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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 최대 종단인 조계종의 수장, '총무원장 불신임안'이 종회에서 통과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총무원장 취임 9개월 만에 최대 위기를 맞은 설정 스님의 거취는 오는 22일 종단의 최고 의결기구인 원로회의에서 최종 판가름 날 전망입니다.

조계종 총무원에 나가 있는 취재기자 연결합니다. 정영석 기자! (네, 총무원입니다.)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은처자 등의 범계 의혹으로 사퇴 압박을 받아왔는데요. 오늘 종회에서 '총무원장 불신임안'이 가결됐다고요?

 

네, 종단 사상 첫 '총무원장 불신임안'이 통과됐습니다.

조계종의 입법기구입니다. 중앙종회가 오늘 임시회를 열었는데요.

총무원장 불신임, 이른바 탄핵을 물은 결과 재적의원 75명 가운데 56명이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50표만 넘으면 불신임안이 가결되는 상황이었는데, 6표가 더 나왔습니다.

종회의원의 4분의 3, 75%가 원장직을 더 이상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됩니다.

 

당초 예상한 것보다 많은 종회의원 스님들이 총무원장 불신임에 찬성한 결과 아닌가요 ?

 

그렇습니다. 이게 무기명 비밀투표였기 때문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 섣불리 예상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생각보다 많은 의원들이 총무원장 불신임에 찬성을 했습니다.

중앙종회의 최대 종책모임은 불교광장으로 47명이 소속돼 있는데요.

앞서 총무원장 불신임안 제출에 동의한 불교광장 종회의원은 43명으로 이른바 여권 표만으로는 가결시키기에는 부족한 숫자였습니다.

이 때문에 10표를 갖고 있어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 비구니 종회의원들이 은처자 의혹에 대해 반발해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설정 스님이 총무원장에 취임한지 1년도 안 돼 탄핵 위기에 몰린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나요?

 

가장 큰 이유로는 정치력과 지도력의 부재가 우선 꼽힙니다.

스님은 지난 1990년대 종단 개혁 당시 중앙종회 의장을 맡은 이후 20년 이상 이른바 중앙의 종단 정치 무대를 떠나 있었다는 점이 총무원장직 수행에 어려움을 가져왔다는 지적이 적지 않습니다.

여기에다 은처자 등의 범계 의혹이 불거졌을 때, 의혹을 발 빠르게 해소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다 지금의 종단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적지 않은데요.

또, 사퇴 일정을 오늘인 16일 이전에 할 것이라고 했는데, 오는 12월 31일까지로 번복했다는 점이 종단 내부에서 거부감을 불러왔습니다. 

무엇보다 명예로운 퇴진을 권유한 종정 스님의 교시에 반발하는 모양새를 취했다는 점도 불신임을 불러온 요인으로 들 수 있겠는데요.

원장 스님은 총무부장을 성문 스님으로 전격 임명하면서 탄핵 위기를 불러왔다는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또, 사흘 전에 원장 스님이 기자회견을 가졌었는데요. 이때 종단 개혁을 언급하면서 지금의 선거제도를 바꾸겠다. 종단 개혁의 초석이라도 만들어 놓고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발언이 종회의원 스님들에게 상당한 반감을 산 것으로 보입니다.

결과적으로 종단의 대의기구인 종회가 이런 여론을 앞세워 원장 스님을 불신임하는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이와 관련된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원행 스님의 말 들어보시죠.

[원행 스님/조계종 중앙종회의장: 이런 결과가 된 것은 의혹을 빨리 해소하지 못한 그런 결과로 많은 사부대중이 그 피해를 입고, 그리고 화합이 되지 않는 그런 상태에서 빨리 해결할 수 있도록 종정예하의 교시가 있었기 때문에 저희들이 중앙종회가 종정예하의 교시를 받들었다고 생각됩니다.]

 

정 기자, 아직 총무원장직 수행이 중지된 것은 아니잖아요? 종단의 최고 의결기구인 원로회의의 인준이 남아 있죠 ?

 

그렇습니다. 원로회의가 오는 22일 열리는데요.

원로회의가 최종 인준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원로회의법을 보면, 제 5조에 중앙종회의 총무원장 불신임 결의에 대한 인준권을 가진다라고 나오는데요.

인준은 재적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해야 합니다.

지금 원로의원의 수는 23명이니까 12명이 인준에 찬성하면 설정 스님은 총무원장직을 잃게 되는 것입니다.

 

원로회의 인준 여부는 어떻게 보시나요?

 

원로회의는 찬반이 반반 나눠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그렇더라도 지금 종회의 원장 탄핵 의지가 상당히 강합니다.

종회에서 통과가 됐고, 종정 스님의 교시도 있었기 때문에 최종 결정 권한을 가진 원로회의에서도 인준이 가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습니다.

중앙종회는 만약 인준을 안 한다하더라도 계속해서 이 안을 상정해 가결시키겠다는 각오입니다.

중앙종회 의장 원행 스님의 말 들어보시죠.

[원행 스님/조계종 중앙종회의장: 원로회의에서 이제 우리 종회의 의결을 존중해줄 것으로 믿고, 만일에 원로회의에서 그러한 존중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중앙종회를 다시 열어서 재가결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원로회의가 거부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매우 낮아 보이는데 말이죠, 향후 종단 사태, 어떻게 예상되나요?

 

조계종은 오는 22일 원로회의와 23일 전국승려대회를 남겨두고 있지만, 사실상 차기 총무원장 선거체제로 본격 돌입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역시 최대 계파 조직인 불교광장으로 대표되는 여권에서 총무원장 후보를 적극 지원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하지만 오는 11월에도 중앙종회의원 총선거가 맞물려 있어, 신임 총무원장 선출 이후에도 종단 안정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특히, 종단사상 첫 총무원장 불신임이라는 아픔과 상처를 어떻게 치유해 나가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총무원장 불신임 과정에서 제기된 종단개혁을 위한 과제들을 제도권에서 어떻게 수렴할지도 지켜봐야 할 대목입니다.

 

네, 정영석 기자 수고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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