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그램: 부산BBS 라디오830 집중인터뷰

● 진행: 박찬민 기자

●출연: 최석윤 한국해양대학교 교수회장

[앵커멘트] 교육부가 ‘2018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최종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부산에서는 한국해양대학교가 역량강화대학, 일명 구조조정이 강제적으로 필요한 대학으로 진단받았는데요. 역량강화대학으로 분류되면 일반재정지원 일부와 국가장학금은 지원 받지만 학생 정원을 줄여야 합니다. 이에 따라 해양대교수회가 총장의 책임을 묻고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데요. 라디오830 집중인터뷰에서 이와 관련해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지금 최석윤 한국해양대 교수회장 전화연결돼있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최석윤 한국해양대교수회장] 네, 안녕하십니까?

[질문] 교육부 발표 이후 시간이 좀 지났느데요. 아직까지 학내는 충격이 많겠어요, 교수님?

[답변] 네 맞습니다. 처음도 그렇고 지금도 굉장히 당황스럽고 도무지 믿기지 않는 상태입니다. 우리 대학의 모든 구성원은 물론, 동문이나 학부모를 비롯한 우리대학에 대해 알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동안 우리대학은 대부분의 평가에서 부산경남지역 단위에서 부동의 1위였고, 전국단위에서도 10위권에 들었기 때문입니다.

[질문] 지역 대표 국립대학이 ‘역량강화대학’으로 포함되면서 지역 교육계에서도 ‘의외다’라는 의견이 많은데요. 역량강화대학이라는 게 어떻게 선정되는지 알려주시죠?

[답변] 2018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을 통해 1단계평가에서 전체의 64%에 해당하는 자율개선대학을 예비선정하고, 나머지 36%에 해당하는 대학에 대해 2단계평가를 통해 역량강화대학과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분류합니다. 역량강화대학은 부실대학 1이고, 재정지원제한대학은 퇴출대상인 부실대학 2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역량강화대학으로 선정되면 10%의 정원감축과 일반재정지원에서 일부 제한을 받게 됩니다.

[질문] 내년부터 당장 시행해야 되는 겁니까?

[답변] 네 맞습니다. 내년부터 구조조정 등 개혁을 시작해야합니다.

[질문] 이와 관련해서 한국해양대학교 측은 평가에 대한 준비가 미흡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데요. 교육부가 실시하는 대학 기본역량 진단은 어떻게 이뤄집니까?

[답변]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것에 대비해 대학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우수대학은 지원하고, 부실대학은 정원감축과 재정지원제한을 통해 퇴출시키기 위한 것이 2015년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였습니다. 2018년 2주기 대학 기본역량 진단도 명칭만 바뀌었지 내용은 대동소이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18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은 1단계평가에서 우선 자율개선대학을 예비선정하고, 나머지 36%에 해당하는 대학에 대해 2단계평가를 통하여 역량강화대학과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분류하였습니다. 그리고 1단계평가는 정량지표(41점, 54.7%)와 정성지표(34점, 45.3%)로 이루어졌고, 2단계평가는 정성지표(100%)로만 이루어졌습니다.

[질문] 그렇다면 이번에 한국해양대가 역량강화대학으로 선정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분석하십니까?

[답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두드러진 이유는 총장과 보직자들이 대학운영에서 시설이나 도로 공사 등 외형에만 치중하고 교육과 학생지원에 필요한 내실을 다지지 못해 시스템정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점이 가장 큰 이유라고 봅니다. 게다가 평가에 대비해서 준비가 미흡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2순위 연임총장의 리더십 문제가 근본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질문] 순천대학교 같은 경우 발표 직후 총장이 사퇴를 표명했습니다.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인데, 박한일 한국해양대 총장은 어떤 입장입니까?

[답변] 교수회의 신임 투표 결과를 전달했는데 면담도 거부하고 제가 문자로 사퇴하시는 게 좋겠다는 취지를 전했는데요. 사퇴하지 못하겠다는 말을 전해왔습니다.

한국해양대학교

[질문] 지난달 한국해양대 교수회가 박한일 총장의 사퇴를 묻는 찬반투표를 했는데요. 어떤 의미에서 투표를 진행하셨나요?

[답변] 지난 6월 1단계 평가결과 자율개선대학에서 탈락했을 때 최종적으로 우리대학이 역량강화대학 이하로 분류될 경우에는 우리대학의 존립과 발전을 위해 총장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결의를 했습니다. 이에 따라 최종적으로 부실대학 1에 해당하는 역량강화대학으로 결정되었기 때문에 총장의 책임을 묻는 투표를 진행한 것입니다.

[질문] 부실대학 지정에 따른 총장의 책임을 묻기 위해 투표를 했다고 이해하면 될 것 같은데요. 결과는 어떻게 나왔습니까?

[답변] 연구년이나 안식년 등으로 자리를 비운 경우를 제외하고 투표가능한 교수 260여명 중 213명이 참가해 이 중 72.3%인 154명이 사퇴에 찬성하고, 56명이 반대였고, 3표는 무효였습니다.

[질문] 투표에 참여한 교수님들 가운데 70% 이상이 박 총장의 사퇴에 찬성한다는 건데요. 이렇게 사퇴 요구가 높은 이유,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답변] 대학 운영의 방향을 잘못 잡았다고 보는데요. 박 총장님은 부실대학 판정에 따르는 대학과 구성원의 명예 실추, 우수신입생 유치곤란, 정원감축과 관련된 내부갈등과 재정손실, 재정압박 등의 문제를 야기했습니다. 우리 대학이 3주기 평가에서 살아남아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곧바로 정원감축과 구조조정을 비롯한 인적 쇄신과 시스템 개선을 추진해야 하는데, 지금의 총장은 그러한 작업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합니다. 연임 2순위였기 때문에 제대로된 지지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리더십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해 운영을 잘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봅니다.

[질문] 박한일 총장이 2016년 임명 당시 2순위였지만 연임이 확정됐죠. 그때 당시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정확히 어떤 내용인가요.

[답변] 특히 총장이 연임하는 과정에서 셀프직무정지 등으로 1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행정공백이 발생해버렸습니다. 2순위자가 총장으로 임명된 것에 대해 구성원들의 불만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두 차례에 걸친 2순위 총장에 대한 수용 여부에 대해 의견조사가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불수용이 더 많았는데도 불구하고 당시 유야무야 넘어가게됐고, 두 번째는 의견조사에서는 50.2%로 수용 입장이 조금 더 많았습니다. 

[질문] 박 총장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대학 홈페이지에 사과의 글을 올렸습니다. “뼈를 깎는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는데, 사실상 사퇴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해야겠죠?

[답변] 총장도 우리 대학과 구성원의 미래를 위해 결자해지의 차원에서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구성원의 70% 이상이 책임지고 사퇴하기를 바라는 상황에서 그러한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우리대학과 동료교수들의 미래에 결코 도움이 될 수 없으며, 진정으로 우리대학의 존립과 발전을 위해 고민한다면 스스로 물러나고 사태를 수습할 수 있도록 협조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질문] 박 총장이 끝내 사퇴를 거부한다면 어떻게 대응할 방침이신지요?

[답변] 우선은 교수회가 중심이 돼서 사퇴를 권유하고, 그 다음은 직원과 학생을 포함하는 비대위를 구성하여 압박하면서 동문 원로분들의 도움을 받아 사퇴를 권유할 생각입니다. 그래도 사퇴를 거부한다면 총장실점거를 비롯한 시위와 농성이라는 물리적 수단을 동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만, 총장도 우리대학과 동료교수의 미래를 위한다면 극단적인 상황이 벌어지기 전에 사퇴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질문]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해양대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높을 것으로 보입니다. 총장 퇴진과 더불어 어떤 개선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시는지요.

[답변] 광복 이후에 우리대학은 해운과 해양분야의 전문인력을 양성하면서 해양입국 내지 해양강국을 선도하여 오면서 해양특성화 종합대학으로 발전하여 왔지만, 아직 해양특성화 종합대학으로 최적화 되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지금의 위기를 발전의 계기로 삼아 고강도의 인적 쇄신과 시스템 개선을 통해 우리대학을 해양특성화 종합대학으로 최적화함으로써 교육, 연구, 산학협력, 지역사회기여 등에서 기본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질문] 대학 기본역량 진단 결과의 책임소재를 두고 당분간 진통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학생들도 대학 구성원의 큰 축인데요. 학생들과 더불어 청취자 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답변] 우선 우리 대학을 사랑하고 우리대학에 기대를 걸고 있는 모든 청취자 분들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박한일 총장님은 우리 대학을 진정 사랑하고 발전을 염려한다면 지금이라도 사퇴 의사 표명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비록 우리 대학이 이번 평가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역량강화대학으로 선정되어 진통을 겪고 있지만, 실재로는 해양입국을 선도하는 해양특성화 종합대학으로서 결코 손색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좀 더 발전된 모습을 갖출 수 있도록 교수들이 힘을 모아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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