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중앙종회가 총무원장 불신임 결의안을 가결하면서 설정 스님은 총무원장직을 잃을 위기에 놓였습니다.

최종 결정은 오는 22일 열리는 원로회의의 몫으로 남게 됐는데요.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겪고 있는 조계종이 앞날은 어떻게 될지 문화부 조윤정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조 기자,사상 초유의 총무원장 불신임안이 처리된지 하루가 지났는데 조계종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

 

조계종 총무원이 자리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은 뒤숭숭한 분위기속에 긴잠감이 흐르고 있습니다. 

설정 스님은 오늘 사서실장에 측근이자 수덕사 종회의원인 정범 스님을 임명했는데요.

이 자리에서 설정스님은 지금 상황이 어렵지만 가능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설정 스님은 특히 사서실장에 이어 총무부장,호법부장 등 부실장들을 잇따라 교체할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번 종회 결정에 불복해 사회법에 제소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어 이래저래 총무원은 어수선한 상황입니다.

조계종 중앙종회 수석부의장 초격스님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 초격스님 / 조계종 중앙종회 수석부의장

"다들 마음이 안타까운 심정에서 결과에 대해 침울한 분위기였습니다."

 

이제 오는 22일에 열리는 원로회의에 시선이  쏠리고 있는데요. 조 기자가 보기에 어때요? 불신임안이 최종 인준을 받아서 확정될 것으로 보십니까 ?

 

종단 안팎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원로회의가 불신임 결의안을 무난히 인준할 것이라는 관측이 일단 우세하다고 보여집니다.

설정 스님이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을 속시원하게 해결하지 못했다는 실망감이 커서 원로의원 상당수가 일찌감치 설정 스님의 퇴진을 요구해왔습니다.

종정 진제 대종사도 교시를 통해 종단 제도권에서 엄중하고도 질서 있는 명예로운 퇴진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원로의원들은 설정 스님이 물러날 경우 종단 혼란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를 하면서 퇴진론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불신임안 인준에 반대하는 측이 얼마나 될지는 정확히 가늠하기 힘듭니다.

다만 원로회의 때 원로의원의 과반수가 불신임안에 찬성해야 설정 스님은 총무원장직을 잃게 됩니다.

 

< 앵커 >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군요. 원로회의에서 인준이 되면 조게종은 이제 총무원장 선거 체제로 돌입하는 건가요 ?

 

< 기자 >

원로회의에서 설정 스님 탄핵이 최종 결정되면, 우선 종단은 종헌종법에 따라 60일 내에 차기 총무원장선거를 치러야 합니다.

따라서 오는 10월 안에는 선거가 열릴 것으로 보입니다.

새 총무원장이 뽑히기 전까지는 총무부장인 진우스님이 원장 권한을 대행하게 됩니다.

총무원장 공석에 따라 실시된 이번 선거를 통해 당선된 후임 원장의 임기는 당선이 결정 되자마자 시작되는데요.

설정스님이 지난해 10월 당선돼 1년 가까이 임기를 이어오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 다시 열릴 선거에서 당선된 후임 원장의 임기는 원래 총무원장 임기인 4년에서 1년을 뺀 3년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종단이 안정을 찾기까지는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이는데요. 종단 개혁을 촉구하는 단체들, 이른바 야당측은 설정스님의 퇴진뿐만 아니라 중앙종회 해산, 비상대책기구 구성까지 요구하고 있는데 결국 전 현직 총무원장으로 대표되는 기존 기득권 세력을 겨냥하고 있죠 ?

 

네 맞습니다. 우선 개혁 단체들은 ‘중앙종회’ 자체를 해산하고 비상대책위를 수립해야한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중앙종회 의원들이 어제 설정스님의 불신임안을 가결하긴 했지만, 중앙종회 스님들도 결코 지금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때문에 비판을 피해가기 어렵다는 겁니다.

또 지금의 상황에선 새로운 총무원장이 당선돼도 큰 의미가 없기 때문에, 즉 그 나물에 그 밥이기 때문에 정치화,세속화된 종단을 정리하고, 선거제도 자체가 바꾸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우선 종단 내 야권 스님들과 개혁 단체들은 23일 오후 1시 조계사 앞마당에서 ‘청정승가 회복을 위한 전국승려대회’를 개최할 예정인데요.

하지만 조계종 중앙종회는 전국승려대회에 반대의 뜻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중앙종회가 발표한 결의문을 보면, ‘승려대회를 획책하고 있는 세력들은 종도들의 뜻을 앞세워 욕되게 해서는 안된다’ 이런 비판의 메시지가 들어있습니다.

교구본사주지협의회 역시 전국승려대회에 대해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23일에 열릴 대회가 이번 종단 사태의 또 하나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불교계 내부의 대립과 갈등은 뿌리가 깊고 악순환의 고리가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조계종이 완전하게 안정을 되찾고 화합하는 단계까지 이르기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설정 스님은 해임 위기이지만 해인사 주지 시절 당시 횡령, 배임을 했다는 혐의로 고발된 조계종 교육원장 현응스님은 검찰 조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요?

 

네. 일부 불교 단체들은 지난 5월 현응스님을 배임, 횡령 혐의로 고발했었습니다.

현응스님인 해인사 주지 시절, 사찰 법인카드를 이용해 161차례에 걸쳐 8천200만원을 유흥·숙박업소에서 썼다며 의혹을 제기한 것이었는데요.

조계종은 이에 대해, 경찰 지능수사대에서 무혐의로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에서도 최종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고 밝혔습니다.

해인사 법인카드 사용 내역에서 현응 스님이 사용한 내역을 한 건도 확인할 수 없었고, 일부 주점 사용 내역이나 노래방 이용도 외빈 접대나 직원 회식으로 관련 소임자가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는 것이 조계종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조윤정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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