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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허익범 “드루킹 특‘검’으로 무엇을 썰까?”
전영신 기자 | 승인 2018.06.15 13:22

참 사람 좋아 보인다. 항상 웃는 얼굴에 젠틀 하기까지 하다.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드루킹 댓글 조작 의혹’의 특검으로 임명받은 허익범 특검(59. 사법연수원 13기)이 선거결과가 나온 14일 온화한 얼굴로 기자들에게 묻는다.

“오늘은 제가 기자들에게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번 특검에서 무엇을 수사해줬으면 싶은지 이야기를 좀 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철옹성 같은 검찰 내부에서 취재경쟁에 지친 기자들. 그나마 ‘일용할 양식’을 기대하며 특검 브리핑실로 모여드는데 오히려 갑자기 허 특검으로부터 숙제 같은 질문을 받으니 당황하는 기색들이 역력하다.

"아무래도 배후로 지목된 정치권 인사들, 김경수 당선인을 비롯해서 자유한국당 등에서 주장하는 ‘윗선’까지 제기된 의혹들이 밝혀져야 한다는 게 여론인데 어느 선까지 수사범위로 염두에 두고 있습니까?” 답변은 어느새 질문으로 마무리된다. 기자는 답변보다는 늘 이렇게 질문에 익숙하다.

이에 특검은 “이전에는 국회의원이었고, 지금은 경남지사에 당선됐지만 원론에는 변함 없습니다"라며 필요하면 수사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기자는 이내 ‘살아있는 권력, 대통령의 복심, 어쩌면 미래의 권력’을 상대로 과연 뚜렷한 정의감을 표출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특검의 외로운 고뇌를 눈치 채고야 만다. 특검 후보군 추천 과정에서 대한변호사협회가 특검 희망자가 없어 어려움을 겪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드루킹 특검에 여론을 반영하시려는 건가요? 기자들에게 질문을 하신 의도가 궁금합니다” 다시 기자가 질문을 던지자 특검은 “아직 특검보나 수사팀장도 정해지지 않고 있어서 의논할 상대가 없어 사전에 기자들에게 한번 물어봤다”는 식으로 적당히 얼버무리고 이내 자리를 뜬다.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후보가 6.13 지방선거에서 경남도지사로 당선이 확정되던 날. 개표상황을 지켜보며 간밤에 가졌을 법한 내면의 고심을 허 특검은 이렇게 드러냈다.

여기에 더해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새누리당 역시 불법 매크로를 이용한 댓글 조작 의혹으로 검찰에 고발조치 되면서 드루킹 특검은 시작 전부터 ‘김빠진’ 특검이 됐다. 두 사건 모두 권력형 비리라기보다는 여론몰이 경쟁이 촉발한 정치적 사건이라는 시각으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원내 대변인은 기자가 진행하는 시사프로그램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드루킹 특검은 아예 특검 대상조차 안 되는 사안인데 자유한국당이 단식까지 동원하면서 요구해 어쩔 수가 없었다”며 사실상 ‘정쟁’의 산물이었음을 시인하기도 했다.

‘드루킹 특검’ 뭘 수사하면 될까?

허익범 특검이 기자들에게 물었지만, 그도 이미 정답을 알고 있다. ‘원칙에 입각하는 것’. 국민들은 특검이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 부상한 김경수 경남지사 당선자는 물론, 성역 없는 조사를 통해 진실을 알려주기를 바라고 있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진술과 주장만 난무하고 정황증거만 넘쳐나는 정치 사건의 경우, 결국은 여야 정치권의 반응과 국민 여론에 따라 수사의 향방이 좌우돼 왔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선거에서 여당이 압승을 거둔 정치권 분위기도 특검팀에 부담이고, 역대 특검이 살아있는 권력을 상대로 성과를 낸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도 부담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번 특검의 의미는 ‘촛불 정국’ 이후에 실시되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첫 수사라는 점에 있다. 자칫 특검 수사가 소극적이거나 면죄부를 주는 것처럼 비춰진다면 그것은 오히려 현 정권에 누가 될 일이다. 이미 김이 빠져버린 사건, 사안의 중요성이 처음 같지 않다 해도 법과 원칙에 따라 잘못된 부분을 밝혀내 처벌하면 될 일이다. 또한 김 당선자가 주도적으로 관여했다는 드루킹의 주장이 사실로 확인되면, 그 또한 처벌해야 할 일이다.

‘촛불 민심’은 진보로 대변되는 것도 아니고 보수가 아닌 것도 아니다. 그저 옳은 생각들이 한데 뭉쳐져서 발휘되는 가장 강력한 민심이다. 거기에 부응하지 못하면, 견제 없는 권력의 독주가 어떻게 ‘궤멸’을 자초하는지는 이미 충분히 학습한 바가 있다.

전영신 기자  ysjeon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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