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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오늘 원적에 든 신흥사 조실 설악 무산 대종사는 불교계의 큰 어른이자, 우리 현대시에 있어서 선시 분야를 개척한 대표 시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인지 스님의 법문과 시에는 수행자로서의 파격과 선의 향기가 가득해, 많은 이들에게 감흥을 안겨줬습니다.

보도에 홍진호 기자입니다.

 

신흥사 조실 설악무산 대종사의 법문은 선향 가득한 파격 그 자체로 요약됩니다.

시간적으로는 짧고, 내용적으로 간결하지만, 여운이 길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법문 자체를 많이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나마 조실로서 꼭 해야만 하는 결제와 해제법어도, 대부분 종정스님의 법어를 담담하게 대독하는 것으로 대신합니다.

하지만 한 번 마음먹고 법문을 하면 1분 남짓한 법어로 대중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습니다.

지난해 여름 하안거 해제법회 법문이 대표적이었습니다.

서로 한번 씩 보았으니 나는 말 했고, 여러분들은 들었다는 법문만 남기고 법상을 내려왔습니다.

[설악 무산 대종사/ 신흥사 조실 (2017년 8월 5일 하안거 해제법회 中에서): (나는) 대중 여러분 한번 바라보고 대중 여러분들은 나 한번 바라보고, 나는 내가 할 말을 다했고 여러분들은 모두 들을 말은 다 들었습니다. 서로 한번 마주보고 그랬으면, 할 말 다하고 들을 말 다 들었으면 오늘 법문은 이게 끝입니다.]

설악 무산 대종사의 법문에 대해 많은 이들은 스님의 법문이 스님의 시와 닮았다고 말합니다.

어려운 한자의 고사성어와 불교용어 대신에, 대화하듯 쉬운 법문을 우리 마음에 남깁니다.

지난 2015년 각계 전문가들의 글들을 한데 묶어 스님의 선시 해설집을 펴낸 권성훈 문학평론가는 스님의 선시를 읽고 큰 울림을 받았다고 털어놨습니다.

침묵하면서 말하게 하고 소리가 없는데 울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는 소회는, 스님의 법문과 선시에는 구별이 없다는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해 보인다는 평가입니다.

[권성훈/ 문확평론가 ‘이렇게 읽었다-설악 무산 조오현, 한글 선시’ 저자 (2015년 4월 8일 BBS 단박인터뷰 中에서): 저한테 질문을 던지는데,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고 침묵하면서 말하게 하고 소리가 없는데 울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렇다면 이게 어디서 오는 것일까]

“서로 한번 마주봤으면 할 말 다하고 들을 말 다 들었다”

“침묵하면서 말하게 하고 소리가 없는데 울리는 듯했다”

스님은 우리 곁은 떠났지만, 선향 가득한 법문과 선시는 지금 이 순간에도 후학들을 경책하는 큰 울림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BBS NEWS 홍진호입니다.

영상 편집 허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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