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생 두 딸은 요즘 휴대폰을 각자 2개씩 소지하고 다닙니다. 하나는 구형 폴더폰, 또하나는 스마트폰 공기계입니다. 전화 연결이 가능토록 하면서도 와이파이(Wifi)지역이 아니면 ‘죽치고 휴대폰질’을 못하도록 한 겁니다. 스마트폰 없으면 학교에서 ‘왕따’가 된다는 아이들의 항변과 걸어가면서까지 고개를 처박고 실시간 SNS를 하는 교복 입은 청소년의 모습 만큼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타협의 산물입니다. 공부에 집중하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늘려보겠다는 기대감 속에 출발한 이 ‘융합형’ 휴대폰 규제 정책이 효과를 거둬야 하는데 그닥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학원에서 돌아와 가방을 던져버리며 시작하는 아이들의 와이파이 이용은 어떻게든 밤 시간을 꼬박 채우게 만듭니다. 아빠는 거실 소파에서, 엄마는 침대에서, 아이들은 방문을 걸어 잠근채 ‘손 안의 세상’에 빠져있는 모습은 우리만 그런게 아니라 현재 대한민국 일반 가정에서 벌어지는 보편적 풍경일 것이라고 애써 위안을 합니다.

   가정 교육의 가장 강력한 적이자 가족간 불통의 주범이란 걸 뻔히 알면서도 어쩔 도리가 없게 만드는 이 ‘온라인 세상과의 소통 도구’는 실상 우리 사회 전체를 비슷한 분위기로 몰아가는 듯 합니다. 사춘기 아이 휴대폰 사용을 두고 도출해낸 저의 대안이 그러했듯 많은 시민들이 스마트폰 속 세상에서 번번히 ‘적당한 타협’에 머무는 건 아닌지 생각하게 됩니다. 일상의 단면을 가만히 들여다보죠.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싶을 때는 CGV나 Megabox 어플의 ‘실 관람평’을 찾아 네티즌들의 댓글을 곁눈질하며 이른바 ‘입소문’을 확인합니다. 주말 떠나는 여행지에서 스마트폰 검색 한번 하지 않고 무작정 근처 식당에 들어가는 외지인은 많지 않습니다. 집에서 키우는 애견 용품부터 몇날 며칠 머리를 싸맨 가구 하나 구입하면서까지 우리는 수많은 포털 블로그를 들락거립니다. 그 과정에서 고맙게도 친절한 노출 정보 상당수가 순수하거나 별로 유용하지 않다는 사실을 우리는 모르지 않습니다. 세계 정보화 1위 대한민국 국민의 합리적 의구심은 당연히 가동됩니다. 하지만 스마트폰 포털에 접속하는 순간 우리를 둘러싼 공간은 현란한 광고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 같은 곳일지 모릅니다. '네이버'와 '다음' 등이 구축해놓은 메머드급 열린(?) 시장에서 우리는 그것이 ‘민주적 선택’이자 ‘생활의 편리함’이라 여기며, '불순함'을 뻔히 알면서도 “그래 이 정도면 충분하지!”란 식으로 적당한 선택의 클릭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하게 됩니다.

   최근 사회 문제가 된 민주당 당원 댓글조작 사태, 일명 ‘드루킹’ 사건도 어쩌면 이런 '적당함에 길들여진' 우리의 스마트폰 사용이 세상을 뒤집거나 내 운명을 바꿔놓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여겨집니다. 뉴스를 확인할 때 습관적으로 이른바 ‘좋아요’ 숫자 순서로 배열된 댓글을 훍어보며 여론의 반응을 확인하는 것. 타인이 올린 인스타그램 등의 멋진 사진을 일일이 들여다보는게 삶의 기쁨이자 주된 일과가 돼버린 ‘관음증 환자’ 같은 팔로워들. 학교 과제물 제출을 오직 ‘네이버 지식IN' 검색으로 끝내버리는 대학생부터 유치원생까지. 물론 인터넷이 열어젖한 무한 창의 시대에 살고 있는 21세기 민주시민의 모습이 이런 부분만으로 재단돼서는 안될 겁니다. 하지만 '네이어', '다음' 같은 거대 포털이 구축한 타임스퀘어에서 바짝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드루킹' 같은 존재와 집단의 댓글여론 공작은 얼마든지 재현 가능합니다. 인터넷 생태계를 완벽히 장악한 특정 포털의 독과점을 제도적으로 보완하고 댓글 쓰기를 아예 실명제로 바꾸는 것도 실보다 득이 큰 방법일테죠. 우리 국민이 즐겨 사용하는 포털의 진입 대문이 '구글(google)'의 창처럼 단순하고 깨끗하면 좋겠습니다. 내가 선택하고 내가 주도하는 인터넷 세상의 꿈은 그 지점에서 시작될 수 있습니다. 개개인의 소중한 의견이 겹겹이 쌓여 민심의 거대한 분화구가 돼야할 인터넷 댓글이 여론 조작의 발원지가 되는 일을 이제는 끝내야합니다./이현구 정치외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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