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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바다에 침몰한 러시아 군함 '돈스코이호' 일명 보물선으로 알려져있는데요. 이 배를 탐사해 '금괴를 꺼내겠다." 이런 주장을 펼치고 있는 회사 '신일그룹'이 지난 주부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실체부터 갖가지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데요.

경제산업부 유상석 기자와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유 기자! 먼저 무슨 얘기인지 자세하게  정리해주시죠.

 

네. 지난 1905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113년 전에 울릉도 앞바다에 침몰한 것으로 전해지는 한 군함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당시 러일전쟁에서 패하고 러시아로 돌아가던 군함 돈스코이호가 결국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한 채 침몰해버렸다는 건데, 이 배에 150조원어치의 금괴가 실려 있다. 이런 소문이 돈 겁니다. 그리고 신일그룹이라는 회사가 "우리가 이 배를 인양하겠다"면서 투자 자금을 모으고 있는 겁니다.

여기서 몇 가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과연 정말로 이 배에 150조원어치의 금괴가 실려 있는 게 확실한가? 그리고 신일그룹이라는 회사가 이 돈스코이호를 인양할 능력이 있느냐? 이런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겁니다.

 

이 신일그룹이라는 회사가 돈스코이호를 인양하고 보물을 찾아내겠다면서 일반인들을 상대로 투자 자금을 모집했군요. 어떤 방식으로 모집했나요?

 

네. 가상화폐를 통한 투자금 모집에 나선 상태입니다.

신일그룹은 홈페이지 내에 '돈스코이호 국제거래소'라는 코너를 만들어서 '신일골드코인'이라는 이름의 가상화폐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1신일골드코인의 가격은 200원이지만, 최소 참여금액은 100만원으로 알려져 있고요. 금융권에서는 신일그룹이 그동안 코인 판매로 약 600억원 정도의 자금을 모집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돈스코이호를 인양하고 배 안에 있는 보물을 발굴하기 위한 투자금 마련이라고 주장하면서 일종의 가상화폐를 판매한 건데, 벌써부터 '금융사기 아니냐' 이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요?

 

그렇습니다. 신일골드코인이 실체가 없는 스캠 코인, 즉 사기 코인 아니냐. 이런 의혹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 주장이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가상화폐를 발행할 때에는 보통 해당 가상화폐의 기술과 장기적인 비전을 담은 백서를 발간하게 되는데요. 이 백서가 없다는 겁니다.

신일그룹 측은 홈페이지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졌고, 보안성을 담보한다' 이렇게 주장하고 있습니다만, 그게 답니다. 더 이상 자세한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장기적인 비전에 대해서도 '거래소 구축, 가상화폐 개발, 거래소 상장' 이게 전부입니다. 포괄적인 내용만 담겨 있는 겁니다.

그리고 코인 판매 방식도 문제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신일그룹 측은 코인 판매 방식에 대해서 "전국에 지사를 두고 판매조직을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문제는 회사에 직접 고용된 직원이 아니라, 판매 건 수마다 인센티브를 받는 일종의 계약관계일 수가 있다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판매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투자자는 보호를 받을 수 없게 됩니다.

 

 과연 이 신일그룹이라는 회사가 실질적으로 돈스코이호를 인양하거나, 발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 이런 문제도 제기하고 있네요.

 

 네. 신일그룹은 '돈스코이호'를 인양하겠다면서 발굴신청서를 지난 20일 해수부에 제출했습니다.

문제는, 신청서와 함께 제출해야 할 서류는 물론, 신청 보증금도 내지 않았다는 겁니다.

보증금과 관련해서 신일그룹 측은 그동안 주장해 온 금괴 값의 10%가 아닌 선체 고철값의 10% 즉 1억 2천만원만 납부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태인데요. 이렇게 되면 '150조원 금괴설'의 실체, 그리고 신일그룹의 인양 능력 자체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 됐습니다.

특히 신일그룹 측이 탐사 사진이라면서 공개한 사진 몇 장이 영화 '타이타닉'의 오프닝 화면과 같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의혹은 더욱 커졌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신일그룹이 돈스코이호를 인양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 이 점에 대해 문의하기 위해 해양탐사 전문가들을 접촉했습니다만, 다들 민감한 문제라서 그런지, 익명을 전제로 해서만 답변에 응해줬습니다.

인양 능력에 대해서는 아주 단호한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혹시 아직도 그 말을 믿느냐. 지난달에 갑자기 나타나서 보물을 인양하겠다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바라느냐"고 되묻는, 그런 답변이 돌아왔고요.

150조원 금괴설의 실체에 대해서는 "군함에 보물이 실려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떤 근거도 없다"고 단정했습니다.

 

금융감독원도 나서서 '투자주의보'를 내렸다고요?

 

 네. "이른바 보물선 인양 사업과 관련해 구체적 사실관계 확인 없이 풍문에만 의존해 투자할 경우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다"면서 투자주의보를 발령한 건데요.

그러면서 "과거에도 보물선 인양과 관련해 주가가 급등했던 회사가 자금난으로 파산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금감원은 또 신일그룹이 가상화폐를 발행해 투자금을 모은 점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국내 투자자들을 상대로 암호화폐공개, 그러니까 가상화폐를 발행해 투자금을 모으는 행위는 금지돼 있습니다. 일정한 수익을 보장하고 투자금을 모으는 '유사수신행위'로 분류되기 때문인데요. 현금을 지급했다면 법규 위반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 점을 조사하고 있고요.

또, 이른바 '보물섬 테마주'로 분류되는 종목들의 주가 급등락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습니다. 현재 조사기획국 내에 불공정조사 2팀이 투입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돈스코이호 탐사에 도전한 사례, 이번이 처음은 아니죠?

 

 네. 이 배를 탐사하기 시작한 나라는 일본이 처음입니다. 1916년 이 배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지만 연이은 실패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이뤄진 첫 조사는 1980년 한국해양연구원 등이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일본과 러시아가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마찰이 빚어져 발굴은 금새 중단됐습니다. 1년 후 도진실업이 매장물 발굴 허가를 얻어 돈스코이호 탐사에 재착수했습니다만, 수심 200m 지점까지 수색했는데도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외환위기로 재정상태가 열악했던 동아건설이 이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한 때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습니다. 2000년 12월 15일부터 다음해 1월 4일까지 주식시장에서 무려 17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고요. 상장폐지 후에도 해양연구원과 탐사를 계속해 2003년 6월에 ‘돈스코이호 추정 물체’를 발견했다고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채권단 반대로 인양에는 나서지 못했고 2014년 발굴 허가기간이 종료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신일그룹 측이 기자회견을 열고 의혹이 일고 있는 보물선의 실체와 향후 계획을 공개하기로 했다고요?

 

 네. 오는 26일 오전 10시에 '미디어 간담회'를 연다고 밝혔는데요. 회사 소개와 돈스코이호 보물선 존재 유무, 돈스코이호 인양 가능 유무와 인양일정 계획, 돈스코이호 소유권 문제 등을 발표하고 질의응답을 진행한다는 설명입니다.

다만, "시간 관계상 많은 질문을 받지 못할 수도 있어 사전에 질문을 취합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렇게 되면 사실상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에 모두 답변이 가능하겠느냐... 이런 의구심도 기자들 사이에서 생기고 있는 상황입니다.

 

유상석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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