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소중한 목숨을 스스로 끊어내는 비극은 우리사회에 없기를...

#1
9년 전인 2009년 5월 23일 오전 9시 30분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산대 양산병원에서 서거했다.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라는 유서를 남긴 채 노 전 대통령은 경남 김해 봉화산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 내렸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600만 달러를 받은, 포괄적 뇌물 혐의로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은 뒤였고, 부인 권양숙 여사에 대한 검찰 조사를 앞둔 시점이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63세 였다. 

2018년 7월 23일 오전 9시 40분쯤.

고(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서울 중구 한 아파트에서 투신 자살했다.

노 의원은 "2016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경공모(경제적공진화모임)로부터 모두 4천 만원을 받았다. 어떤 청탁도 없었고 대가를 약속한 바도 없었다. 다수 회원들의 자발적 모금이었기에 마땅히 정상적인 후원절차를 밟아야 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누굴 원망하랴. 참으로 어리석은 선택이었으며 부끄러운 판단이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노 의원은 올해로 63세다.

노 씨 성(한자는 다르지만)을 가진 두 사람이 63세 나이에 검찰 조사를 받은 뒤, 또 검찰 조사를 앞두고 우리 곁을 떠났다. 국민들은 두 사람의 갑작스런 죽음에 충격을 받았고, 슬퍼했다.

오늘(27일) 국회장으로 엄수된 노 의원의 영결식에는 많은 사람들이 참석해 그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슬퍼했고, 앞서 어제 서울 신촌 연세대 대강당에서 열린 추모제에는 정치인과 지지자 등 3천 여명이 참석해 노 의원의 죽음을 애도했다.

노 전 대통령의 장례는 일주일간 국민장으로 치러졌으며, 2009년 5월 29일 오전 서울 시청앞 광장에는 전국에서 모인 시민들이 풍선과 모자 등의 용품을 노란색으로 통일한 채,  시청 앞을 노란 추모 물결로 가득 메웠다. 

 

#2
우리 정치사에서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던 정치인들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은 어제 오늘일은 아니다. 

2015년 4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횡령과 사기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중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2004년 2월에는 뇌물수수 혐의로 부산구치소에 구속 수감 중이던 안상영 전 부산시장이 한 지역 운수업체로부터 3억원을 받은 혐의로 별건 수사를 받게 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지난 10년 간 검찰 조사를 받던 중 자살한 피의자는 108명이며, 이 가운데 기업인과 공직자는 60여명으로 파악됐다.

물론 정치인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은 평생을 추구한 정치적 가치가 손상되는 것에 대한 수치침과 두려움, 스트레스 등이 이유로 꼽히지만, 검찰의 강압적인 수사 방식 등도 전혀 무관하다고는 볼 수 없겠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듯 검찰은 최근 조직 개편을 통해 대검찰청에 인권부를 신설하는 등 수사과정에서 피해자와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또 각 지방검찰청에 근무하는 인권감독관도 5곳에서 12곳으로 확대하고, 수사 과정에서 인권 관련 진정 사건과 피해자 보호 관련 업무 등 검찰의 반대 입장에서 인권침해를 방지하는 역학을 전담하게 했다. 이제 걸음마 단계겠지만, 사람의 목숨까지 좌지우지 할 수 있는 만큼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사람의 목숨은 그 어느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다.  그렇기에 앞으로 어떤 이유에서든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더 이상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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