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스런 수사결과 발표...조사단, 재판에서 무엇을 보여주겠다는 걸까?

2018년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1월 29일 저녁 서지현 검사는 한 방송에 나와 8년 전 자신의 겪었던 성추행 피해 사실을 폭로했다. 그리고 이틀 뒤 성추행 조사단이 출범했으나 출범하자 마자 제동이 걸렸다.

임은정 서울북부지검 부부장검사가 조사단의 수장을 맡은 조희진 단장에 대한 사퇴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임 검사는 조 단장이 과거 자신의 성폭력 의혹을 묵살하려 했다며 단장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희진 단장은 "수사 결과로 말하겠다"고 논란을 일축했다. 기소를 전제로 신속하게 수사하겠다면서...

그리고 조사단 출범 85일이 지난 오늘 조희진 성추행 진상조사단장은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조사단은 출범 이후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최선을 다해왔다"면서 "재판 과정을 지켜봐달라"고 밝혔다. 석달 전 "수사 결과로 말하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던 조사단의 결과물 치곤 초라했다.

"2월 중순 법무부 압수수색을 했고, 진술자료를 확인해서 안태근 전 검사장을 부르기 위해 시간이 걸린 것이지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서가 아니였다"라든지 "재판 과정을 지켜보면 조사단이 무엇 때문에 힘들었는지 알게 될 것이다" 등 설명이 구구절절 했다.

또 이번에 신설된 양성평등 담당관이 검찰 내 양성평등 업무 등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향후 성평등기획단으로 확대 개편되도록 대검찰청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출범 초기엔 조사결과로 말하겠다며 그 순간을 모면했고, 수사결과 발표 때에는 재판에서 보여주겠다고 시기를 늦췄고, 양성평등 담당관과 성평등기획단이 확대, 개편되면 검찰 내 양성평등 업무를 잘 해줄 것이라고 역할을 미뤘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어제 대검찰청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에서 열린 대검 블로그기자 간담회에서 "검찰 개혁은 원래 생각했던 것의 반 정도를 하고 있고 나머지 반도 더 하고 싶지만 검찰 구성원들이 힘들어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검찰 구성원에게 한 마디 해달라는 대학생 기자단의 요청에 "전직 대통령 탄핵 사건을 비롯해 변혁의 시기에는 많이 누린 사람들은 많은 고통을 겪게 돼 있다"면서 "국민이 검찰을 신뢰하지 않는 것은 검찰의 오만에서 시작됐다. 겸손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검사의 용기있는 폭로는 미투 운동으로 번지며 우리 사회의 많은 변화를 이끌고 있다. 하지만 정작 시발점이 된 검찰 내부에는 어떤 변화가 있는지 모르겠다. 문 총장은 검찰 개혁과 관련해 원래 생각했던 것의 반 정도를 하고 있다고 했지만, 이 말에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동의할 수 있을까? 검찰 내부 구성원들은 여전히 겸손보다는 오만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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