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구지부 김봉석 대변인

□출연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구지부 김봉석 대변인
□진행 : 대구 BBS 박명한 방송부장

박명한 방송부장
최근 대구 관내 한 사립 여중 학생들이 일부 교사들의 성희롱과 인권침해를 메모지에 적어 복도에 붙이는 미투고발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학교 측이 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2차 가해가 이뤄졌다며 시민사회단체들이 <성폭력, 인권침해 없는 학교 만들기 대구 연대회의>를 구성해 대응에 나섰는데요,

관련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구지부 김봉석 대변인 전화 연결합니다. 대변인님 안녕하십니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구지부 김봉석 대변인
네 안녕하십니까

박명한 방송부장
네 어서오십시오. 앞서 간단히 말씀 드리기는 했습니다만.. 어떻게 해서 연대회의가 구성됐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스쿨미투 2차 가해 방지와 성폭력, 인권침해 없는 학교 만들기 촉구 기자회견

김봉석 대변인
네, 아수나로 대구구미지부에서 대구공익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아 학교 내 성폭력 사례를 모으는 ‘스쿨미투 프로젝트’를 7월부터 진행했다고 합니다. 이 제보들이 8월말까지 ‘학생인권 대나무숲’페이지에 게시되었는데요. 여기에 대구지역 중·고등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두 달도 안되는 기간 동안 약 20여개 학교, 120개 정도의 사례를 올렸어요. 폭발적인 반응만큼 학생들, 즉 청소년들이 사회적으로 위축되고 억눌려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볼 수 있는데요. 심각하고 문제가 되는 사례도 일부 있고요 대부분 학교 일상에서 흔히 이루어지는 사례도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벌점을 분풀이나 보복성으로 남발한다/여자 반이 왜 이리 시끄럽느냐(냄새나느냐)/ 공개된 장소에서 야단친다/ 못생겼어도 성형하면 된다든가 하는 외모를 비하하는 말/ 체육수업 중 민망한 자세를 강요한다/ 말대답 했다는 이유로 머리를 잡아당겼다’등도 많았습니다.

이중에 사례가 가장 많이 올라왔던 대구의 사립여중 사례가 언론을 통해 집중적으로 보도가 되었구요, 대구교육청이 부랴부랴 이 학교에서 감사를 나갔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과정에서 설문조사에 응했던 학생들의 신분이 노출되고, 학교 측이 가해 교사와 피해 학생들을 직접 대면시키는 사례까지 발생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아수나로 대구구미지부 측이 전교조를 비롯한 대구시민사회에 도움을 요청하면서 스쿨미투 문제나 학교 측의 2차 가해 문제가 공감하고 공동 대응하기 위한 <성폭력, 인권침해, 스쿨미투 2차가해 방지를 위한 대구연대회의>가 꾸려지게 된 겁니다.

이번 주 월요일에 아수나로를 비롯해 전교조 대구지부,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등 41개 단체에서 연대회의 구성에 동의했구요. 학생들의 집중적인 제보라든가, 지역의 여성, 교육단체를 비롯한 많은 단체에서 참여한 건 그만큼 많은 관심을 받고 있고 지지를 받는 사안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박명한 방송부장
지금까지 올라온 것만 해ㅗ 20여개 학교 120개 정도의 사례라고 말씀해주셨는데 그럼 현재 조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김봉석 대변인
네, 문제가 이 부분인데요. 학생인권 대나무숲에 올라온 사례들이 거론된 모든 학교에 대해서 교육청은 전수 조사나 감사를 할 생각이 없다고 했구요. 반면 이름이 거론된 일부 학교에서 성폭력이나 학생 인권 침해 사안이 있는지 없는지 사실 확인 등 진상 조사를 하는 게 아니라 제보자가 누군지를 찾는데 초점을 두거나 덮으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 제보로 인한 교사의 명예 훼손 등을 이유로 제보자나 아수나로 측에 협박하는 등의 사례가 계속 올라오는 상황입니다. 학교 안에서 관행적이고 일상적으로 발생되는 성차별적 발언이나 인권침해적인 모습들을 고민하고 반성하면서 고치기보다는 제보자를 색출하거나 법적 소송 등의 협박으로 인해 대부분이 미성년자들인 제보 청소년들이나, 아수나로 쪽을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거죠. 심지어 처음 제보된 학교에서는 설문조사에서 실명을 밝힌 학생들의 신분이 노출되고, 이 학생들을 따로 모아 해당 교사의 사과를 받게 하겠다면서 강제로 대면하는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또한 어떤 학교는 학생들에게 피해 사실을 진술하려면 직접 경찰서에 가서 진술해야 한다면 많은 학생들이 피해 진술을 포기하게 만드는 일도 있었다고 하는군요.  다른 학교에서는 아수나로 측에 게시물을 내리지 않으면 법적으로 고소하겠다는 위협도 있었구요. 또 다른 학교에서는 제보한 학생에게 반성문을 쓰게 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박명한 방송부장
또 이번 사건이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에 제보된 내용이라고 하는데.. 이외에도 제보된 사례들이 많다고요?

김봉석 대변인
네. 아까 말씀드린 각종 협박이나 법적 소송 위협 등으로 8월 28일부터 페이스북 대나무숲 제보를 그만 둔 상태인데요. 학생들이 여전히 다른 경로를 통해 심심찮게 제보가 들어온다고 하는군요. 이 부분은 어찌보면 학교라는 공간이 그동안 얼마나 위계적이고 억압적이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생각이 들구요. 그만큼 학생들, 즉 청소년들이 억눌려 있던 부당한 억압이 이번을 기회로 일부분 분출되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박명한 방송부장
이에 대해 대구시교육청은 어떤 입장인가요?

김봉석 대변인
여기에 대해서 대구교육청은 처음 보도된 사립여중 등 두 학교에 대해서는 특별감사를 실시했는데요. 다른 학교들에 대해서는 감사 요건이 안 된다는 이유로 모든 제보를 조사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편 교육청이 제보된 사례들을 정리해서 모든 학교에 성폭력 예방교육자료를 내려 보냈는데요. 이런 행동들이나 말들을 나열하고 조심하라는 수준에서 학교별 교직원 연수나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요. 성폭력이나 인권침해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내거나 학교 문화를 바꾸는 것과는 한참 거리가 있어 한계점이 있어 보입니다.

박명한 방송부장
그럼 연대회의에서는 어떤 것들을 요구하고 있는 건가요?

김봉석 대변인
네, 안타깝게도 그만큼 중요한 이슈인데도 기자회견 직후 교육감은 다른 약속을 이유로 만나지는 못했구요. 교육국장과 면담은 했습니다. 여기서 크게 세 가지를 요구했습니다.

먼저 제보자 보호 조치인데요. 학교별로 제보자를 색출하려는 행위를 당장 중단하라는 것이구요. 두 번째 성폭력이나 인권침해 행위를 제보했다고 명예훼손 혐의로 신고하겠다고 위협하는 게 2차 가해라는 겁니다. 따라서 이런 내용으로 학생과 교직원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2차 가해를 이루어진 학교에서 대해 감사를 통해 상황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여성 단체가 추천하는, 외부전문가가 참여하는 전수조사를 실시하라는 요구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대구교육청은 첫 번째 요구는 학교별로 공문을 보내 안내하겠다는 수준으로 답변했구요. 두번째 특별감사 요구는 S여중처럼 사례가 많고 언론에 보도된 학교는 감사를 진행했지만 나머지는 감사를 진행할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답변했습니다. 그 법적요건에 대해선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았구요. 세 번째 요구는 전수조사는 어렵고 표집조사나 다음번 학교폭력예방교육 때 중앙 정부에 건의해서 해당 문항을 끼워넣겠다는 수준의 답변을 내놨습니다.

박명한 방송부장
끝으로 청취자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봉석 대변인
청소년이 주도하는 스쿨미투 운동을 보면서 몇 가지 안타까운 점들이 있었습니다. 우선 청소년 인권보호가 마치 교권 하락으로 연결되는 시선들이었는데요. 인권은 누군가의 권리를 보장하면서 다른 누군가의 권리를 빼앗는 게 아닙니다. 학생이든 교사든 누구나 가진 당연한 권리를 보장하고 서로 존중하자는 것입니다. 아수나로가 스쿨미투 운동을 하는 건 나쁜 교사 망신주기나 벌주기가 아니라 우리 안에서 잠재되어 있는 차별의식과 편견, 선입관을 바꾸자는 것이지요. 사회운동 경험이 짧은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학교 내 차별과 위계적 폭력문화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에 대해 우리가 부끄러워하고, 동조해 주지는 못할망정 실수한 몇 가지를 들어 미투운동 자체를 폄훼하거나 공격하지 않았으면 좋겠구요.

인간은 누구나 잘못하고 실수합니다. 그건 교사나 학생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시간 지나기만 바라면서 형식적인 성폭력 예방교육만 하는 건 근본적인 해결방법이 될 수 없습니다. 위계적이고 비민주적인 학교를 인권친화적인 학교 문화로 바꾸기, 교사-학생 간 평등한 대화를 통한 근본 원인과 해법 찾기, 행정보다 교육이 우선시 학교 문화 만들기 등이 되지 않으면 앞으로 제2, 제3의 스쿨미투는 계속 이어질 거라는 걱정이 됩니다.  

박명한 방송부장
다른 곳도 아니가 교육현장에서 성폭력이나 인권침해가 발 붙이지 못 하도록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야할 것 같습니다. 대변인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네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구지부 김봉석 대변인 이였습니다.

 

● 코너명 : BBS 대구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세상’ (2018. 9. 10)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 08:30∼09:00)

● 출 연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구지부 김봉석 대변인

● 인터뷰 : 박명한 기자

● 담 당 : 문정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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