한금융 계열사로 편입되면서, 신한금융은 KB금융을 제치고 자산 규모 기준 독보적 1위 금융사가 됐다.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신한은행에 편중돼 있던, 다시 말하면 신한은행이 신한금융그룹 전체를 먹여살리던 구조도 어느 정도 개선할 수 있게 됐다.

이 정도면, 은행 내 PC에 정품 윈도우즈를 써도 될 형편이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신한은행이 막무가내로 비용을 아껴 가며 회사 발전에 기여할 상황은 아닌 듯 싶은데 말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 신한은행 측이 내놓은 답변은 이랬다. 해당 PC는 본점 기자실에 배치된 기기다. 그런데 내부 방침 상, 본점 건물에는 무선인터넷을 설치할 수 없다. 그러다보니 일부 기자들이 인터넷에 연결하기 위해 해당 기기에 연결됐던 선을 임의로 뽑아 자신의 PC에 연결해 사용하는 경우가 잦았다는 것이다. 행내 모든 PC의 정품인증이나 업데이트는 랜선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해당 기기는 랜선에 연결돼 있지 않아 그런 과정이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것.

그리고 "이제라도 누군가 임의로 뽑지 못하도록 잠금장치를 설치하겠다"는 약속을 들을 수 있었다. 

내부통제, 신뢰도 하락... 이런 무시무시한 단어를 굳이 쓰지 않더라도, 은행의 전산 보안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헤프닝'이 '대한민국 1위 금융사' 신한은행의 보안 의식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유상석 기자  listen_well@bbs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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