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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구의 북악산 자락] 메시-호날두 없는 월드컵 우승, 슈퍼스타 없어야 사는 정치
이현구 기자 | 승인 2018.07.08 17:01
   
 

   세계 축구의 빛나는 두 별 메시와 호날두는 러시아 월드컵 8강에 오르지 못하고 짐을 쌌습니다. 우승을 꿈꿨던 메시의 아르헨티나는 ‘아트 사커’ 프랑스를, 호날두의 포르투갈은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를 넘지 못했습니다. 두 16강 경기에서 메시와 호날두는 사력을 다했지만 이들이 발휘한 능력과 경기 운(運)은 ‘최고 공격수’란 칭호의 두 어깨에 걸쳐진 부담의 무게를 압도하지 못했습니다. 특급 스타들에게 단기전 성격의 국가대항전이 ‘잔혹한 무덤’이란 속설은 이번에도 입증된 셈입니다. 팀 승리를 책임져야 한다는 막중한 부담감, 수비수들의 과도한 견제, 공을 치고 나갈라 치면 들어오는 태클로 인한 부상의 두려움...‘공은 둥글다’는 표현 그대로 어떤 종목보다 예측 불가능성이 크다는 축구에서 슈퍼스타의 활약과 그 결과가 롤러코스터를 탈 수밖에 없음에도 애국심이 충돌하는 월드컵의 관중은 애써 그것을 외면합니다. 단 한 경기만 져도 탈락에 직면하는 월드컵에서 슈퍼스타를 보유한 팀의 우승은 팬들에게 만큼은 최상의 시나리오겠지요. 1명이 10명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11명이 마치 1명과 같은 탄탄한 조직력과 공통의 사명감, 협동심으로 뭉쳐야만 피파컵을 안을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축구의 정신’이기 때문입니다. 90분 내내 몸이 부서져라 차고 뛰고 막아선 경기에 운까지 보태져 독일을 이긴 기적으로 겨우 면죄부를 받은 한국 축구의 현실과 본국으로 쓸쓸히 돌아간 호날두의 유벤투스 이적 예상액이 1억5000만 유로, 우리돈 1,967억원이란 기사가 머리 속에 겹쳐졌습니다.

    축구의 슈퍼스타가 때로는 ‘계륵’ 같은 존재인 것처럼 정치권의 슈퍼스타도 승리의 수호신이자 외로운 파수꾼이면서 한편으로는 조직 발전의 ‘숨은’ 걸림돌입니다. 최고 수준으로 손발을 맞춘 ‘지구방위대’ FC바르셀로나나 레알마드리드쯤 된다면 모를까 그 나라 국가대표팀에서 조차도 메시와 호날두가 고군분투하는 동안 나머지 10명은 충실한 조력자 역할에 머물 수밖에 없습니다. 정치도 마찬가지입니다. JP란 닉네임의 김종필 전 총리가 별세하면서 마침내 종말을 고했던 ‘3김 시대’에서 YS와 DJ, JP를 제외한 나머지 정치인들은 철저히 종속 변수였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의 정치 문화는 지역구도와 계파주의의 벽에 갇혔고, 민주주의는 선진화의 길로 들어서지 못했습니다. 최근의 독보적 스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끌었던 우리 정치권, 특히 보수정당의 근년은 1인 치하에서 모두가 조력자이거나 그보다 못한 하수인에 머물렀습니다. 튼튼한 인적 자원의 진용을 갖추고 최적의 전략,전술을 가동할 수 있는 10년 여당이 슈퍼스타 1인의 체제 수호에 급급하다가 결국 민심의 철퇴를 맞았습니다. 더 큰 문제는 조력자들이 축구에서는 승리를 향해 함께 몸을 던지지만 정치권에서는 통상 스타의 그늘 안에 몸을 낮추거나 숨어버리는 구조라는데 있습니다. 또 정치에서는 슈퍼스타의 진짜 실력을 측정하기 어렵다는 맹점도 있습니다. 우루과이 스타 수아레스처럼 이빨로 상대 선수를 슬며시 깨물거나 브라질 네이마르처럼 작은 충돌에도 데굴데굴 구르며 엄살을 부리는 ‘적나라함’을 즉각 확인할 수 없습니다. 최순실이란 존재를 알고서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운영 능력을 가늠하기 전 2012년, 2016년 새누리당 ‘친박’ 공천으로 입성한 수많은 ‘박근혜 키즈’의 존재와 실력이 결국 지금의 ‘보수 몰락’를 불러오는데 한 몫을 했습니다.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반기문’이란 허상을 좇다 세월을 보내고, ‘모래시계 검사 홍준표’의 허세에 보수의 운명을 맡겨버렸습니다. 1명의 스타가 지배하는 정치는 곧 99명이 ‘안주하는 정치’로 이어질 수 밖에 없음은 근자의 대한민국 정당 역사로도 확인됐습니다. 2016년 공천 직전 비박계로 분류됐던 당시 새누리당 모 국회의원이 한 말은 아직 귀에 맴돕니다. “4년 내내 상임위 활동, 법안 발의 같은 정책 열심히 하면 뭐하냐, 어차피 줄을 잘못 섰는데...” 슈퍼스타 체제의 정당에서는 흔한 이야기일테지요.

    6.13 지방선거에서 치명상을 입은 자유한국당은 사망 일보 직전입니다. 회복의 기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몸을 추스려 겨우 버틴다 해도 2020년 총선이 결국엔 소멸 시점일 거라고 세간은 분석합니다. 늦은 밤 술잔을 기울던 한 정치권 인사는 자유한국당이 기업이라면 주식 가치로 따져서 지금이 딱 100원 수준이라고 일갈했습니다. 그러면서 “10,000원 정도 하던 주식이 휴지 조각이 될 처지인데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며 다시 불거진 친박-비박 다툼에 한숨을 쉬었습니다. 이런 한국당에서 당의 수습을 대신 맡아줄 스타급 인물 영입이 힘겹다며 한숨 소리가 가득합니다. ‘중증외상센터장' 이국종 교수에게까지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비대위원장 후보에 전 정의당원 유시민 작가, 도올 김용옥 선생 이름까지 올려놓고 있다고 합니다. 또 한 편에서는 이제 변변한 대선주자 한명 남지않은 ‘불임정당’ 신세라며 스스로를 비하하기에 바쁩니다. 비대위원장이나 당 대표에 스타급 인사를 올려놓고 개혁의 칼을 쥐어주며 수술을 집도하게 하겠다는 건데, 지금의 자유한국당 상태에서 잠시 이목을 끄는 ‘퍼포먼스’ 차원을 넘기 힘들다는 건 국민들이 먼저 알고 있습니다. 실력보다 허우대 좋은 의사에게 몸을 맡기기에 자유한국당의 상태가 너무 위중해 근본부터 손대려면 자신의 병치레부터 각오해야할 듯 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한국당은 메시와 호날두의 활약 속에 늘 1,2위를 다투는 FC바르셀로나나 레알마드리드가 아니고, 개인기로 무장한 프랑스, 조직력이 탁월한 크로아티아 대표팀과 전혀 딴판의 조직이란데 있습니다. 결국 스타를 거론할 때가 아니란 겁니다. 11명이 한발짝씩 더 뛴 축구로 무적의 전차군단 독일을 꺾었던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의 승리 방정식을 대수술에 적용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건 곧 슈퍼스타가 지배한 그간의 운동장에서 뛰던 정치인은 모두 뒤로 물러나고 2년 뒤 총선 공천 불출마를 선언하는 정도의 인물들이 ‘죽을 각오를 다한’ 협업 시스템으로 당을 리빌딩 하는 것이 개혁의 출발이 돼야 한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오늘 새벽 러시아 월드컵 4강팀이 모두 결정됐습니다. 프랑스, 벨기에, 잉글랜드, 크로아티아...이들 네 나라의 공통점 가운데 하나는 메시와 호날두가 없다는 것이죠. 제 눈에는 그래서 한결 더 자격이 있어 보이는 우승 후보들입니다./이현구 정치외교부장

 

 

이현구 기자  awakefish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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