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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의 시선] 공공기관에 이어 은행권도 채용비리 백화점
양봉모 기자 | 승인 2018.06.22 13:08

지난해 공공기관 평가에서 하위등급을 받은 기관이 늘었습니다.

채용비리 등에 따른 영향으로 분석됩니다.

이번 평가가 정부 인사에서 참고자료로 활용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부 공공기관 수장 교체가 예상됩니다.

공공기관의 채용비리가 기관장의 해임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선임기자의 시선에서 자세히 알아봅니다.

양봉모 선임기자가 연결돼 있습니다.

'2017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가 나왔는데, 좋은 등급을 받은 기관이 많이 줄었네요?

[기자]

기획재정부가 지난 19일 '2017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를 심의·의결했습니다.

2017년도는 공기업 25곳, 준정부기관 88곳 등 123곳의 기관을 대상으로 점수를 매겼습니다.

평가 결과, 전체 등급 분포에서 전년도인 2016년과 마찬가지로 최우수 등급인 'S등급'은 한 곳도 없었습니다.

대신 A등급은 10.6%, B등급 35.8%, C등급 38.2%, D등급 8.5%, E등급 6.9% 등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과거와 비교해보면 상위등급은 축소되고 하위등급은 확대된 비율입니다. 즉 나쁜 평가를 받은 공공기관이 늘어났다는 의미입니다.

[앵커]

좋지않은 평가를 받은 기관장은 어떻게 됩니까?

[기자]

이번 평가에서 기관장의 경우 우수가 2명에 불과했고 보통 20명, 미흡 3명 등이었습니다.

감사는 우수가 한 명도 없었다. 보통 16명(72.7%)은 미흡은 6명(27.3%)으로 각각 평가됐습니다.

기관장·감사 평가결과는 인사 참고자료로 활용됩니다. 그러니까 하위등급 기관장과 상임이사는 경고 조치를 받게 되며 쌓이면 교체 대상이 됩니다.

낙제점을 받은 공공기관장은 '해임건의' 등 인사조치를 받게 됩니다.

또 이들 기관은 내년 예산에 불이익을 받습니다.

[앵커]

올해 유독 평가가 낮게 나온 것은 ‘채용비리’때문이겠죠?

[기자]

기재부 관계자는 "채용비리 등에 따른 평균점수 하락으로 절대평가 결과가 상대평가보다 저조했다"고 말했습니다.

채용비리가 있는 기관의 점수가 낮은 것은 당연하고 비리에 연루됐다면 해임은 물론 죗값을 치러야죠.

[앵커]

지난해 말에 정부가 칼을 빼들었는데, 채용비리가 없는 곳이 없다고 할 정도였잖아요. 어느 정도였습니까?

공공기관 275곳의 과거 5년(2013~2017년)간 채용업무 과정에서 총 2234건의 지적 사항이 적발됐습니다.

대검찰청 반부패부가 공공기관 채용비리에 대해 집중 수사를 벌인 결과, 15명을 업무방해와 직권남용, 강요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15명을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앵커]

채용비리에 연루돼 수사를 받은 기관은 어디어디입니까?

[기자]

대표적인 곳이 강원랜드죠.

최흥집 전 강원랜드 사장은 국회의원실 소속 직원에 대해 채용조건을 변경하는 방법으로 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와관련해 권성동 의원에 대해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가 있는데 국회가 놀고 있어서 처리가 안되고 있죠.

또 △금감원 △한국디자인진흥원 △대한석탄공사 △한국서부발전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국제대학교 △대구미래대학 △경북영광학교 등 9개 기관입니다.

△지인 청탁형 채용비리 (금감원, 강원랜드, 한국디자인진흥원) △여성 지원자 고의 탈락(대한석탄공사, 한국가스안전공사) △낙하산 맞춤형(조건.절차 변경) 채용비리(한국서부발전, 강원랜드, 금감원) △금품 수수형 채용비리 (강원랜드, 한국국제대학교) 등입니다.

[앵커]

‘2017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가 나와서 공공기관 채용비리를 잠깐 되짚어 봤구요.

채용비리가 공공기관만은 아니죠?

은행권 채용비리를 보니까 정말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예요.

[기자]

채용비리의 백화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은행별 채용비리 기소 대상 건수는 KB국민은행이 368건으로 가장 많았고 KEB하나은행 239건, 우리은행 37건 순이었습니다.

대구·광주 은행은 각각 24건이었고 부산은행은 3건이었습니다.

유형별로는 외부인 청탁이 367건으로 가장 많았고 성차별 채용이 225건, 임직원 자녀인 경우가 53건, 학력 차별이 19건, 지역 우대 등 기타가 31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앵커]

각 은행별로 살펴봤으면 하는데요.

고위직을 사칭하거나 고위직을 이용해서 채용을 하도록 한 사례가 있네요?

[기자]

KEB하나은행에서는 외부 청탁자가 자신의 딸에 대한 채용을 청탁하면서 인사팀에는 ‘청와대 감사관 자녀’라고 허위로 청탁했습니다.

KB국민은행 채용팀은 한 여성지원자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보고 부행장 자녀로 오인해 부행장의 부탁이 없었는데도 논술점수를 조작해 합격시킨 후 오인 사실을 깨닫고 면접단계에서 해당 지원자를 탈락시키기도 했습니다.

우리은행은 2015년 신입행원 채용 과정에서 국가정보원 전 간부로부터 딸에 대한 채용을 부탁받고 면접 점수를 조작해 합격시켰습니다.

그러나 해당 합격자가 대학교를 정상적으로 졸업하지 못해 사직 후 재응시하자 또 다시 서류전형 점수를 조작해 최종합격시켰습니다.

[앵커]

특정 지원자를 위해 자격 조건을 조작하기도 했다는데. 대구은행이죠?

[기자]

대구은행은 은행장으로부터 주요 거래처 자녀에 대한 채용 지시가 떨어지자 가짜 보훈번호를 부여해 영업지원직(보훈특채) 채용 절차로 해당 지원자를 합격시켰습니다.

여성이란 이유로 부당하게 떨어뜨린 사례도 있었습니다.

KB국민은행은 2015년도 신입행원을 채용하면서 서류전형 결과 여성합격자 비율이 높게 나타나자 점수를 조작, 남성지원자 113명의 등급점수를 높여 합격시키고 여성지원자 112명은 등급점수를 낮춰 불합격시켰습니다.

특정대학 출신을 선발하기 위해 점수를 조작한 정황도 있습니다.

KEB하나은행은 2013년과 2016년 신입행원을 채용하면서 실무면접에서 합격권 점수를 받은 특정대학 출신 지원자 6명을 탈락시키고, 불합격권에 있던 특정대학 출신 지원자 6명을 합격시켰습니다.

광주은행 역시 2016년 면접에서 탈락한 특정대학 출신 지원자의 점수를 조작해 합격시켰습니다.

[앵커]

채용을 로비의 도구로 활용한 사례도 있는데 부산은행은 도금고 유치를 위해 채용비리를 저질렀네요?

[기자]

부산은행은 2015년 신입행원 채용 당시 1조4000억원 규모의 도금고 유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경남발전연구원장으로부터 딸을 채용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모든 단계에서 점수를 조작했습니다.

그래도 합격권에 들지 못하자 합격 인원을 증원하고, 임원 면접 과정에서 계획에 없던 영어면접까지 진행해 합격시켰습니다.

2013년에도 부산은행은 부산광역시 세정담당관으로부터 아들에 대한 채용청탁을 받고 시금고 재유치에 대한 청탁 대가로 점수를 조작해 해당 지원자를 합격시켰습니다.

[앵커]

본인의 자녀를 직접 면접 본 경우도 있었다구요?

[기자]

광주은행에서는 2015년 신입행원을 채용하면서 인사 및 채용부문 총괄 임원이 딸의 2차 면접에 직접 참여해 최고점을 부여했습니다.

해당 지원자는 자기소개서에 아버지가 현재 해당 은행에 근무한다고 기재했습니다.

인사담당자는 자기소개서 점수에 30점 만점을 주는 등 서류전형에 고득점을 부여했습니다.

[앵커]

그야말로 비리 백화점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이들에 대한 처벌은 어떻게 됐습니까?

[기자]

함영주 KEB하나은행장(62) 등 KEB하나은행의 전·현직 간부 4명이 채용비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습니다.

KEB하나·KB국민·우리·부산·대구·광주은행 등 6개 은행의 채용비리 연루자 38명과 KEB하나·KB국민은행 등 은행 2곳이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조문환 전 새누리당 의원도 자신의 딸을 채용해달라고 부산은행에 청탁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습니다.

재판에 넘겨진 38명 가운데 12명은 구속 기소, 26명은 불구속 기소됐습니다.

KEB하나은행에선 함 행장과 전직 부행장, 전·현직 인사팀장 등 4명이 업무방해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등으로 지난 14일 불구속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앵커]

처벌을 받은 사람들이 대부분 최고책임자는 별로 없고 담당자들만 처벌을 받게 되는데요.

이런 수사 행태는 잘못된 거 아닙니까?

[기자]

검찰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불기소 처분했습니다.

이에대해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이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라고 촉구했습니다.

금융노조는 어제 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이 실무자들만 처벌하고 최종 책임자에게는 면죄부를 준 부실수사로 전 국민을 분노케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금융정의연대·민달팽이유니온 등 시민단체들도 가세했습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증손녀는 2015년 신입 행원 채용 서류전형과 1차 면접에서 저조한 등수에 그쳤으나 2차 면접에서 최고 등급을 받아 120명 중 4등으로 합격했습니다.

김정태 회장과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수험생은 2013년 하나은행 합숙 면접에서 태도 불량으로 0점 처리됐으나 최종합격했습니다.

검찰이 수사를 제대로 하지않았다는 지적을 받는 대목입니다.

[앵커]

공공기관의 채용비리에 이어 주요은행까지도 사원을 채용하면서 이런 비리를 저지른 것은 젊은이들의 희망을 빼앗는 일이기도 합니다.

공공기관 은행권의 채용비리, 선임기자의 시선으로 정리해주시죠.

[기자]

조선시대에서나 있을 법한 신분차별이나 음서제가 다시 부활한 느낌입니다.

이런 엄청난 채용비리를 저질러 놓고도 최고위층은 수사의 칼날을 피해갔습니다.

은행권은 높은 연봉에 복지혜택도 많습니다.

그래서 많은 젊은이들의 선망의 대상입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은행의 채용과정은 말 그대로 복마전이었고 이 시대 금수저들의만의 잔치였습니다.

지원자의 능력과 자질보다 부모의 스펙으로 채용이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입니다.

청년실업률은 경제부총리가 충격적이라고 할 만큼 심각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채용과정이 이처럼 공정하지 못하다면 취업을 앞둔 젊은이들은 암담할 수밖에 없습니다.

청년실업률을 줄이기 위해서는 채용을 늘려야합니다.

그런데 그 채용이 그들만의 잔치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은행권뿐 아니라 공기업 사기업 모두 채용비리를 근절하기 위한 다각적인 대책이 나와야 합니다.

대통령은 기회는 공평할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라고 말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실현되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양봉모 기자  yangbbs@bbs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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