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BBS 칼럼 전경윤의 '세상살이'
[전경윤의 세상살이]잊을 수 없는 여름의 추억 '월드컵'
전경윤 기자 | 승인 2018.06.16 17:17

전세계인들이 기다리던 축제 한마당이 시작됐다. 지구촌의 스포츠 축제 2018 러시아 월드컵이 지난 14일 개막식과 함께 화려한 막을 올렸다. 월드컵은 단순히 축구팬들만의 축제를 넘어 전세계인들이 함께 즐기고 열광하는 잔치로 자리잡았다. 축구공 하나로 수많은 감동의 드라마를 만들어 내고 전세계인들을 울고 웃게 만든다는 것 자체가 그저 경이롭기만 하다.더욱이 월드컵은 전세계의 내노라하는 프로 리그에서 활약하는 슈퍼 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흔치 않는 기회이기도 하다. 국가대항전인 만큼 같은 팀에서 함께 콤비를 이뤘던 선수들이 각기 다른 국기를 가슴에 품고 경기에 임하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은 태극전사들에게는 10번째 나서는 무대다. 우리나라는 지난 1954년 스위스 월드컵 대회에 첫 출전했다. 당대 최고의 골잡이였던 고 최정민,함흥철 등이 큰 무대를 처음 경험했지만 당시 푸스카스라는 전설적인 선수가 버티던 헝가리에 무려 9대0으로 지면서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그 뒤로 한국은 32년간 월드컵 본선 진출을 하지 못했다. 한국은 이회택,차범근 등 세계적 수준의 공격수를 보유했지만 당시 아시아 축구를 이끌었던 이란,쿠웨이트 등 중동국가들과 호주의 기세에 번번히 눌려 우리 국민들은 60년대부터 80년대 중반까지 월드컵을 그저 강건너 불구경할 수 밖에 없었다.

오랜 암흑기를 거쳐 마침내 한국은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본선 진출권을 따내면서 한국 축구사에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이후 한국은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티켓을 따내면서 지금은 월드컵의 단골 손님 대접을 받고 있다. 1986년 월드컵에는 당시 33살의 노장 차범근을 비롯해 허정무,최순호,박성화,조광래,조영증,박창선 등 80년대 축구 스타들이 총출동했지만 축구 천재 마라도나가 이끄는 아르헨티나에 1대 3으로 지고 전 대회 우승팀 이탈리아에도 선전했지만 2대 3으로 져 조별 예선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도 당시 떠오르는 스타였던 황선홍,홍명보를 비롯해 김주성,변병주,박경훈,황보관,조민국 등이 나섰지만 벨기에, 스페인, 우루과이에게 3전 전패를 당해 일찌감치 짐을 싸야만 했다. 1994년 미국 월드컵은 당시 사회 초년병이었던 필자의 기억 속에 생생히 남아있는 대회였다. 첫 경기 스페인전에서 한국은 현재 스페인 대표팀 감독인 이에로 등의 위세에 철저히 눌려 0-2로 뒤지다 경기 종료 10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홍명보, 서정원의 연속골로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독일전에서도 2대 3으로 졌지만 황선홍 홍명보가 골을 기록하는 등 대등한 경기력을 선보였다.한국은 비록 2무 1패로 예선 탈락했지만 세계 수준에 다가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새삼 확인했던 대회였다.

한국 축구의 전설 차범근 감독이 이끌었던 한국은 큰 기대를 갖고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 나섰다. 당시 19살의 신예 이동국을 비롯해 최용수,하석주,김도훈,고종수,유상철,이임생,강철,김병지 등으로 구성된 대표팀은 그러나 멕시코에 1대 3, 베르캄프가 이끌던 네덜란드에 무려 0대 5로 지면서 실망감만 주고 말았다. 결국 대회 도중 차범근 감독은 경질되는 수모를 감수해야 했다. 당시 고려대 출신인 차 감독이 연세대 출신인 최용수 등을 경기에 기용하지 않았다는 비판까지 나오는 등 선수단 안팎의 분위기는 흉흉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대회는 지금도 믿기 어려운 성적을 거둔 대회였다. 새삼스럽게 설명할 필요도 없지만 한국은 가지고 있는 전력의 120%를 발휘해 세계 4강이라는 금자탑을 쌓아 올렸다. 세계적인 명장인 히딩크 감독의 용병술에다 노장 황선홍 홍명보의 리더십,박지성,이영표,김남일,송종국,설기현의 부지런함과 악착같은 근성, 안정환,유상철의 테크닉,이천수 차두리의 패기가 모두 어우러져 루이스 피구의 포르투갈, 토티와 비에리의 이탈리아, 무적함대 스페인 등을 안방에서 차례로 무너뜨렸다. 석연치 않은 일부 심판 판정 등 홈그라운드의 잇점도 크게 작용했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한국 대표팀은 국민들의 영웅이 됐다.

2006년 독일 월드컵은 4년전 세계 4강에 비해서는 실망스러운 대회가 됐다. 조재진,박지성,이천수,안정환,이영표,이정수 등을 앞세운 우리팀은 최선을 다했지만 운이 따르지 않았다. 다만 첫 경기인 토고전에서 이천수와 안정환의 골로 2대 1 역전승을 거두면서 원정 월드컵 첫 승리를 거두고 강호 프랑스와 1대 1로 비겼다는데 위안을 삼았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한국은 새로운 간판으로 떠오른 기성용,이청용,박지성,박주영을 앞세워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그리스를 2대 0으로 이기고 메시가 이끌던 아르헨티나에 1대 4로 졌지만 나이지리아와 2대 2로 비겨 1승 1무 1패로 힘겹게 16강에 진출했다. 우루과이와 겨룬 16강에서는 훗날 세계적인 스타가 된 루이스 수아레스에게 결승골을 내주며 1-2로 졌다. 당시 이동국은 골키퍼와 1대 1로 맞선 상황에서 회심의 왼발슛을 날렸지만 비가 내려 질퍽해진 그라운드 탓에 공은 골키퍼 가랑이 사이로 지나다가 골문 바로 앞에서 멈추고 말았다. 월드컵과 유독 인연이 없었던 이동국은 이렇게 월드컵 첫 골의 기회를 허망하게 날려버렸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은 지금도 기억하고 싶지 않은 대회가 아닐 수 없다. 런던 올림픽 동메달에 빛나는 홍명보 감독에다 박주영,구자철,손흥민,기성용,이근호,김신욱 등 젊은 선수들이 패기있게 나섰지만 러시아, 알제리, 벨기에와의 경기에서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1무 2패로 예선 탈락의 쓴잔을 마셨다. 당시 컨디션이 좋지 못했던 박주영을 계속 주전으로 고집했던 홍명보 감독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셌고 결국 홍 감독은 귀국 직후 감독직에서 물러나면서 자신의 화려한 축구 인생에 오점을 남겨야 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 나서는 태극 전사들은 과연 어떠 역사를 써내려갈까 ? 4년전 신예에서 이제는 프리미어 리그에서도 손꼽히는 공격수로 성장한 ‘손세이셔널’손흥민, 한국 축구를 이끌어갈 재목으로 떠오른 황희찬,이승우,이제는 관록이 묻어나는 기성용,구자철 등이 세계 최강이자 지난 대회 우승팀 독일, 북중미의 강호 멕시코, 영원한 우승후보 이탈리아를 탈락시키고 올라온 스웨덴과 맞서야 한다. 하지만 대표팀에 대해 역대 최약체라는 이야기도 들리고 16강은 언강생심이라는 말도 나온다. 1990년 이탈리아 대회 이후 28년만의 3전 전패를 걱정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그러나 다 아는 것처럼 축구공은 둥글다. 어디로 튈지 모른다. 선수들은 심장이 터질 것처럼 최선을 다해 뛰고 우리는 심장이 터질 듯한 환호와 감동을 느낄 준비가 돼있다. 2018년 여름, 그 어느해보다도 뜨거웠던 여름으로 남기를 바란다. 가슴 뜨거운 감동을 맛보기 위해 4년을 더 기다리기에는 너무 지루할 것 같다.

 

 

 

전경윤 기자  kychon@chol.com

<저작권자 © 불교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경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이 기사가 마음에 드세요?
0
0
이 기사를 공유하실래요? KakaoStory Facebook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